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송도구항에 주둔 중인 해경이 사전 홍보도 없이 하루 종일 훈련을 강행하는 바람에 동빈부두 인근 주민과 사무실, 교회 등이 극심한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해마다 계속 돼 온 이 같은 악순환은 해경부두가 영일만항 등으로 이전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워 당국의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포항해양경찰서는 비가 내린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간에 걸쳐 `2009년 하반기 해상종합훈련`의 일환으로 정박훈련을 벌였다.

해경은 이날 5척의 소형 경비정을 부두에 정박시킨 가운데 지휘관이 확성기를 이용해 수십명의 의경들을 통솔했으며 비상등을 켜고 고성의 싸이렌을 울려대기도 했다.

평소 간간이 울리던 소음과 달리 이날 훈련이 하루 낮 동안 이어지자 송도구항 건너편의 동빈부두 일대 주택과 가게, 관공서들은 열어 두었던 창문을 닫고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특히 바로 건너편의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은 오는 9일 컨테이너항 개항을 앞두고 일부 부서가 막바지 행사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해경의 훈련으로 인한 돌발상황에도 불구하고 관공서의 특성 상 항의도 못한 채 골머리를 썩혔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국가기관으로서 함께 공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평소에는 훈련에 따른 불편을 묵묵히 감수해왔다”면서 “하지만 거의 종일 이어진 확성기와 싸이렌의 소음으로 직원들 모두 일손이 잡히지 않아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인근 교회의 신자 K씨(53·여)도 “교회가 해경 부두와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어 그동안 훈련 소음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린 데다 훈련 시간 마저 평소 보다 훨씬 길어 모두들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포항해경이 훈련을 앞두고 동빈내항을 통행하는 어선들에 대해서만 안전상의 주의를 당부한 채 인근 주민들에게는 소음피해 등에 대한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는 등 부주의로 빚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해경은 “언론을 통해 이번 훈련을 충분해 홍보했다”면서 “하지만 훈련이 실전을 방불케 할 만큼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주변 일대가 많이 시끄러웠을 것이다. 인근 주민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포항KYC 관계자는 “해경이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동빈내항 인근 주민들이 감수해온 피해를 고려해 대책 수립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며 “특히 동빈내항 복원공사가 이미 실질적인 착공에 들어간 만큼 영일만항 등에 해경부두 대체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재현·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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