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이웃사랑 나눔봉사회` 김재술·김진녀씨
하루 평균 130~150명 노인들에게 식사 대접

3년째 지역의 어르신들께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이웃사랑 나눔봉사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술(64)·김진녀(58)씨 부부가 주인공.

97세의 노모를 모시고 사는 이들 부부는 `나누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소신으로 하루 평균 130~150여명의 노인들에게 일요일을 제외하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점심을 대접한다.

이들 부부의 하루 시작은 새벽 5시부터다. 단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지만 하루하루 장을 봐야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그들의 고집 때문이다.

오전 11시가 넘어서자 조금은 이른 점심시간이지만 어르신들이 급식소로 들어선다.

매일 겪는 일이지만 `배가 고파 일찍 오신 게 아닌가`란 생각에 부부는 마음이 급해진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어르신 다 돼 갑니다”

딴청 피울 새가 없다. 주방은 한 여름 불볕더위와 가스불로 찜통이다.

한 대의 선풍기가 오를 대로 오른 주방의 열을 식히기에는 무척 버거워 보인다. 위생복에 앞치마까지, 온몸이 땀으로 샤워를 하고 있고 부부는 수건으로 연신 얼굴에 땀을 닦아낸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어르신들의 식사 공간에는 큰맘 먹고 중고지만 에어컨 한 대를 구입했다. 30평 남짓한 급식소, 월 30만원을 주고 세를 얻었다.

비록 한 끼 밥이지만 맛있게 식사를 하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들 부부지만 마음 한곳에는 늘 죄송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에 비해 식사 공간이 너무 좁아 자리가 없는 분들이 쪼그리고 앉아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한 어르신께 “조금만 기다렸다가 식탁에서 드시라”고 애원해 보지만 한사코 “괜찮다”고 하신다.

1시간여의 한바탕 소란이 끝나자 부부와 봉사자들은 웃음 섞인 긴 한 숨을 내 쉰다. 남은 거라곤 몇 공기의 밥과 찬, 제법 많아 보이는 설거지 거리가 전부다. 하지만 흔한 식기 세척기도 살균기도 없다. 때문에 주방기구나 식판, 수저 등은 매일 삶고 소독한다.

“좀 갖추고 수월하게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형편도 형편이지만 정신적, 육체적 노동이 뒤따르지 않는 봉사는 없다”며 “내손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웃게 했다”고 부부는 입을 모아 말했다.

또 “하루 3~5명의 봉사자들의 도움이 없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한다”며 “정성을 다해 도와주는 봉사자들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설거지와 청소 등을 마치면 오후 3시, 급식소를 나서는 부부의 모습이 무척이나 지쳐보였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항상 그림자처럼, 한 몸처럼 늘 함께 하는 서로가 있어 해맑은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지 않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듯 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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