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호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업인들이 사상 최악의 흉어(凶漁) 사태로 시름에 빠져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올 들어 안동호가 극도로 낮은 수위를 보이며 몇 달 동안 바닥을 드러낸 탓에 어업인들은 배조차 띄워보지 못하는 상태에 놓였었다. 그러다 최근 장맛비로 안동호가 예년의 수위를 회복했지만, 기대만큼 고기잡이가 안 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민물어업 허가를 받아 안동호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어민 28명은 고기잡이 성수기인 가을까지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안동호 자주어촌계(어업인회) 박기복 회장은 “댐 상류권 전체가 바닥을 드러낸 올해는 장마 전까지만 해도 어민 전체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며 “수위 회복 후 고기잡이가 재개됐지만 어획량은 기대에 못미친다”고 털어놨다.

박 회장에 따르면 최근 고기잡이 재개 이후 붕어와 잉어의 어획량이 특히 많이 줄었다.

그나마 고소득성 어종으로 분류되는 쏘가리와 장어 등 일부 어종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꾸준하게 잡히고 있지만 이들은 평균 어획량이 적다.

따라서 안동호의 터줏대감 격인 어종이자 주류를 이루는 어종인 붕어와 잉어의 부진은 어민들의 흉어 체감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안동호 주변 어민들은 한결같이 “물고기의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안동호가 배스낚시터로 주목받는 데서 보듯 배스와 블루길 등 육식성 외래어종이 자리 잡은 탓과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불법 정치망 탓으로도 분석된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되풀이된 봄 가뭄으로 물고기들의 산란도 여의치 않았을 것으로 어민들은 풀이하고 있다.

수몰민 이주단지인 도산면 서부리의 어민 A씨는 “불법 정치망과 가뭄, 외래어종 번식 등 악재가 겹쳐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있다”며 “민물 어고의 명성을 회복하려면 불법어로 감시강화 및 생태조사에 이은 효과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동시 내수면계는 지난 1998년 이후 안동호의 연중 어획량 집계를 중단한 상태여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근 흉어상황에 따라 지난달 말 붕어와 잉어 어린물고기 각각 10만 마리, 쏘가리 2만 마리를 안동호와 임하호, 길안천에 나눠 방류했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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