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고등학교가 경상북도에서 유일하게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됐다. 지난 1931년 김천고등보통학교로 개교한 이래 78년 만이다.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통해 명문사학으로서의 재도약을 힘찬 시동을 걸었다. 김천고는 앞으로 최고의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특성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해 영남 최고의 명문사학으로서의 옛 명성 회복에 나선다.

<편집자주>

■개교

명문사학 김천고등학교는 지난 1931년 최송설당(崔松雪堂) 여사가 `영위사학(永爲私學)하여 민족정신을 함양하라`는 건학이념으로 설립한 `영남의 오아시스`, 나아가 민족혼이 숨 쉬는 겨레의 교육장이다.

최송설당 여사가 투철한 국가관과 민족의식에 바탕해 설립한 김천고등보통학교는 한국 고등인력 양성의 한 축을 맡은 또 정주의 오산학교와 더불어 민족정신을 함양하는 한국 사학(私學)의 전당이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적막의 김천은 활기의 김천으로 되고, 초야의 김천은 이상의 김천으로 진전되었다”고 했다.(1931. 4. 25)

최송설당 여사 생전에 있은 개교 4주년 기념행사와 교주 최송설당 여사 동상 제막식(1935. 11. 30)에서 몽양 여운형은 “김천에 들어와서 우리의 생명탑이라 할만한 이 고등보통학교가 뚜렷이 서 있음을 발견하매 `오아시스`를 만남과 같아서 얼마나 반가운지를 깨닫지 못했습니다”고 했다.

그러나 1940년대에는 그 창교이념이 일제의 민족성 말살정책으로 역경을 맞는다.

1938년 4월 조선총독부 교육령이 개정되면서 김천고등보통학교는 김천중학교로 개칭됐다.

또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정열모 제2대 교장이 구금됐고, 이듬해 3월에는 학교가 강제 폐교되면서 공립 김천중학교로 이관되는 고난을 겪었다.

일제는 민족정신 함양의 온상으로 지목한 김천고등보통학교의 맥을 끊는 수단으로 정열모 교장이 연루된 사건을 최대로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송설(松雪)의 혼은 송설당 유훈대로 꿋꿋하게 자라나 1946년 9월 사범과, 1949년 9월 전수과와 초등교원양성소를 설치하는 등으로 광복 후의 심각한 교사난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

1951년 9월 사립 김천고등학교를 설립하고, 1953년 2월 김천중학교 사립 환원인가가 있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송설학원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폐해지고 말았다.

그러던 1957년 1월 김세영(4회 졸) 제4대 송설당교육재단 이사장의 등장과 함께 중·고 병합운영, 교사 보수·신축, 서산 염전(42만평)의 농장화 등으로 1960년대의 송설학원은 전국에서 우수 학생들이 찾아오면서 김천고보 시절의 명예를 회복하고 영남 명문사학의 자리를 되찾았다.

1963년 8월 교주 최송설당은 한국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포상을 추서 받았다.

또 1979년 5월 제1회 송설동창회장기쟁탈 기별축구대회 개최, 1981년 개교 50주년 기념사업으로 교주 흉상 건립과 송설50년사·동창회 명부 발간, 장학사업 확대, 최신식 기숙사 청운료 준공, 1985년 4월 서산농장 농지정리 완료와 획기적인 증산책 강구 등에 힘입어 한국교육 백년대업의 큰 몫을 담당했다.

■자율형 사립고

1931년 개교 이래 영남의 명문사학으로서의 찬란한 교육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2000년대 들어서서는 명문대학 진학률이 저조해지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해창 제5대 재단이사장은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취임 직후 학교의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송설역사관을 개관하는 등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지난해 6월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국 30개 자율형 사립고 지정신청서를 경북도교육청에 제출했고 또 지정을 받았다.

김천고등학교는 자율형 사립고 지정과 함께 향후 100억원을 투자해 36만㎡의 교정에 잔디운동장과 골프연습장을 조성하는 등으로 교정을 생태공원화하면서 오는 2011년까지 경북 최고의 교육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또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교실과 기숙사를 리모델링하고 과학, 음악, 미술 등의 과목을 특화 교육할 수 있도록 특별교실도 신축할 계획이다.

송설교육재단의 자산 평가액은 210억원에 이르고 있고, 연 예상수익은 10억원이다.

이 재원으로 전교생의 80%가 연간 100만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지난해 1억3천200만원이던 장학금을 오는 2012년부터 5억3천만원으로 늘려 수혜인원이 500명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교사들의 연수 등으로 연구풍토를 조성하면서 내년부터 17명 내외의 우수 교사를 초빙해 수업을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개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맞춤식 교육`을 할 계획이다.

학생 개인의 능력과 희망에 따라 대학 등 외부교육기관에서 교과를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심화·전문교과 과정`도 도입한다.

김천고등학교는 또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동문과 교직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10억원의 `송설사랑 발전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송설동창회도 100억원의 장학금을 모금할 계획으로 1천명의 동문이 각각 1천만원을 기부하는 `천천운동`을 한다. 또 동문이 학생들의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대학진학, 사회 진출까지 돌봐주는 `1대 1 멘토링제도`를 도입하고, 졸업생 10여 명으로 구성하는 입학사정관제를 운용하면서 공정한 입학관리는 물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때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준경기자 jkchoi@kbmaeil.com

■김천고 출신 인물

▲한완상 전 부총리 ▲정해창 전 법무부장관 ▲이선중 전 법무부장관 ▲박정수 전 외교통상부장관 겸 국회의원 ▲이종대 전 유한킴벌리 회장 ▲김종호 전 해군참모총장 ▲김채윤 전 KBS이사장 ▲배영호 코오롱 사장 ▲송석환 동진기업 회장 ▲고병헌 캐프그룹 회장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 ▲성영목 신라호텔 사장 ▲이태희 두산 사장 ▲유영식 동신제약 회장 ▲송재당 효성 사장 ▲이철우 국회의원 ▲임인배 전기안전공사 사장 ▲배병휴 언론인 ▲이홍기 육군 중장 ▲김정두 해군 중장 ▲핵물리학자 이창환 ▲소설가 김연수 ▲시인 문태준 (송설역사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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