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소위 만병통치약이 있었다.

“이 약 한 번만 잡숴봐. 내일 아침부터 밥상이 달라져!.”

약장수가 외쳐대는 마이크 소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설명을 한참 동안 듣고 있노라면 정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약만 있으면 다 나을 것만 같았다.

추억이 되어버린 만병통치약의 자리를 지금은 현대의학이 대신하고 있다.

배가 아프다고 무작정 약국에 가서 배 아픈 데 먹는 약 달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단 병원에 가서 자신의 몸 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순서이다. 그렇다면, 과연 금융상품 가운데는 만병통치약이 있을까.

2007년은 우리나라에 펀드 열풍이 불었던 해다.

1년 수익률이 100%에 달하는 상품이 나올 정도로 펀드는 가히 기적의 상품이었다. 주가지수가 2천 포인트를 넘어서자 머지않아 3천 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예·적금에만 익숙해 있던 사람들은 너나없이 펀드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원금손실에 대한 걱정으로 가입을 주저하고 있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으로 보일 정도였다.

“요즘 누가 적금 가입해요. 여기 펀드 수익률 보세요. 원금보장은 안 되지만 손실 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요”라는 금융회사 직원의 말만 믿고 말이다.

펀드는 최소 3년 이상의 투자 기간을 요구하는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몇 달 뒤에 쓸 전세자금이나 일 년 뒤에 쓸 결혼자금까지도 펀드에 넣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2008년이 되자 상황은 바뀌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만 가던 주가지수는 어느 사이 1천 포인트 아래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펀드가입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이미 내 놓은 원금의 회복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다시 금융회사의 마케팅은 투자에서 저축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사람들은 펀드에서 예·적금으로 눈길을 돌렸다.

금융회사가 상품판매를 위해 만들어낸 인기상품을 무작정 따라다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험은 낮지만, 수익은 높은 투자상품, 보험료는 싸지만, 보장은 큰 보험상품, 단기간에 목돈을 만드는 저축상품 등은 약장수의 만병통치약처럼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상품 가운데 좋고 나쁜 것이란 없다. 다만, 자신에게 좋고 나쁜 것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재정 상태를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처방을 통해 적절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행복한 부자가 되고자 우리는 대응적이 아닌 주도적이 돼야 한다. 금융회사의 마케팅에 맞추어 그때마다 대응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중심에 놓고 그에 필요한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관리하면서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