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이영석 초대전… 오늘부터 대구 수성아트피아

이영석 作
“30여년을 그때그때의 생각에 따라 좌충우돌 하며 열심히 파헤쳤다. 그러나 항상 삽질의 끝은 나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 무(無)재주에 섣부른 논리를 앞세워 우겨도 보았으나 `이것이 나의 것 이다`라는 느낌은 없었다. 특히 최근 그동안 해오던 그림의 패턴도 지루해지고 더 이상 해볼 여지가 없다고 생각되어 공허한 마음에 그림도 시들해져 `뭐 참신한거 없나`고민 하던 차에 학생들이 벽에 색종이로 낙서를 해 놨는데 그 날카롭고 명쾌한 색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수묵을 위주로 하는 나의 작업이 시들해지면 가끔 담채를 써보기도 하였으나 색 테이프의 강렬함을 보는 순간 `저걸 써봐`하는 생각이 들었다. 색 테이프를 기존의 수묵위에 오려 붙이니 재미가 쏠쏠하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번 작업들이다.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기분이 들었고 보기에 좋았다. 그러면서 이러한 감각적인 것이 나의 본성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스친다. 좀 심하게 말하면 `나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신 차리고 눈을 부릅뜨고 삽질 할 때는 나오지 않던 것이 이렇게 어이없이 그 꼬리를 보여준다. 모든 화두를 던져 버렸다. 이제 나보고 `이게 뭐냐`고 묻지 마라. 나도 모르니까. 그냥 `보기에 좋았다.` 딱 그것이다. 그분이 오신 것일까?”(한국화가 이영석 작가노트 중)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25일부터 멀티아트홀에서 지역중견작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영석 초대전`을 마련한다.

한국화가 이영석은 한지 위에 수묵으로 그은 굵은 선과 여백이 만들어낸 기하학적 문양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 오고 있으며 현재 계명대 교수이다.

`연기` `영혼의 유전자 지도` `무념` `알 수 없어요`를 주제로 수묵 작업을 해온 작가는 그동안 존재의 본질에 대해 뿜어 나오듯이 펼쳐지는 편필(偏筆)의 움직임과 넓게 펼쳐지는 담묵(淡墨)의 먹선 위에 다시 짙은 먹선을 그어 만들어지는 선의 연결을 통해 이미지화 하는 작업으로 호평을 받아 왔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새로이 추구해오던 변화된 작업의 움직임은 보다 깊이 있는 내면세계로 형상화 되고 있는데, `나를 보다`라는 주제 속에 그동안 겹쳐 표현되던 먹색을 대신해 먹선 위에 색 테이프를 사용하여 그간 이루어 왔던 작업의 흔적들을 대신하고 있다. 먹의 번짐과 각양각색의 색 테이프들이 화면을 뒤덮어 먹선(墨線)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또 다른 조형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먹선 사이사이로 보이는 한줄기 빛과 같은 여백은 강렬한 색채를 보다 돋보이게 하여 작가가 의도하는 강렬한 이미지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삽질`이라고 말한다. 지난 30여 년간의 작업이 작가 자신에게는 늘 부족하다고만 여겨온 그가 최근 들어 진행되는 작업들에 대해서는 그냥 `보기에 좋았다.` 라고 일컫는다.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부터 영혼의 세계에 대한 사색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깊이 다루었을 만한 인간 본연의 문제이다. 20번째 개인전이 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는 `나를 보다…, 그냥 보기에 좋았다`를 주제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의 본질과 인간 본연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자리하길 기대되고 있다.

이영석 교수는 그동안 넓게 펼쳐지는 담묵의 먹선 위에 다시 짙은 먹선을 긋는 일관된 작업으로 사색과 고민의 결과를 담아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작은 변화가 감지된다. 먹선 위에 색테이프를 붙여 기존 작업의 흔적들을 대신했다. 먹의 번짐과 강렬한 색테이프들이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조형성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먹선 사이 보이는 여백은 강렬한 색채를 더욱 빛나게 한다.

작가는 “그동안 해오던 그림의 패턴이 지루해져 새로운 것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학생들이 벽에 색종이로 낙서한 것을 보고 명쾌한 색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색테이프를 수묵 위에 오려 붙이니 재미가 쏠쏠하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작을 중심으로 소품부터 대작까지 15여점이 전시된다.

이영석 교수는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20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한국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전` `한국화의 위상전` `1970~80년대 수묵채색화의 경향전` `한국현대미술속, 대구경북미술전` 등 20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문의 (053)666-3266.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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