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수월성원전 제1발전소 기술실장
지금의 시대적 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적절한 단어 중 하나가 `混沌(Chaos)`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일컫는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은 가히 그 끝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까지 정립됐던 수많은 `고정관념`들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불행히도 국가경제의 7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혼돈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채 힘겨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 이전 세계 경제가 끝없는 호조를 보일 것만 같았던 시기에 에너지 자원은 최고의 가격을 경신하며 국가간 자원쟁탈전을 부추겼으며 이는 에너지자원 빈국들의 고민을 배가시켰다.

그나마 지금의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에너지자원의 가격을 끌어내려 자원 확보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벌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1979년과 1986년에 발생한 TMI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세계적으로 원자력산업이 위기를 맞았으며, 국내에서도 원자력사업을 추진하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때는 애물단지로만 여겨졌던 원자력발전소가 그간의 억울함을 해소하듯 현재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국가경제발전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제가 불황이긴 하지만 현재 건설되고 있는 6기의 원자력발전소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발전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원자력산업 침체기였을 때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한국표준형 원자력발전소를 개발했으며, 더 나아가 APR1400이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원자력발전소를 자체 기술로 설계 및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기술자립의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도래한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아 원자력발전소 수출이라는 새로운 경제 환경을 창출하고 있다.

원자력산업의 종주국인 미국에 두산중공업이 원자로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세계에서 3번째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핵연료 수출국으로서 그 위상도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 발전은 위와 같이 국가경제의 초석이 될 뿐만 아니라 환경측면에서도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제 우리 삶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친환경, 경제 활성화, 에너지비용 감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다만 급변하는 세계상황을 볼 때 결코 현실에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다.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개발을 위한 노력과 세계적 수준의 원자력 발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에 신뢰를 쌓기 위한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원자력 산업의 기본개념이 일반 기업과 달리 전국가적 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중요성 때문에 기업, 정부, 국민이 다 같이 참여하여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 또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원자력 산업이 단순히 위기상황의 탈출을 위한 전략적 도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참된 리더로 키우기 위해 이제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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