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반쯤 담긴 항아리가 있다. 여기에 준비해온 크고 작은 돌들을 모두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모래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돌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항아리를 비워내고 시도해본다.

이번에는 항아리에 큰 돌, 작은 돌을 순서로 해 먼저 넣고 마지막으로 모래를 쏟는다. 모래들은 크고 작은 돌들의 사이를 채우면서 꽉 차 들어간다. 마침내 항아리에 큰 돌, 작은 돌, 모래들을 모두 채워 넣을 수 있게 됐다.

시간관리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로써 항아리는 한정된 시간을 나타내며 큰 돌, 작은 돌, 모래는 일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메시지는 재무설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수입은 한정적이지만, 지출은 무한정적이다. 다시 말해 현재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는 힘들지만, 돈만 있다면 써야할 곳은 끝이 없을 만큼 많다. 우리는 이러한 수입과 지출간의 불균형으로 인해 각자 나름의 우선순위를 가지고 지출을 결정하게 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긴급성이 지출의 우선순위가 된다. 당장 눈앞에 닥친 급한 지출부터 먼저 해결하는 식이다. 대출 원금과 이자, 밀린 카드대금, 생활비, 교육비, 외식비, 용돈 등 대부분의 소비성지출들이 긴급성을 가진다. 이러한 긴급성 위주의 지출내용을 분석해 보면 과거의 사용에 대한 대가인 부채상환과 현재의 사용에 대한 생활비가 자리를 차지한 나머지 미래의 사용을 위한 저축은 뒤로 밀려나서 들어갈 자리가 없기 일쑤다.

그에 비해 중요성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면 인생의 중요한 지출들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미래의 사용이 예상되는 지출되는 항목에는 자녀대학결혼자금, 노후자금 등이 있다. 이러한 자금들의 공통점은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지만 미리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향후 부족한 자금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도 여유 있는 생활은 아니지만 앞으로 수입 없이 다가올 노후를 비롯한 미래 필요자금들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출의 우선순위를 긴급성에서 중요성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입은 현재시점이지만, 지출은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모래, 작은 돌과 같은 과거-현재의 소비성지출에만 관심을 둔 나머지 정작 큰 돌만큼이나 중요한 미래를 위한 지출인 저축과 투자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CFP(국제공인 재무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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