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헌법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개헌론이 불붙을 전망이다.

정치권 내에서는 오는 17일 제헌절을 기점으로 개헌론을 본격화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헌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는 등 개헌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1987년 6월 항쟁 이후 채택된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를 비롯, 우리 사회 전반을 규정하는 헌법내용이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특히 현행 헌법에 따라 취임한 대통령들과 그 친인척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불행한 결과를 낳으면서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 독점과 이를 견제할 장치의 부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 등 새로운 권력구조에 대한 집중 연구를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권력구조 개편의 방향과 범위, 시기 등 각론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지만 `현재의 권력구조로는 안된다`는 총론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고, 여야의 예비 대권주자들도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 김형오 국회의장은 오는 17일 제헌절 기념식에서 여야가 참여하는 `개헌특위` 구성을 공식 제안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을 하자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할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이 시한을 넘기면 총선과 대선 등 굵직굵직한 정치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차기 대선 후보군의 부상이 본격화되면서 개헌 논의가 중도 무산되는 과거 전철을 되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이달말까지 현행 헌법에서 과도하게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대신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법치주의 확립을 토대로 한 `헌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권력구조에 대해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식 순수 대통령제나 권력분점형 정부 형태(분권형 대통령제.내각제) 등 2가지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토조항과 국토균형발전 등 헌법 전문과 총강에 대한 최종 검토 결과를 토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폐지 및 상.하원 양원제 도입, 정보화 시대에 따른 `정보기본권` 조항을 신설키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의장이 개헌절 기념식 축사를 통해 개헌의 공론화를 제안할 것”이라며 “국회내 `개헌특위` 구성을 포함한 개헌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각 정당도 개헌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어 이같은 개헌 기류가 상당한 추동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조기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안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수상의 권한을 분산시켜 대통령은 직접 선거로 뽑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뽑아 권력을 나누면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정쟁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 원내대표는 “이번 제헌절을 계기로 개헌 논의의 서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각각 밝혔다.

자유선진당도 현행 대통령제 하의 과도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