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차량이 `도로의 무법자`로 전락하고 있다.

차량 한대라도 더 빨리 견인하기 위해 `곡예운전`은 물론,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목숨건 도로질주를 하고 있는 탓이다.

대구시에 등록된 견인차량은 올 3월말 현재 528대이다.

구·군 별로는 북구가 149대로 가장많고, 달서구 145대, 달성 135대, 서구 67대, 동구 24대, 중·서구 각 3대, 남구 2대 순이다.

여기에 무등록 견인차량 까지 합하면 대구시내에서 영업중인 견인차량은 700대 안팍으로 추정된다.

▲견인차량 도로의 무법자

31일 오후 대구시 신천대로 상동교 부근에 견인차량 2~3대가 주차돼 있다.

정차돼 있던 견인차량들이 동시에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도로에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도 곡예하 듯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나갔다.

긴급자동차가 아닌데도 경광등을 부착하고 도심 한복판에서 사이렌을 울리고, 앞서 가는 차량을 향해 전조등을 번쩍이는 등 난폭운전을 했다.

앞서가는 승용차 운전자들은 슬그머니 속력을 늦추었다.

도청교 부근 차량한대가 고장나서 멈춰있는 것을 견인하기 위해 그렇게 속력을 내며 질주한 것이다.

현장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다른 견인차량이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견인차량들은 다잡은 고기를 놓쳤다는 듯 투덜대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대구시내에서 흔히 볼수 있는 모습이다.

▲생계수단이 범죄로 악용

견인차량 운전자들은 경찰 무전기까지 도청하는 등 생계수단이 아닌 범죄로 악용되고 있다.

정비 업소에서 견인차 운전기사에게 주는 사례비도 불법·난폭운전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경찰과 소방무전망을 도청한 견인차 운전자 정모(35)씨 등 2명이 통신보호법위반등의혐의로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4월초부터 경산시 모 견인업체 사무실과 차량에 채널무전기를 설치한 뒤 경찰과 소방서의 통신 내용을 하루 5시간씩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도 견인차량의 불법 운행을 단속하지만 힘이 부친다.

단속대상은 중앙선침범, 역주행, 신호위반, 주·정차 금지구역에서의 대기, 구조변경 승인없이 불법경광등 부착, 수건 등으로 번호판을 고의로 가리는 행위 등이다.

▲견인차량 목숨건 질주 왜(?)

대구시내에 수백대의 견인차량이 도로를 누비고 있다.

견인차량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견인차량 운전자들 사이 밥그릇 싸움을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견인차량운전자들은 모두 개인사업자이다.

대구시내 달서구에 소속된 견인차량 운전자는 “누군들 목숨을 걸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운전을 하고 싶겠느냐”며 했다.

1~2초에 적게는 6만원 많게는 15만원의 견인비가 걸려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난폭운전을 해야만 사고현장에 먼저 도착할 수 있다.

일반 운전자에게 긴급자동차인 것처럼 인식시키기 위해 장치한 경광등과 사이렌도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견인비용에 비해 적발시 부과되는 범칙금(2만원)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김성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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