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TV방송에 `스타킹(star king)`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양한 끼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재주를 발휘하여 그 주의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인데 그동안 이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이 다양한 재주를 뽐내기도 했고,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무용과 여대생이 스피커음향의 공기진동으로 빈틈없는 춤 실력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을 감동시켰고, 양손연주로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를 놀라게 한 고등학생, 웃는 연기와 우는 연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치원생, 성인가수를 뺨치며 트로트의 진수를 보여준 초등학생 등등. 세상에는 드러난 스타들도 많지만 숨은 재주꾼들이 더 많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려진 사람 중 식당의 수족관을 관리한다는 포항의 김성태씨는 내게 특별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는 성악을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훈련받은 적도 없지만 천부적인 성악가 재질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얼마 전엔 일약 세계적인 성악가로 변신한 영국의 폴포츠와 함께 노래하면서 한국의 폴포츠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 한창 뜨고 있는 폴포츠는 어눌한 발음에 구질구질해 뵈는 서른 후반의 휴대폰 판매원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엉망인 치열과 멍청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그 후에도 교통사고로 쇄골이 부러지고, 종양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의 스타킹과 비슷한 영국 1TV의 스타 발굴 프로그램인 `2007년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최고상을 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역시 처음부터 성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조차 싫어했지만 우연히 친구 차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듣고부터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고 한다.

재주꾼으로 갑자기 알려진 이들 모두가 그 방면에 정규과정을 밟으면서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준비해 왔던 사람들은 아니다. 타고난 저 마다의 끼를 자각하고 그 재주를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나가면서 기회를 만났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예술계만큼 학력을 따지고 계통을 따지는 곳도 없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 하는 것이 기량을 앞장서 끌고 다닌다. 그렇다 보니 그 방면에 진출하려는 학부모들은 기를 쓰고 유명하다는 대학에 자녀를 넣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찾는다.

끼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와서 각종 경연대회나 공모전에서 우수한 입상경력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학력이 우선하는 것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잘 안다.

내 주변에도 그림이 좋아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공모전에도 출품하여 많은 입상경력을 쌓았지만 학력의 콤플렉스를 뛰어넘지 못해 결국 중도포기를 했거나 늦깎이로 대학을 나온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딜 가도 있다는 것. 그럼 왜 유독 예술계만 학력타파가 되지 못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예술 그 자체가 기술이나 기교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정신활동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형이상학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기교나 기술이 예술성을 우선하면 유치하고 천박해진다. 그래서 대학에서 제대로 배워서 그 바탕 위에 세워질 때 고도의 정신문화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사상적인 기반이 충분히 세워지지 못하면 모사는 뛰어나겠지만 끊임없는 발전을 주도하는 창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기술이 따르지 못하는 예술도 문제겠지만 무조건 학력위주의 예술계라는 비난을 하는 것도 아집이다. 예술이 고도의 가치를 창출해야 할 때 진정한 문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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