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구미국가산업단지 상당수의 기업들이 대기업 인수·합병이나 지분 변화에 따라 회사명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구미공단내 상호를 바꾼 기업들 가운데 LG 계열사가 많고, 가장 최근에 바뀐 기업은 브라운관 생산업체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다.

2001년 LG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가 50대 50의 지분으로 공동 투자해 설립한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LCD나 PDP 등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에 밀려 브라운관 TV가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LG전자와 필립스가 2006년 초부터 사실상 회사의 지분을 정리하면서 채권단에 의해 관리됐던 이 회사는 최근 외국계 투자펀드에 매각돼 지난달 `메르디안 솔라 앤 디스플레이`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이에 이 회사는 업종 쇠퇴로 모기업이 손을 놓으면서 LG전자나 필립스와는 무관한 새로운 회사로 거듭 태어났다.

또한 같은 LG 계열사였던 LCD 생산업체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여러 번의 개명 끝에 지난 1999년 LG전자와 필립스의 합작으로 LG필립스LCD로 출범한 이후 LG필립스디스플레이와 이름이 비슷해 많은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이밖에 LG계열사로 구미에 본사가 있던 LCD 부품회사 LG마이크론도 지난 7월1일 LG이노텍에 흡수·합병돼 이름이 사라졌고, LS전선은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이 분리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는 등 구미지역 LG 계열사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리고 구미에 사업장이 있는 삼성 계열사 가운데에는 삼성코닝이 두드러진다.

삼성코닝은 지난 1973년 미국 코닝과 삼성전자의 합작으로 설립돼 브라운관용 유리를 주력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세계적인 브라운관 TV 시장의 쇠퇴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다가 지난 2007년 11월 LCD 패널용 유리 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에 흡수·합병됐다.

1995년 설립된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상 삼성코닝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였음에도 오히려 삼성코닝을 합병해 많은 화제를 낳았다.

또한 1972년 설립된 삼성 계열의 제일합섬(주)에 뿌리를 둔 웅진케미칼은 (주)새한을 거쳐 지난해 3월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고, 도레이새한은 새한이 지분을 일본 도레이에 다 넘기면서 내년께 이름을 바꾸기로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호를 변경한 기업체 한 관계자는 “처음에 입사한 사업장에서 수십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회사 이름이 자주 바뀌면서 내 뜻과 관계없이 여러 회사를 옮겨다닌 셈”이라며 “이처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 속에 일하고 있는 자신이 언제 회사에 짤릴지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승호기자 sh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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