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창문이 남향인 교실에서 교사와 칠판이 서쪽에 서 있는 국내 학교의 일반적 교실구성이 동양의 `예학`과 `생활과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안동의 한 향토사학자에 의해 제기돼 화제가 되고 있다.

`도산서원 혼천의` 등의 저자인 향토사학자 정진호(안동시 와룡면)씨에 따르면, 가르치는 교사가 동쪽이 아니라 서쪽에 서는 것은 `예학`에 맞지 않으며 좋은 기상과도 역행하지만, 현재의 국내 학교 대다수는 반대로 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정씨가 제출한 진정서를 받아 본 교육과학기술부는 장관 명의로 “충분히 검토해 학교정책 수립에 참고하겠다”라는 답변을 지난 6월9일 보내왔다.

정씨에 따르면 실제 근대 이전의 교육기관인 향교나 서원 등의 강당을 살펴보면 스승의 자리는 모두 동쪽에 설정, 원장이 동쪽에 앉고 원생이 서쪽에 앉는 형태를 취했다는 것.

그러나 근대 이후 국내 대다수 학교는 교실 창문이 남쪽을 보는 가운데 스승과 제자의 위치가 정반대로 뒤바뀐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전력수급이 비교적 어렵던 시절 교실의 채광 및 칠판의 가시성 등을 고려한 배치로 보인다는 게 정씨의 분석이다. 그러나 기왕에 교실 창이 남향이라면 현재 대부분 서쪽에 설치돼 있는 칠판을 정반대인 동쪽으로 옮겨 걸더라도 채광 자체에는 영향이 전혀 없다.

또 칠판의 가시성 역시 자연채광 상태에서 큰 차이가 없을뿐더러 전기조명이 잘 설치돼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교사가 해가 뜨고 밝은 기상을 지니는 동쪽에 서고 학생들이 이른바 향일(向日 : 해를 마주 대해 봄)하는 방향에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씨는 70여 쪽 분량의 논문을 통해 지구 북반구의 기후 및 운행의 특성, 전통 예학에 따른 당위성 등을 역설했다.

이 논문에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따른 북반구 기후 등의 특성 및 이에 따른 동식물의 영향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가운데 자연환경과 교실구조의 연관성, 전통예학과 현대문화의 장·단점 등이 서술돼 있다.

정진호씨는 “지금의 교실형태는 지난 근대 이후 100년간 이어져 왔지만 공감할만한 당위성이 없으며 오히려 예법이나 생활상식에 어긋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며, 교육부의 진지한 검토도 다시 한 번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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