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안동` 역사적 가치 부각시킨 `컨텐츠 개발` 절실

본지는 `공민왕과 안동`을 주제로 앞서 4회에 걸쳐 공민왕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안동과의 관계, 유물과 유적 등을 살펴봤다. 공민왕이 안동 지역에 남긴 것은 공민왕가에 대한 신앙으로, 또는 현판 등 필적으로, 더러는 하사한 유물과 이때 쌓았다는 산성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민왕이 1361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에 와서 머물렀던 역사적 사건은 이처럼 많은 문화유산을 남기게 했다. 그렇다면 이미 65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공민왕 관련 문화유산(역사의식과 문화현상)을 어떻게 보존하고 전승해야 하는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유물 등 문화유산의 퇴색

놋다리밟기 등 일부 제외하고 거의 방치

공민왕의 안동 체류역사를 재현하는 행사가 한창이던 지난 5월29일 안동시청에서는 공민왕 관련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전승할지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열렸다. 주제발표에 나선 한양명(안동대학교 민속학과) 교수는 현재 놋다리밟기 등 공민왕의 몽진에 연원을 둔 놀이를 비롯해 수많은 설화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방치상태에 있음을 지적했다.

우선 공민왕이 하사한 물품들만 살펴보더라도 안동시 북문동의 태사묘 내 보물각에 보관중인 일부 유물은 훼손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안동을 비롯해 봉화 등지에 산재한 성곽들도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퇴락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형의 문화유산도 그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변질돼 있는 현실이다.

공민왕가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앙은 일부를 제외하면 전승력이 상당히 약화돼 있어 축소되거나 형태가 변해버렸다. 공민왕의 안동몽진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는 여성들의 놀이 놋다리밟기도 원형이 바랬다. 수많은 설화들 역시 지역의 노인들에게만 전해지고 있어 그들이 세상을 떠나면 쉽게 단절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양명 교수는 “체계적 보존과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물 보존방안 시급

태사묘 보물각, `고려문화전시관` 규정 필요

태사묘 보물각에 보관된 공민왕 하사품 등 유물의 보존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 혁대는 가죽이 훼손됐고 장식판이 부식됐다. 직물류는 원래 9종류에서 지금은 5종류만이 남아 있는데 그나마도 섬유가 변색되거나 약해지는 현실이다. 지난 2007년 보수작업을 거친 보물각은 온도와 습도조절이 가능한 장비를 도입하는 등 비교적 공을 들였지만 전시면적 부족이나 체계적인 전시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이와 관련 “시급히 고려해야 할 것은 현대적인 전시공간의 확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야 만이 관련유물의 역사적 의의를 일반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물각에 보관된 자체유물뿐 아니라 공민왕이 남긴 여타의 문화유산을 비롯해 고려시대와 안동의 연관성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는 평가다. 다시 말해 고려 당시를 한눈에 조명할 수 있는 `고려문화전시관`으로 규정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것.

구체적으로 유실되거나 훼손된 유물의 복원품을 포함한 보물각 유물과 함께 공민왕 관련 산성의 모형, 신앙문화와 관련한 소재, 놀이와 설화 등의 컨텐츠를 개발해 전시할 수 있다. 또 안동의 삼태사 관련 유적과 하회탈, 고려시대 안동의 인물, 당시의 불교문화 등 전반적인 유산형태를 수렴해 전시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성·신앙의 보존과 전승지원 필요

엄밀한 지표·시굴조사 선행뒤 복원 추진

현재 공민왕과 관련한 산성은 모두 11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산성들 대다수가 그동안 방치되면서 겨우 그 자취를 확인할 수 있거나 아예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경우도 있다. 이들 산성의 원형을 복원하자면 상당한 시일과 경비가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복원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큰 원칙을 세우고 엄밀한 지표조사 및 시굴조사를 거친 뒤 단계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게 학계 등의 요구이다.

한편, 공민왕가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앙은 현재 크게 약화돼 있다. 상당수가 전승이 끊겼으며 겨우 전승되고 있는 경우에도 축소되거나 원형이 변질됐다. 공민왕신앙 중 주민들이 동진과 서진으로 편을 나눠 진법을 펼치는 풍산읍 수리 별신굿은 역사적 사건을 연극화했다는 점에서 그 독특함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원래 수리 별신굿은 공민왕 군대가 적을 물리치는 과정을 형상화한 것으로 대규모 지역 축제였다가 일제강점기에 전승이 끊겼던 점에 비춰 전승지원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신앙의 현장, 산성의 현장, 설화의 현장 등에 대한 학문적 조사 등은 이미 상당수 이루어진 만큼 앞으로는 관련지역에 안내판과 표석 등을 설치하는 1차적 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중론. 공민왕과 관련된 모든 유적지에 안내판과 표석을 설치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요구다.

고려속에서의 안동 이미지 점해야

`공민왕 축제`, 독립축제 육성 바람직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놋다리밟기 및 차전놀이(동채싸움)로 유명한 `안동민속축제`까지 안동은 전통축제의 고장이다. 여기에다 올해 안동시는 안동예술제 기간을 이용해 `고려 31대 공민왕 70일 체류역사 재현` 행사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을 축제화하는 과정에서 안동 지역은 공민왕과의 인연을 대외에 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양명 교수는 “공민왕 축제를 마땅히 독립축제로 육성해야 하며 몽진 자체 보다는 고려시대의 안동문화를 집약적으로 제시해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올해 공민왕 몽진 관련 행사는 첫 시도인 만큼 비교적 단순하게 진행됐지만, 보다 역동적이고 폭넓은 축제 컨텐츠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공민왕 몽진과 관련된 놋다리밟기나 고려 왕건과 관련한 동채싸움 등을 축제의 연행으로 삼고 마당극 등 현대적 공연물을 제작해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동은 공민왕 시대를 포함해 고려조에 두 번씩이나 임시수도 역할을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고려의 안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려 왕실과 조정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해 왔다. 고려조에 융성했던 불교문화는 안동에서 왕실의 원찰인 용수사(안동시 도산면 운곡리)를 통해 꽃 피웠으며 이후의 양반문화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해 고려와 관련한 끈질긴 인연과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고려관련 문화유산을 갖춘 안동은 남한의 어느 지역보다 고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 교수는 “통일 이후를 대비해 미래지향적, 역동적 지역이미지와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고려의 안동`을 부각시킬 필요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동시는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과의 자매결연 추진을 오래전부터 계획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한에서 개경의 고려왕조와 가장 깊은 인연을 맺었던 도시로서 분단상황 극복에 노력을 보탠다는 계획이며 이를 통해 역사문화의 도시로서 안동시는 앞으로 무한한 경쟁력이 기대되고 있다. <끝>

/정태원·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

♠자문: 한양명(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권두현(안동축제관광조직위 사무처장, 안동대 출강)

♠사진자료 제공: 사진작가 강병두·안동시청 문화예술과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