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바람직한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려면 어떠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까.

6일 사회복지 전문가와 고액 기부자들은 사회 지도층이나 고소득층의 기부 참여를 늘리는 것이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기부는 고액일 뿐더러 사회 전반적으로 기부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인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기부문화에서 가장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반인보다 부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기부로 경쟁을 벌인 앤드루 카네기, 존 데이비슨 록펠러부터 현재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까지 최고의 부호들이 앞다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미국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유산 기부`나 `개인 고액기부`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부를 안 하려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부자`가 되는 사회가 되면 기부 문화도 점차 조성될 것”이라며 “문제는 앞장서서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경서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내가 남을 위해 나누는 것이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어릴 때부터 남을 뿌리치고 1등이 되는 방법보다는 공동체 이익을 생각하도록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사회고위층이나 고소득층의 고액 기부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방안들도 내놨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부자들이 기부 의사는 높아져 가고 있으나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며 “모금 단체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모금을 하기 위해 기부 관련 전문인력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모금 단체들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나 기부자들이 기부하고 싶은 곳을 고를 수 있는 정보망 구축 등도 제안했다.

이인선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는 “대부분의 비영리 단체에 대한 기부금은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소득금액의 10%밖에 공제되지 않는다는 점이 거액 기부를 가로막고 있다”며 세금 공제 폭의 확대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대신 이들 단체는 기부 목적대로 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액 기부자 사후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에 기부를 했다면 본인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명예를 높여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을 통해 기부를 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영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부에 `문화`라는 말을 붙이려면 계승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의식 교육, 즉 기부에 대한 인식을 어릴 때부터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장인 박태규 연세대 상경대학장은 “아직 우리나라에는 정기적 기부자가 적고 연말연시에나 소외계층에 손을 내미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다음 세대의 기부층을 튼튼히 만들려면 청소년이 자원봉사 경험을 통해 기부에서 얻는 기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