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온 지 아흐레째,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바다 호를 타고 울릉도로 가고 있습니다.

물결에 조금씩 기우뚱거리는 책상에 앉아

그대에게 편지를 쓰는 지금,

스탠드 불빛 아래 작은 시간은 자정을 조금 지나고 있네요.

오후 10시25분 마산 항을 출발,

오색 불빛 찬란한 마창대교 아래를 유유히 지나

두 시간 남짓 만에 멀리 부산 동두말등대를 만났습니다.

바다에서 보는 부산의 밤 풍경에 괜스레 마음 벅차고

물결에 환하게 길을 낸 달이 너무나 고운 탓에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의 고단함이 스르르 지워지네요.

그간의 일정을 돌아보니 참 다난했습니다.

1박이 예정되었던 백령도에선 다행히 해병대 극기 훈련은 마쳤지만

태풍의 기운이 몰고 오는 파고 때문에

장병들과의 시간을 뒤로하고 부랴부랴 다시 배에 올라야 했지요.

다시 긴 시간 흘러 평택항으로 돌아와

장대비 쏟아지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목포에 닿았구요.

목포해양대학교 새누리호에서 잠을 자고는

다음날은 해남으로 여수로 발걸음 옮기며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의 삶 속으로 뜨겁게 스며들었지요.

손을 잡고 일을 돕고 특산물을 찾아다니며 영상에 담아

섬을 지나면 또 섬인 시간을 흘렀네요.

제주에서는 애광원을 찾아 지체장애 원생들과

삼성중공업을 찾았을 때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와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푸릇푸릇한 청년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 속에서

아, 저에게도 새로운 힘이 솟아 나는 걸 느꼈습니다.

함께 가고 싶었지요. 함께 흐르고 싶었지요.

당당하게 모든 보폭을 맞추며 뜨겁고 아득한 여름을 지나고 싶었습니다.

104명의 대학생과 보도진 그리고 도중에 합류하였다 내리는 응원자들.

왼쪽 가슴에 새겨진 `우리는 한 배를 탔다`는 로고를 새기고 또 새기며

지칠수록 손을 내밀고 잡으며 함께 가는 해양영토대장정.

이제 내일 오후엔 울릉도에 닿아 해안 순례를 하고

모레는 성인봉에 올랐다가 독도로 들어 갈 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내 나라 바다를 느끼고

해양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그에 대한 방책을 논의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 배를 타고 희망을 항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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