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기업의 사장자리를 물러나는 분께 후배들을 위한 한 말씀을 부탁드렸더니 다른 모든 건 제쳐두고 딱 세 가지 후회가 남더라고 했다.

첫째가 베풀 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좀 더 베풀 걸, 두 번째는 좀 더 즐길 걸, 세 번째는 좀 더 참을 걸이었다는 것. 이 얘기가 매스컴을 타면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떤 위치에 있었건 인생을 뒤돌아보는 위치에 서면 가장 큰 아쉬움이 남을 위해 왜 좀 더 베풀지를 못했을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 최고의 부자들이 수백억 달러가 넘는 자기의 전 재산을 사회를 위해 쾌척하는 모습을 보면서 베푼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특히 작년에 우리나라 TV에 소개되었던 니콜슨 부부의 인간애는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아름다운 충격이었다.

베푼다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알지만 결코 누구나가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남을 긍휼히 여기는 깊은 사랑이 있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니콜슨 부부 얘기는 분명 보통사람으로선 생각할 수 없는 사랑을 보여주었기에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더군다나 이 부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아니면 생활이 불가능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맹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거기다가 4명의 자녀 모두가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바람에 고국의 부모들로부터 버림받은 한국의 입양아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장녀인 엘렌은 20년 전 경기도 어느 시장에 버려진 아이였다고 한다. 미국으로 입양된 후 이들 부부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성장하여 이제는 의젓한 대학생이 되어 한국을 방문했다.

생모에 대한 그리움을 결국 떨쳐내지 못한 그는 몰래 숨어서 자기를 바라볼 엄마에게 “엄마가 나를 버린 것 때문에 생긴 자책감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세요. 엄마 자신을 용서하세요. 저는 이미 엄마를 용서했답니다” 그리고 자기를 키워준 양부모를 향해 “제가 엄마와 아빠를 만난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나에게 행복을 알게 해 주셨고 가족이 되어 주신 엄마, 아빠를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눈물을 삼키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속 깊은 딸로 키워 준 맹인인 니콜슨 부부야말로 자신들을 돌아보지 않고 온몸을 다해 사랑을 실천한 이 시대의 진정한 천사였다.

사랑과 자비를 베풀며 전 인류에게 긍휼의 산 증인이 되었던 또 한 사람을 들라면 39대 미국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씨가 있다.

그는 56살에 대통령임기를 마치고 여생을 어떻게 하면 세상을 위해서 바칠 수 있을까 만을 고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만든 것이 카터재단이었고, 그때부터 그는 세계평화와 인류복지향상을 위해서 사회활동에 뛰어들었다.

막강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었다고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낮추고 어려운 사람들을 섬겼다. 그로 인해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랬던 그는 아직도 여전히 소박하기만 해서 칠순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백악관을 떠나서 아내와 보내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고도 했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우리도 언제 이런 소박한 모습의 전직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인다.

지금도 전직 대통령들의 사저에는 경호원들이 겹겹이 둘러싸서 지키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진정으로 사랑을 받을 만큼 국민을 위한 정치에 헌신한 사람으로 평가되었더라면 과연 이렇게 보호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보다 나은 사람들로부터 받고 싶은 대접을 당신보다 못한 자에게 베풀라.”

고대 로마의 유명한 철학자 세네카의 말이다. 동서고금 어디를 막론하고 남을 위해 베푸는 선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진정으로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랑이 점점 메말라 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저기서 살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더 높아만 간다. 세계경제가 바닥을 치니 우리나라도 어렵기 매한가지다.

“사랑은 베풀면 배가 된다”고 했다. 이런 때 가장 필요한 말이다.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길은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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