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지퍼 백에 하나 둘 물건을 담아 큰 가방에 담습니다.

최대한 가벼운 옷들과 편안한 신발, 모자와 비옷, 영양제와 비상약을 챙기고

수첩과 녹음기 그리고 카메라와 충전기는 노트북과 함께 넣구요.

깊은 밤 군함 침대에 엎드려 누군가에게 쓸 엽서 몇 장과 우표,

간간이 읽을 작은 글씨의 단행본도 두어 권가지 챙기고 나니

짐은 어느새 산더미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멀미약이 빠졌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저러나 왜 이리도 설레는지요.

오늘밤은 아마도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104명의 대학생들과 보름 남짓 함께 할 해양영토대장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육로를 한 발 한 발 디디며 내 나라의 흙내를 맡는 행사는 많았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닷길을 헤치고 항해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지요.

그러기에 더욱 벅찬 기대와 떨림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네요.

평택항에서 해군 LST로 출항하여 서해안 최북단 백령도를 거쳐

목포에서 다시 목포해양대학교 한누리호를 갈아타고

여수, 마라도, 제주도를 지나 마산에 이르지요.

마산에서 한바다호로 교체 승선하여 거제, 울릉도, 독도,

그리고 부산항에 닿는 길고 긴 항해를 우리 모두는 즐거이 준비 합니다.

그저 바다의 풍경만을 감상하며 망망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도시에 정박하여 바다를 끼고 사는 사람들과 유적을 만나고

봉사활동과 퍼포먼스, 그리고 갖가지 체험을 하게 되지요.

서해안 최북단 백령도에선 해병대 극기체험을 한 뒤 화합의 밤을 갖고,

목포에선 우수영 강강술래를, 여수에서는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아 볼 것입니다.

제주에선 자연이 선물한 올레 길을 걷고 바다의 어멍 해녀들과 함께 하고,

거제 애광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독도에선 각자가 가져 온 지역의 흙을 한 데 모으며 의미를 되새길 거구요,

저녁이면 다시 배에 올라 밤바다를 흐르며 둘러앉아 젊은이들은 조별 토론을 할 것입니다.

저는 그 창창한 젊음의 눈빛과 마음을 읽으며 하루하루 일정을 글로 옮기게 되겠지요.

우리는 과연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요.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간 후에는 모두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까요.

가방을 챙기다가 다시 일정표를 봅니다.

해양문화재단이 주관을 하였지만, 그 외에도 참 많은 단체가 함께 했네요.

모두가 차세대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에게 거는 기대와 희망 때문이리라는 걸 알기에

순간순간은 분명 값지게 흐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에서 확장되는 무수한 효과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확연합니다.

문득, `산이 있어 강 흐르나니`라고 쓴 석정의 글씨가 떠오릅니다.

모두가 산이고 강이겠지요.

저,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밤바다 유유히 흐르는 외로운 시간 울렁이는 선상의 침대에 엎드려

그대에게 꼭 한 장 편지 또박 또박 띄울 것을 약속합니다.

이 편지가 그대의 왼쪽의자에 놓일 즈음

저는 망망한 바다 위에 있을 겁니다.

몸에 넘치는 짐을 짊어지고

보름 남짓 바다로의 설레는 항해를 꿈꾸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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