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선산출신의 파리장서운동가 이능학(李能學) 선생.

파리장서운동(巴里長書運動)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직후 유림 김창숙(金昌淑)등이 주동이 되어 파리평화회의(Peace Conference at Paris)에 독립탄원서(獨立歎願書)를 보내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우리나라 유림대표 곽종석(郭鐘錫) 선생 등 137명은 김창숙 선생의 연락으로 독립탄원서를 작성, 김창숙 선생이 탄원서를 가지고 상해(上海)에 가서 파리평화회의에 우송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발각되어 곽종석 선생 등 대다수가 일본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으며 일부는 망명하였다.

곽종석 선생 등은 옥에서 순사 하였고 그 밖의 사람들은 형에 못 이겨 죽고, 대다수가 처형된 사건이 파리장서운동이다.

특히 이 가운데 구미 선산출신으로 유일하게 산동면 송산리(松山里)에 거주한 이능학(李能學) 선생이 있었다.

본관은 여강(驪江), 자는 명가(明可), 호는 긍와(肯窩)이며, 경주 양동 수졸당(守拙堂) 후손으로 안동 금계의 서산(西山)문인이다.

파리장서운동은 서문에 `한국의 유림대표 곽종석, 김복한(福漢) 등 137인은 삼가 파리평화회의 제대위(諸大位)에게 글을 드립니다. 무릇 천지간에는 만물이 공생하고 있으니 이에서 우리는 햇볕을 같이 쬐고 화육(化育)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도리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싸우고 빼앗는데서 강약이 나누어지고 병합(倂合)의 권리를 남용하여, 대소의 차이가 생기면서부터 남의 생명을 해쳐 그 위세를 부리고 남의 나라를 훔쳐 가로채는 경우가 아! 천하에 어찌 이리도 허다합니까? 이것이 바로 하늘이 제대위로 하여금 천지의 정기를 받들어 햇볕처럼 밝히게 하고 교화를 행하여 천하를 하나로 묶어 대동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며, 만물로 하여금 각각 그 본성을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이 만국(萬國)이 동일하고 사해(四海)가 일로인데도 소문만 듣고 실덕(實德)을 입지 못했거나 원통한데도 공의(公議)에 알리지 못한 나라가 있다면, 어찌 제대위의 배려가 홀로 여기에만 제외될 수 있습니까? 대저 제외시킬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 피를 뿌리고 흉중(胸中)을 쏟아내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 또한 비통하고 절박하여 참을 수 없는 심정에서 울어나는 것이니, 제대위는 살피십시오.

아! 우리 한국은 천하 만방의 하나입니다. 영토가 삼천리이고 국민이 2천만이며 4천여 년을 유지보존 하면서 반도의 문명을 잃지 않았으니, 또한 만방에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

불행히도 근래에 강린(强隣)이 밖에서 압박하여 맹약을 억지로 맺고 뒤이어 국토를 빼앗으며 왕위를 폐하여 우리 한국을 세계에서 없애버렸습니다.

이에 이론의 소위(所爲)를 거론 하자면 일본은 병자년(1876)에 우리나라 대신과 강화에서 맹약하고 을미년(1895)에 청국 대신과 마관(馬關)에서 조약 하면서 우리 한국에게 선전포고 할 적에도 명확하게 우리 한국의 독립을 굳건히 한다는 사실을 성명으로 공포하였으니 이는 만국이 다 아는 바입니다. (중략)

공판(公判)에 논의를 더욱 넓히시어 햇볕의 광채로 하여금 두루 미치게 하고, 화육(化育)으로 하여금 유행(遊行)을 순탄하게 한다면, 종석(鍾錫)등은 나라를 잃었다가, 나라를 되찾을 뿐만 아니라, 또한 도덕이 일세(一世)에 펼쳐져 제대위의 할 일도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종석(鍾錫)등은 차라리 머리를 나란히 하여 죽을지언정, 맹세코 일본의 노예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2천만 생명이 홀로 천지의 화육을 입지 못하고, 방창(方暢)한 화기(和氣)를 한탄해서야 되겠습니까? 제대위는 도모(圖謀)하시오.`라고 개국(開國) 528년 3월 청원인(請願人) 곽종석 등 137명으로 되어 있다.

이달은 8·15 광복절이 있는 달이다.

매년 광복절이 다가오면 이능학 선생이 그립다.

한 세상 독립운동에 몸바친 유학자 이 선생이 고향에서도 잊혀져가고 있는 듯해 아쉬움이 더한다.

지역 향교, 서원, 박약회, 담수회 등이 앞장서고 뜻있는 기업과 지역 유지, 심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고향마을이나 독립운동 근거지에 조그마한 비석이라도 세웠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유림 즉, 지식인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실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파리장서운동을 후세에 길이길이 전했으면 좋겠다.

파리장서운동, 지금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러 줄 정신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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