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국민정부, 참여정부 시절부터 인사청문회와 인사 추천에서 구설수에 올라서 낙마한 분들이 많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몇 분이 있다.

이번 검찰총장 낙마는 아주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인사권자의 빠른 판단을 국민은 잘했다고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고려시대의 문신이며 시인 이규보(李奎報)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이옥설(理屋說)에서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정도가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집에 오래 지탱할 수 없이 퇴락한 행랑채 세 칸이 있어서 나는 부득이 그것을 모두 수리하게 되었다. 이때 앞서 그 중 두 칸은 비가 샌 지 오래되었는데, 나는 그것을 알고도 어물어물하다가 미처 수리하지 못하였고, 다른 한 칸은 한번 밖에 비를 맞지 않았기 때문에 급히 기와를 갈게 하였다.

그런데 수리하고 보니, 비가 샌 지 오래된 것은 서까래·추녀·기둥·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었으므로 경비가 많이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은 것은 재목들이 모두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경비가 적게 들었다는 것이다.

이규보가 집을 수리하면서 느낀 바를 적은 것이 `이옥설`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의 몸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잘못을 알고서도 곧 고치지 않으면 몸이 패망하는 것이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 이상으로 될 것이고, 잘못이 있어 고치기를 꺼려하지 않으면 다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집 재목이 다시 쓰일 수 있는 이상으로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사도 이와 마찬가지다.

모든 일에 있어서 백성에게 심한 해가 될 것을 머뭇거리고 개혁하지 않다가 백성이 못살게 되고 나라가 위태하게 된 뒤에 갑자기 변경하려 하면 곧 붙잡아 일으키기가 어렵다.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정도가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와 반대로 잘못을 하고서도 곧 고칠 수만 있으면 한번 샌 재목을 다시 쓸 수 있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이다.

따라서 이규보는 `이옥설`에서 “백성에게 심한 해가 될 것을 머뭇거리고 개혁하지 않다가, 백성이 못살게 되고 나라가 위태로워진 뒤에 갑자기 변경하려면 잡아 일으키기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나라의 정치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밝히고 있다.

세상에는 잘못이 없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잘못을 아는 순간 얼마나 빨리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나라의 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사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다. 투명하고 정직한 인격을 가진 공직자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서 국정을 처리해야 한다.

공직은 국민이 법률에 의하여 일정기간을 위임한 자리이지 영원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공직은 위임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원칙이다.

국민의 기대 부응이란 위임 당시의 국민의 도덕적 가치이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국회에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한 것도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정부가 추천한 공직자의 도덕적 가치를 점검하여 판단을 하라는 제도이다.

이번 모 검찰총장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낙마했다.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제 공직자란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에 반하는 자는 공직에 임명할 수 없다.

공직이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헌법적 정신을 늘 생각하고 재차 다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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