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부문화 현주소는
한국, 개인 참여율 55%… 美·캐나다 등 80% 웃돌아

6일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 발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점차 확산하고 있고 일상생활에 정착되고 있으나 아직은 선진국들보다 뒤처진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는 기부 문화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개인의 기부 참여율이 아직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무르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비영리공익재단 `아름다운 재단`이 2007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부와 자원봉사 참가 여부를 조사한 결과, 개인 기부 참여율은 55%였고, 국민 1인당 연평균 기부액은 10만9천원이었다.

이는 2006년 기준으로 개인 기부 참여율이 83%, 1인당 연평균 기부액은 113만원에 달한 미국(월스트리트저널 발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캐나다의 2004년 개인 기부 참여율이 85%, 1인당 기부금액은 3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더라도 많이 뒤진다.

하지만 경제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관습 차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일반인들의 기부 문화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부소장인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기부 수준은 경제 수준에 비춰봤을 때, 또 종교 기부와 경조사비도 기부의 한 형태로 봤을 때 매우 많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1~20위에 해당하는 기업의 사회공헌도는 국제적 수준”이라고 평했다.

그는 “다만 가장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반인보다 부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유산 기부와 개인 고액기부가 한국 사회에서 제일 커져야 할 부분이며, 기부 안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부자`가 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 말처럼 선진국의 기부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사회 지도층이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억만장자들의 프로필에는 `자선가(philanthropist)`라는 설명이 따라다닌다.

매년 재산 집계 때마다 세계 제일의 부호 자리를 다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과 유명한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게이츠 전 회장은 1996년 자선재단(1999년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 개칭)을 창립해 백신 개발 등 상업성은 없으나 인류 차원에서 절실히 필요한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왔다. 이 재단의 기부금 보유액은 작년 10월 기준으로 351억달러에 달한다.

버핏 회장은 2006년 게이츠 재단에 300억달러 등 당시 가치로 총 374억달러의 주식을 단계적으로 기부하겠다고 조건부로 약정했으며, 최근 게이츠 재단, 수전 톰슨 버핏 재단 등에 15억달러를 쾌척하는 등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부의 2대8 원칙`을 증명하듯 전체 기부자의 20%가 총 기부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사회 지도층의 기부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2007년 미국 자선연감에 따르면 상위 50위 부자들의 기부 총액은 무려 6조8천400억원에 달했다.

또 미국의 공동모금회가 198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고액기부자클럽 `토크빌 소사이어티(Tocqueville Society)`에는 2만명의 기부자들이 연간 5천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의 기부문화는 정기적인 기부보다는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나 극빈층에 대한 동정에서 나오는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공동모금회의 설명이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자들은 연말연시에 홀몸노인(독거노인)이 사는 곳이나 고아원 등을 방문해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기념사진을 찍고 가지만 이때 말고는 기부에 관심이 없는 행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모금회는 2007년 12월부터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본떠 1억원 이상 개인 기부자나 연간 30억원을 내놓는 법인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운영하고 있는데 회원은 공식 개인회원 9명, 비공식 개인회원 20명, 법인회원 14곳에 불과하다.

모금회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고액 기부가 부족한 원인에 대해 “유산을 가족에게 물려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 환경, 기부 정보의 부족, 모금단체의 불투명성 등으로 기부를 이끌어낼 만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