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전역서 월평균 100여마리가 보호소로 보내져
50%는 자연사·20%는 전염병 감염 등으로 안락사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 반려동물들이 버림받고 있다. 28일 포항시에 따르면 2008년 616마리에 불과하던 포항지역 유기동물은 지난해 689마리, 올해 10월 말 현재 750마리 등 해마다 늘고 있다. 포항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소인 `한국동물테마파크`에서 하루 동안 유기동물의 보모가 돼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지난 2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장리에 위치한 한국동물테마파크. 이곳에는 고양이 50여마리와 유기견 250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2시간 동안의 견사 세척 및 소독작업을 마치고 나니 하얀색 몸에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유기견이 눈에 띄었다. 유독 눈동자 주변이 까만 이 유기견의 이름은 `포착`이다. 3년 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란 방송프로그램에서 `신발킬러`로 소개됐던 주인공이다.

방송 전 떠돌이 생활을 해왔던 포착이는 한국동물테마파크에서 구조돼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됐다. 그러나 포착이를 입양했던 주인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된 한국동물테마파크 측은 다시 포착이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왕년의 TV스타 역시 좋은 주인을 만나지 못해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한국동물테마파크 최재호 사무장은 “포항 전역에서 이곳으로 오는 유기동물은 월 평균 100여마리에 달하며,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버리는 경우도 있고, 전염병에 걸린 반려동물의 치료비가 아깝다며 유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50%가 자연사로 숨지고, 20%는 전염병 등에 감염돼 안락사 된다. 나머지 30% 중에는 좋은 주인을 만나 입양되는 경우도 있다.

3~4개월 전 오천에서 구조된 어린 암컷 시추 `오천`이는 불의의 사고로 한쪽 눈알이 없다.

다행히 상처가 잘 아물어 건강해진 오천이를 본 한 시민이 “집에 유기견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같이 키우고 싶다”며 입양을 해 갔다.

오천이처럼 좋은 주인에게 입양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입양되는 유기견의 수는 미미하다.

오히려 입양한 유기동물을 다시 유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김용우 한국동물테마파크 관리팀장은 씁쓸하게 말했다.

이처럼 유기동물이 늘고 있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 때문이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웠다가 버리기를 반복하는 세태가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한국동물테마파크는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고 입양 후 사후관리 확인 등에 협조할 수 있는 이들에 한해 서약서를 작성한 후 소정의 책임후원금을 받고 유기동물을 분양하고 있다.

최재호 사무장은 “반려동물 사육 전 충분히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대하는 시민의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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