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대기업 건설사가 설계 도면과 다르게 시공해 하자가 발생했다며 보상 및 재시공을 요구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포항시 남구의 D아파트 단지 960세대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지난 29일 오후 북구 장성동 D산업의 아파트 견본주택관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입주자대표회장 양창윤씨 등 집회 참가 주민들에 따르면 사용승인 이후 10년 간인 아파트 하자 보수기간이 지난 3월 27일 만료됨에 따라 전문업체에 의뢰해 조사를 벌인 결과 아파트 공용과 각 세대 점유부분에서 20여건의 하자가 드러났다.

설계와 다르게 시공돼 발생한 이들 하자의 결과, 외벽 시공 두께가 얇아 내부 철근이 외부로 드러나 부식되고 있으며 보일러 파이프의 직경이 설계 규격에 못 미치는 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주민들은 보수 가능한 하자 규모를 14억8천여만원 상당으로 산정하고 지난 3월 25일 회사 측에 보수 이행을 독촉하는 한편 직원을 불러 공동 조사·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회사 측은 외벽골조의 배부름 현상과 출입계단 단높이 시공 불량 등을 인정하며 주민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회사 측이 시공한 국내 200여개 단지에서 전례가 없다며 협상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이에 따라 지난 21일 포항시에 하자 손해보상을 중재해 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지자체의 관리감독 책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진정서에서 주민들은 포항시가 지난 1996년 2월 건축사업승인을 한 데 이어 1999년 3월 사용승인을 하는 과정에서 준공도면과 실제 미시공 및 오시공 부분을 확인하지 않아 주민피해가 발생한 만큼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민들은 포항시가 회사 측이 인정한 하자에 대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조정하지 않을 경우 부실한 건축행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공동 청구할 계획임을 통보했다.

양창윤 입주자대표회장은 “발견된 하자가 건축구조물이나 주민 생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만큼 중대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대기업을 포함해 국내 모든 아파트회사에서 관행이 돼온 설계와 다른 부실시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사업자와 지자체의 책임을 묻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항시 건축과 측은 “시공사에 보수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며“전문기관에 대한 판정의뢰 등 하자처리에 관한 법적절차를 거칠 계획이지만 그 결과가 다를 경우 비용이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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