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미국 등지에서 발병해 몇 달 사이 전 세계로 퍼진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이하 신종플루)`가 우리의 일상생활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신종플루는 초기 외국 여행객이나 외국인을 중심으로 천천히 퍼지다 최근 학교나 군부대 등의 집단 발병을 통해 급속히 전파돼 확진 환자가 1천700명을 넘어섰다.

9일 사회 각계에 따르면 학교나 유치원, 경찰서, 백화점, 병원, 회사 등 사람이 밀집하는 장소에서는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영어유치원인 PSA는 여름방학 때 외국에 다녀온 학생과 강사들이 많아 신종플루 전염 위험이 있다고 보고 개학일을 연기했다.

외국에 나갔던 학생과 강사들이 대부분 이달 2일을 전후로 귀국한 것으로 파악한 PSA는 신종플루 잠복기인 닷새 동안 발병 여부를 지켜보려 개학일을 4일에서 7일로 늦춘 것이다.

각 대학도 방학 때 해외 어학연수나 자원봉사를 떠나는 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의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동국대는 교내 진료소에 `발열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교환학생이나 해외 유학생이 오면 체온 검사 등 의료 지원을 하고 있고 숙명여대도 교내 국제봉사단체가 귀국하면 보건진료소가 곧바로 발열 체크를 하고 1주일 동안 전화로 상태를 물어보는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백화점도 신종플루에 조마조마하기는 마찬가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신종플루 확산 이후 매장 내 화장실마다 소독 효과가 있는 핸드크림을 비치했다.

AK플라자(옛 애경백화점)도 6월부터 전문 방역업체와 계약을 하고 매장 내 문화아카데미나 유모차 대여소, 유아휴게실 등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집중적으로 소독하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각 경찰서에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특히 유치장 방역에 힘써 일주일에 한 번씩 소독을 하고 모포 등 침구류 청결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유치인이 들어올 때 체온과 혈압 등을 검사해 근무일지에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예전에는 체온 측정은 본인이 `건강이 안 좋다`고 말하는 경우가 아니면 따로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전부 검사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해외에 나갔다 온 직원에게 일정 기간 출근하지 않고 신종플루 발병 여부를 검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에 다니는 김모(26.여)씨는 “외국 출장을 다녀오면 회사에 신고하고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재택근무를 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두산그룹은 출장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원에 대해서는 지정 병원의 간호사가 1주일간 매일 체온을 측정하도록 하고 있다.

신종플루가 확산돼 있는 나라를 다녀온 뒤 주변과 접촉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회사원 손진주(27·여)씨는 “한창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6월 일본에 가서 기념품을 사오고도 일주일간 주지 못했다”며 “내가 신종플루에 전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선물을 돌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