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저녁부터 찬바람이 불더니, 오전에는 비까지 오락가락하는 날씨다.

“대구 날씨가 대구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락거리기도 한다.

실제로 8월, 한 여름 섭씨 35도를 기록하던 대구의 날씨는 하루종일 가랑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더니 이내 한가을 날씨로 변하고 만다.

지난 1일부터 대구를 찾아 연일 지역구민들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홍사덕 의원 역시, “대구가 아닌 것 같다”며 “아침에 산보를 하는데, 서늘한 기운이 참으로 요상스러웠다”고 대구생활 2년째의 소감을 밝혔다.

"와서 보니까 대한민국에서 대구가 제일 소득 수준이 낮고, 대구에서는 서구가 제일 소득 수준이 낮은 것까지는 받아들이겠는데, 학교의 시설설비가 낮은 등 여러분들이 그러한 대접을 받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시민 위해 좋은일 했나” 질문 쇄도

제대로 된 `교육 인프라 구축` 약속

△ 홍사덕의 눈높이?

홍사덕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의 한 초등학교. 홍 의원이 `청소년들과 홍사덕의 한 여름밤 대화`에 참석한 아이들과 눈을 맞춘다. 질문은 한 가지.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홍 의원이 지역의 청소년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로운 지역구인 대구에서만 2번째이며, 전 지역구였던 서울 강남에서 개최한 것만 해도 근 20년 가까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서울 강남에서의 행사는 `강의경력`만 수십년인 홍 의원조차 통제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하지만 대구 속의 낙후지역이라 불리는 대구 서구에서의 `강연 아닌 강연`은 강남에서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디자이너, 물리학자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중에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겁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의사가 되라거나, 변호사가 되라고 강요하면 안됩니다”

하지만 홍 의원의 눈높이는 참여 인원에 있지 않다. 홍 의원 역시, “지난해에 이어, 대구 서구에서 두 번째의 행사인데 작년에 비해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 홍사덕의 이미지는?

행사에 나타난 홍사덕 의원의 이미지는 어떠할까.

“사실 지난해에 한 번쯤 보았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이상의 아이들은 기억하겠죠.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글쎄요” 홍 의원의 보좌관이 살짝 귀띔해준 말이다. 그래서인지 홍 의원이 진행하는 대화는 소란한 장터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어떤 학생은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이야기를 경청하는가 하면, 또 어떤 아이는 옆친구와 장난치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또 어떤 학생은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때문에,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이 어떠한 것을 기억할런지도 기약할 수는 없다. 다만, 홍 의원은 개의치 않는다. 그것이 아이들의 본모습이기 때문.

“내가 지금까지 한 얘기는 모두 잊어버려도 좋지만, 정말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는 하나 있습니다. 내일 아침부터 자기 이부자리는 자기가 정리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야 합니다. 지금 작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어른이 돼서 상사나 직장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지역구에서만 두번째 만남

돌발 질문에도 당황하기도

△ 아이들과의 소통

8월 6일, 한 여름밤이라고는 하지만 이내 해가 지더니 밝게 붉힌 조명이 아니고서는 앞을 바라볼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 행사가 벌어지는 야외 스탠드에서 바로 앞에 있는 홍 의원의 얼굴조차 알아보기도 힘들다. 그런 어둑한 곳에서의 대화.

그렇다면 홍 의원과 아이들간의 대화는 무엇일까. 한참 자라고 있는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공부에 대한 이야기, 친구와의 관계 이야기,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한 여학생은 `친구와의 배신`에 대한 곤혹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또 어떤 남학생은 `시민들을 위해 좋은일은 무엇을 하셨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홍 의원은 엄청난 강의 경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급작스러운 아이들의 질문에 자근한 대답을 이어가지만, 말문이 막히는 경우 또한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의 "외국어는 어떻게 하면 잘 할수 있어요"라는 질문에 잠시나마 헛웃음이 나오기도….

△ 한여름밤의 대화

“대구 서구의 숙원인 서대구 공단에 대한 재개발. 그리고 지역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의원은 “이 같은 행사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며 "지역의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학부모님들과 지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홍 의원은 “내년에 만날 적에 한 가지만 물어볼 겁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고마운 사람이 되고, 앞길이 열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가 자고 난 이부자리를 자기가 정리를 했는지 반드시 물어볼 겁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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