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양 여운형 선생의 딸인 려원구(81)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의장이 사망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31일 전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며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의장인 려원구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여 이날 고인의 영전에 화환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통신은 려 의장의 구체적인 사망 일시와 사인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려 의장은 1928년 11월 서울 종로구에서 여운형 선생의 셋째 딸로 태어나 1946년부터 8년간 모스크바에서 유학을 한 뒤 1954년부터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교수로 활동하다 1991년 우리의 교육부 차관급인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다.

 1998년 2월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북측본부 부의장, 그해 4월에 대남기구인 조국전선 의장을 맡았으며 같은 해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를 시작으로 올해 선거가 이뤄진 12기까지 세 차례 대의원에 피선됐고, 1998년 9월부터 9년 반 동안 우리의 국회 부의장격인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으로 활동했다.

 각종 남북간 행사에도 활발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공항 영접 및 환송행사, 환영만찬, 여성계 인사 좌담회 등에 두루 참석했으며 2007년 정상회담 때는 백화원 초대소 영빈관에서 열린 권양숙 여사와 북측 여성 지도자 간 간담회에 참가했다.

 특히 2002년에는 남한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회에 참가해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아버지 여운형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또 우리 정부는 여운형 선생을 그동안 좌파 또는 사회주의 계열이라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서훈대상에서 제외해오다 2005년 3월 건국훈장 2등급인 대통령장을 추서하고 려 의장에게 전하려고 했으나 려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통일신보(2005.3.7)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남조선 당국은 과거의 독립운동가들을 공산주의 계열이니 친북 계열이니 하고 편을 가르면서 이전 군사독재 시기와 본질상 다름없는 이념논쟁 마당을 펴고 있다”며 “우리 아버지를 제멋대로 평가하면서 훈장을 주려 하는 것은 당치않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국훈장 중 2등급인 대통령장 추서 결정에 불만을 표시해왔던 몽양 선생의 국내 유족들이 결국 서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언니인 려연구씨도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부의장 등을 역임하다 1996년 9월 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