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성(肝性) 혼수 : 간이 해독 작용을 못해서 암환자들이 겪는 발작, 혼수상태.
-전동균 시집 `거룩한 허기` (랜덤하우스·2008)
우리는 모두 제 어미와 아비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나왔다. 그러니 어미와 아비를 올려다 보는 일은 단언컨대 어떤 종교보다도 나랏일보다도 먼저요, 거룩한 일이다. 부모와 자식이 마주보는 이 일 앞에 그 어떤 일도 내세우지 마라. 다 거짓이다. 말기 췌장암 환자였던 아버지를 멀리 떠나보낸 전동균 시인의 그 막막한 심정이 그의 셋째 시집『거룩한 허기』 곳곳에 산재해 있다. 시「겉장이 나달나달했다」는 단 2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첫째 문장은 “말기-거였다”라는 긴 문장이고, 둘째 문장은 “장례비가 든 적금통장이었다”라는 짧은 문장이다. 아버지의 대화와 `-는데`, `-더니`의 거듭되는 반복적 사용으로 시집 속에서 10행으로 길게 처리된 첫 문장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췌장암 말기 환자였던 아버지의 극심한 고통과 못난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 또 이걸 헤아려보는 정동균 시인의 아픈 내면의 마음을 담고 있음이다. `겉장이 나달나달했다`는 시의 제목은 둘째 문장 “장례비가 든 적금통장이었다”를 설명하는 것이지만 제 몸의 원뿌리인 아버지와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시인의 지극한 슬픔의 무늬일 것이다.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그의 또 다른 시「밥」의 한 구절을 빌려 나는 `시(詩)`의 정의를 내려본다. “시가 본디/만물을 제자리에 모시는 간절한 그리움의 말씀”이다. 아, `거룩한 허기`를 헤아려 보고 또 그것을 언어로 그려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전동균 시인. 저 사내를 만나보고 싶다.
해설<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