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자리 온기는 그대로인데

손 내밀어 보면 그대는 없고

점, 점,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 따뜻했던 날들의 추억

그대는 지워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차마 지울 수 없구나

해 설핏 기울고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날아올랐지만 떨칠 수 없는 그대 생각

- 김인호 야생화 포토포엠 `꽃 앞에 무릎을 꿇다`(눈빛·2009)

다음 카페 `섬진강`의 주인장 김인호 시인이 최근 펴낸 세번째 시집 `꽃 앞에 무릎을 꿇다`를 우편으로 보내왔다. 시집 안쪽에 “꽃의 말을 전합니다”라는 고운 말씀을 보태어 보내준 김인호 야생화 포토포엠 `꽃 앞에 무릎을 꿇다`, 그 제목의 의미가 참으로 간절하게 와 닿는다. 시집의 편재는 일반 시집들에 비해 특별나다. 야생화클럽 운영위원이기도 한 김인호 시인이 수년 동안 수행자처럼 우리나라 야생화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직접 찍은 사진 위에, 혹은 옆에 시인이 직접 쓴 시가 놓여있다. 시집 속에는 컬러로 인쇄된 68 송이의 야생화와 그 꽃을 노래한 68편의 창작시가 수록되어 있다. 또 개별 꽃들에 대한 설명도 첨부되어 있어 꽃과 사귀는데 좋은 공부가 되고, 일급의 사진 솜씨로 꾸며져 있어 시집이 참 예쁘고 곱다. 당신은 `두루미천남성`이라는 야생화를 아는가? 5~6월에 꽃을 피우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이 야생화는 꽃이 피었을 때 그 전체 모양이 마치 두루미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모습이어서 그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 한다. 김인호 시인이 노래한 시 `두루미천남성`은 슬프기 그지없다. “그대 자리 온기는 그대로인데/손 내밀어 보면 그대는 없고”라는 시의 첫 구절에서 보듯 날개를 펼친 두루미처럼 떠나 가버린 사람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노래다. “나는 차마 지울 수 없구나”와 “날아올랐지만 떨칠 수 없는 그대 생각”의 시구에서 나는 첫사랑의 상처를 평생 안고 가는 이의 내면의 무늬를 본다. 또 무릎을 꿇고 동그란 눈을 뜨며 들꽃과 대화를 나누는 시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와 소주잔을 기울였던 게 언제였던가? 그립다.

해설<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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