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기 공개를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일기는 유족들이 전날 올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 쓴 100일치 일기 중 30일치를 40쪽 분량의 소책자로 만들어 배포됐으며, 말년에 느낀 삶에 대한 단상과 함께 전직 대통령으로서 갖는 시국인식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일기 내용 중 용산 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수사와 서거 등을 언급하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담긴 대목이다.

 용산 참사와 관련해서는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가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규정한 것.

 한나라당은 이처럼 민감한 내용이 담긴 일기가 공개된 것에 대해 국장 분위기를 감안해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장광근 사무총장은 “새로운 내용도 아니고 과거 김 전 대통령이 생존할 당시 다 나왔던 내용”이라며 “일기 공개를 갖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실인식이 다 똑같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면서 “이제는 화합과 상생, 국민통합의 대도(大道)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국민통합과 애도를 해야 할 시기에 갈등을 부를 소지가 있는 내용까지 공개한 것은 사려깊지 못한 것”이라며 “논란을 벌일 문제는 아니지만 수긍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당직자도 “정부가 국민통합을 위해 유족의 요구를 수용해 장례를 국장으로 결정했는데 민감한 내용의 일기가 공개돼 당혹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며 “의도적이지는 않았겠지만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당이 보기에) 민감한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 “하지만 공개된 부분이 대체로 부부간 애틋한 사랑 이야기 등 개인적 감상이고 예민한 부분은 오히려 배제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유서를 공개했다고 정치공세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일기라는 게 공개될 것에 대비, 정치적으로 쓰는 게 아닌 은밀한 기록”이라며 “일기 공개를 놓고 논란을 벌일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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