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자전거 보관소에 방치된 자전거를 보았다.

자전거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먼저 처음 산 자전거를 얼마 못타고 도둑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살 때, 어느 날 중국집에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식당 앞에 새 자전거를 세워두고 들어갔다 나오니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이후 한 달 정도 길을 지날 때 내 자전거와 비슷한 색깔의 자전거가 보이면 `혹시?`하는 생각에 한 번 더 살펴보았던 기억이 난다.

다음으로 자전거를 보면서 몇 년 전 담임을 맡았던 영수 생각이 났다.

영수는 공부는 잘 하지 못했지만 성격이 낙천적이고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다.

시험기간에 다른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밖에 나오지 않을 때도 영수는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동네를 돌아다녔다.

`자전거` 하면 생각나는 또 한 가지는 대학 다닐 때 친구 세 명과 함께 5시간 정도 자전거로 하이킹을 하고 며칠 동안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했던 기억이다.

하나의 자전거를 보고 혼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여러 사람이 자전거를 보고 얘기를 한다면 더 많은 것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전거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수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 작가 이노우에 마사지가 쓴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에 이러한 생각을 담은 내용이 있다.

과일 가게에 탐스럽고 예쁜 사과가 놓여있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사과를 보며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다른 생각들을 한다.

회사원, 화가, 의사, 작곡가, 경찰관, 목수 등 지나가는 사람마다 각자 다른 생각으로 사과를 바라본다. 그러자 가게의 사과는 이렇게 말한다.

“홍홍홍, 사람들은 나를 보고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해. 그러니까 백 명이 나를 보면 나는 백 개의 사과가 되는 거야. 홍홍홍, 그래서 난 한 개이지만 백 개인 사과야.”

한 가지 사물도 사람들이 몇 가지 생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여러 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같은 사물을 여러 가지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면 한 쪽 면만 보게 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면 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사물의 입장까지도 생각하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세상은 더 신기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람은 비록 두 개의 눈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입장까지 생각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수백 개의 눈이 더 생길 수 있다.

“고것 참 맛있게 생겼네.”

“요건 좀 비싸겠는 걸.”

이렇게 나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사과의 눈으로 세상을 좀 더 바라보자.

“그때 너 왜 그랬니? 조금만 참지 그랬어.”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을 보고 사과가 한 말이다.

“참 용하다. 어떻게 내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남들이 안 하는 그런 생각을 다 했어?”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에게 사과가 말한다.

“어휴, 그때 네가 쏜 화살을 맞고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하지만 정말 다행이야. 나의 아픔으로 너의 아들을 살렸잖아.”

윌리엄 텔에게 한 말이다.

“그땐 정말 미안했어. 계모가 시킨다고 독약을 머금은 채 당신에게 다가가서 그 사실을 감추고 있었으니 말이야.”

백설공주에게 한 말이다.

“갑자기 내린 우박 때문에 사과 농사를 다 망쳤다구요? 남은 것으로 `합격사과`를 만들면 어떨까요?”

우박 피해를 본 과수 농가에게 위로하며 하는 말이다.

이와 같이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자주 하면 창의력을 키우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Create yourself!

<포항제철지곡초 이용석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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