신라 천년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경주 시내의 고택 등에 가보면 목 부분만 있는 불상을 비롯 비석 파편이나 빛이 바랜 기왓장, 기단 등을 손쉽게 볼 수가 있다.

우물가에도 있고, 화단 받침대에도 있고, 그냥 한 쪽에 버려져 있기도 하다. 시내 전역이 문화재 지천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경주가 신라 천년의 유산으로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시민들은 문화재 하면 손사래를 친다. 문화재 법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건축 등의 일을 하다가 발견되면 그냥 덮어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중요 사적지의 땅속 문화재야 그래도 나은 편이다.

발굴 등을 통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고,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언젠가는 밝혀질 것들이다. 문제는 각 가정 등에 방치되어 있는 유적 등이다.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아 세월의 흐름 속에 거의 사라지고 있다. 최근 발견된 문무왕릉비의 상단 조각은 좋은 예다. 이 비석 조각은 향토사학자로부터 수업을 받고 있는 한 중년여성이 경주 동부동의 한 주택에서 발견했다.

이 여성은“여러분 주변에 중요한 비석이 있을지 모르니 잘 살펴보라”는 사학자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만약에 이 여성이 관련 수업을 받지 않았다면 영원히 파묻혔고 또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선시대에 발견됐다가 사라진 후 200여 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 비석의 중요성은 논할 필요조치 없다.

일각에서는 해독이 마무리되면 수십여 년에 걸쳐 논쟁이 계속된 신라 역사를 어쩌면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를 중요한 단서로도 보고 있다.

그런 비석이 발견 당시 주택가의 수돗가에 시멘트와 뒤섞인 채 박혀 있었다하니 엉성한 문화재 관리의 허술함을 보여준 사례로 충분하다. 문화재 당국과 경주시는 이번 문무왕릉비 상단 부분 발견을 거울삼아 경주시내 각 가정과 상가 등 전 지역에 대한 문화재 전수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쪽샘지구 등 유명 사적지에 대해서만 발굴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각 가정 등을 대상으로 세밀하게 살펴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예산도 얼마들지 않는 사업이다. 현재 마구 흩어져 있는 경주의 유적 등의 상태를 감안하면 예상외의 소득을 건질 수도 있다. 하나 둘 사라지고 마모되는 것을 고려할 경우 더 늦으면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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