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클린턴 방북 먼저 요구
김위원장과 3시간15분 접촉
6자 당사국에 `사전 양해`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이 4일 미국 고위 당국자의 설명을 토대로 전한 클린턴의 방북 결정에서 석방에 이르는 막후협상의 전모는 이렇다.
북한은 협상 과정에서 여기자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두 여기자가 소속된 미국의 케이블방송 `커런트TV`를 소유한 앨 고어 전 부통령도 여기자 가족과 미국 정부 사이에서 연락 역할 등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북한 측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역시 여기자들의 석방에 중재자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 당시 우호적 북미 협상 분위기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이들은 평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오바마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여러차례 브리핑을 받았으며 방북 직전인 지난 1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사는 워싱턴의 자택에서 브리핑을 들었다.
그의 방북이 개인적 차원의 성격만 띤 것이 아님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고어 전 부통령의 경우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여기자 석방문제를 상의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당국자들은 밝혔다.
두 여기자의 석방을 위한 전기는 7월 중순 북한 당국이 허용한 여기자들과 가족 간의 전화 통화에서 마련됐다.
이들은 가족과의 통화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다면 자신들을 풀어줄 용의가 있다는 북한 측의 의사를 전했다.
가족들은 이를 오바마 행정부에 전달했으며,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이 임무를 맡을 용의가 있는지 타진한 것은 지난달 24~25일께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와 관련, NYT는 고어 전 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방문을 요청했으며, 클린턴 역시 제안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힐러리와 북한 당국의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가는 와중에서도 막후 협상의 진전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힐러리도 북한에 보낼 인사들을 추천하는 등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신경을 쓴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미대화하고는 관련이 없는 것이며 또 핵 문제하고도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못박으려는 것이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그리고 북한 또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사적 성격이며 여기자 석방에 초점을 맞추는 인도주의적 차원임을 직접적으로 용인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당국자들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인접 당사국 관계자들을 만나 이번 방북의 성격이 인도주의적 성격에 국한된 것임을 미리 알리고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일행들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1시간15분가량 만났으며 이후 2시간가량 이어진 만찬에 참석했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한편, 미 당국자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북한이 그간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행동을 중단할 명분을 찾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의 이 같은 대화 노력은 최근 수주 간에 걸쳐 북한과의 긴장 완화에 주력한 한국 정부의 지원에도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WP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