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련법이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이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함께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의 국회통과는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제한해온 이른바 금산분리 규제가 사실상 막이 내렸음을 뜻한다. 이 법이 오는 10월부터 시행이 되면 산업자본이 은행 또는 금융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현행 4%에서 9%로 늘어난다.

이는 정부가 산업자본의 은행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며 1995년 산업자본의 주식보유한도를 8%에서 4%로 낮춘지 14년 만에 정부 스스로 이 문턱을 허문 것이다. 이 법의 입법취지는 금융 계열사와 제조업계열사가 뒤얽혀 있는 대기업집단을 지주회사로 전환을 유도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화하자는 것이라고 정부 여당은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이제까지 산업자본을 감시하고 견제 역할을 해온 금융산업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우리는 지난 1997년 외환금융위기와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인한 2차 금융위기의 뼈저린 체험을 한 바 있다. 1차 금융위기는 재벌의 과잉투자로 말미암은 경상수지적자와 금융권의 과잉대출, 그리고 감독기구의 부적절한 감독 등에 따른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으나 총체적으로는 재벌의 과욕과 감독기능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2차 금융위기 역시 재벌기업들의 무모한 신용카드업 외형키우기 경쟁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고 이때 역시 금융감독의 부재가 이를 부추겼다. 이처럼 불과 수년 전에 겪은 뼈저린 체험이 남아 있는 국민들로서는 금융업에 재벌진입 문턱을 낮추고 금융 감독의 고삐도 늦추는 정부·여당의 정책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국민의 불안을 해소 하고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머뭇거리는 국가 경제의 분명한 초석을 다지려면 개정된 법안의 시행에 앞서 더욱 효율적인 금융관리 감독 방안을 찾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 정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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