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참 단순하게 살아온 것 같다.

아주 쉬운 말인데 모르고 사는 우리들이 우매한 것인지 너무 소홀하게 사는 것인지 모르지만 쉬운 것을 이해하려고 들거나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도 아등바등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누가 그랬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오기까지 몇십 년이 지났노라고. 나와 상대방이 틀림없이 다르다. 우주공간 어느 곳 어느 누구도 서로 똑같은 사람은 없다.

모습이 다르고 사는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들도 모든 것이 아주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 다르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갈등도 생기고 미움도 생기고 원망도 생기는 법이다.

촌수가 없는 가장 가까운 남편도 살아온 환경에서부터 나와 사뭇 달랐다. 그저 서로 불만을 간직한 채 맞추어 가고 있을 뿐 결코 나와 모든 것이 같아서 잘 살아지는 건 아니다.

단순한 내 생각 때문에 그가 나와 다르다는 걸 잊고 살았고 다르지만 내가 옳으니까 내게 맞추어 주지 않는다고 항상 불만이 많았던 것이다. 맞추어 주지 않는 데서 불만이 생기고 미움이 커져간 것이다.

며칠 전 대학교수와 연구실에 근무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아! 그랬구나” “그거였구나” 하는 생각에 퍼뜩 정신이 정리되는 듯 했다.

교수는 주말이나 시간이 잠시라도 생기면 그동안 부족했던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을 챙긴다 하면서 자기 여자친구는 그럴 때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쉰다는 것이다.

교수는 남을 가르치는 직업이므로 책과 강의뿐으로 운동이 부족했겠고 또 운동을 좋아했을 것이고 여자친구는 연구실에서 많은 연구와 실험을 하는 사람이니 정신적 소모가 많았고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가 다르니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만일 쉬는 시간에 운동을 해야지 왜 저렇게 늘어져 있을까 혹은 왜 쉬지 않고 저렇게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있을까 한다면 둘의 관계가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며 움직이는 사람은 편히 쉬는 사람을 이해 못할 것이고 편히 쉬고자 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여길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힘이 들어도 시장에 가서 싸고 많이 주는 편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조금 비싸더라도 편하고 시설 좋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선택할 것이다.

시장가는 사람은 백화점 가는 사람을 소비가 심하다고 평하고 반대로 백화점 가는 사람은 시장가는 사람을 짠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백화점 가던 사람도 시장에 가면 더 싱싱할 수 있고 더 쌀 수 있는 좋은 점이 있고 시장가던 사람도 백화점이 편리하지만 약간의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뿐이겠는가 수많은 경우 속에서 수많은 갈등들이 생기고 자라나기 전에 상대방의 나와 다른 점을 인정하고 이해하면 “그럴 수 있구나” 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은 모두 다 다르다. 그러나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편하게 하고 원만하게 해주는 길인데 그것을 가슴으로 터득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고 지금이나마 가슴깊이 알고 상대를 인정하는 시선으로 쳐다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아들의 의미 없는 말 한마디에 내 가슴이 열렸다. 누구나 말뜻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슴으로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후회와 반성의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다는 것이다.

특히 부부간에는 상대가 나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다음에 이해하면 어찌해서 다툼이 생길 것인가?

그런데 우리들은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꼭 느지막이 깨닫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나와 분명히 다른 남편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제 자신 있게 나의 자식들에게 말할 수 있다.

“네 처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네가 커피를 좋아한다면 아이스크림을 먼저 먹어 보라”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서로 바꾸어 먹으며 시원한 해변을 걸어보자. 두 가지 맛이 다르기 때문에 아주 잘 어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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