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행복 위해 열심히 뜁니다”

지난 16대 국회 때였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본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처음 보는 기괴(?)한 모습에 국회 본청을 나서는 국회의원들은 겸연쩍은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뒷머리를 만지는가 하면, 늘 지나치던 중앙계단을 뒤로하고 돌아서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날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에 출입하면서 처음 보는 모습인데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러게요”라고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2년여가 지난 17일 오전,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지역구민들에게 박수를 받는다. 누가 시켜서 하는 박수도 아니며 의도된 것도 아니다. 단지 “지역을 위해 힘쓰시는 의원에 대한 격려의 박수”라는 것이 지역민의 이야기다.

주 의원은 이동하는 차에서 관련한 기자의 물음에“내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좋은 것 같다”며 “할 수 없는 것은 힘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등 진실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 속의 정원

이날 주호영 의원의 일정은 오전 9시30분부터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어디 한 군데에서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틈이 없다.

대구 수성구 파동에서 벌이고 있는 노인 공간 마련을 위한 희망 근로 사업에서부터 주차장 건립, 주민들이 모여 있는 노래교실과 경로당 건설을 준비중인 가호 방문까지 이날 주 의원은 빠듯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그 빠듯함 속에 보이는 시골 분위기의 동네 풍경은 그윽한 미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주차장 정비 공사를 하던 곳에서는 주 의원의 방문에 때아닌 막걸리 파티가 벌어졌다.

이미 가정집에서 구워온 각종 전에 포도 등 푸짐한 안줏거리가 한 상이다. 오히려 “점심때까지 계시다가 국수 한 그릇 하고 가이소”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물론, 각종 현안에 대한 민원도 쏟아졌다. 다만 그것이 질책성이 아니라는 것. 어찌 보면 굉장히 소소한 민원들이 시의원이나 구의원이 아닌 국회의원에게 쏟아지는 것이 좋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한 골목에 가로등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나, 각종 사진과 시시콜콜한 일까지 고해바치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높은 사람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순박함이 아닐까.

◇주호영이 노래를?

주호영 의원이 노래를 불렀다. 물론 객관적인 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썩 잘 부르는 실력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국회에서 보였던 그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 그래서인지 주 의원의 두 번째 노래 도중에 마이크가 고장 나버리는 일도 발생해버렸다.

보통 국회에서 보이는 주 의원의 이미지는 `깐깐함`의 대명사다. 보좌관을 채용할 때도 몇 개월에 걸친 면접과 주변의 반응을 통해 결정을 하며,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법률지원단장으로 일하고 예산결산위원회 간사에 수석원내부대표 등을 맡아왔던 그다.

그런데 이날 방문한 `HAPPY MONDAY 노래교실`에서는 300명에 가까운 여성 앞에서 미리 준비해 간 현철의 `봉선화 연정`을 부르는가 하면, 자진해서 백년설의 `대지의 항구`을 불렀으며 마이크가 고장 났다는 핑계로 정훈희의 `호반에서 만난 사람`까지 나아갔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사실 노래방에서 술 한잔을 해야 노래를 하는데, 이렇게 노래 부르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특히 300명의 여학생들 앞에서 노래부르는 것이 너무 떨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노래하는 곳에 행복이 있고 웃거나 노래하면 행복해진다”며 “우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빨래와 다듬이질로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지금은 노래로 풀 수 있으니 지역민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남성보다 여성?

아주 오래전, 대선을 앞두고 각 선거 캠프 의원들의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 주호영 의원에 대한 평가는 단 한 마디 `배바지`였다.

실제로 지역구 민생탐방에 나선 주 의원의 이날 패션도 흰색 여름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였지만, 바지는 허리춤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런데 웬걸? 키가 그리 큰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것도 아닌 주 의원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게 아닌가. 악수를 하자는 말에 덜컥 손부터 잡아버리는 분부터 다가와서 슬며시 팔을 잡아끄는 분, 또 반갑게 맞이하면서 웃어주는 분 등 많은 여성들이 주 의원에게 관심을 보였다.

사실 여성 국회의원들이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경우는 더러 있어도, 남자 국회의원들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경우는 한선교 의원 등 방송인 출신 의원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주 의원의 키와 패션, 그리고 판사 시절부터 베인 깐깐함이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사안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동글동글한 동안이 매력이다.

그럼에도 주 의원은 “처음 선거를 할 때, 여성분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일이 너무 쑥쓰러웠다”며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힘든 일”이라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주 의원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진심으로 대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라는 주 의원의 말이 정답이 아닐까 한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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