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정국현실이 나라가 위기라고 야단 들이다.

얼마 전에 온 국민이 겪어냈던 조문정국(弔問政局)을 비롯해서 정치권의 다툼, 노사갈등, 이념논쟁 등 나라 안의 문제부터 세계적인 경기침체나 인플루엔자, 남북관계 등 나라 밖 사정에 이르기까지 정말 안팎으로 위기는 위기인 듯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역사상 한순간도 위기 아닌 때가 없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수없이 겪어온 시련과 위기는 세계 어느 나라도 유례가 없을 만큼 혹독하고 극심하였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기적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위기 극복의 중심에는 언제나 비상한 영웅이나 지도자, 혹은 비상한 국민이 있었다.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崔致遠)은 서천나성도기(西川羅城圖記)에서 “난세를 구할 영웅이 나타남은 비상한 인재가 있어야 비상한 일이 있고, 비상한 일이 있어야 비상한 공이 있다(有非常之人 然後有非常之事 有非常之事 然後有非常之功)”고 말했다.

중국의 서천(西川)이란 곳은 예로부터 하도 험준하여 성을 쌓을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곳인데 연공(燕公)이란 장수가 그곳에 성을 쌓아 백성들을 외적으로부터 온전히 보호하게 되었다.

그러자 최치원은 “하늘은 이 거창한 업적을 남겨 두고 날마다 훌륭한 인재를 기다렸다”고 칭송하면서 위에 인용한 것처럼 비상한 인재가 있어야 비상한 일이 있고, 비상한 일이 있어야 비상한 공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뒤집어 보면, “비상한 공을 세우려면 비상한 일이 닥쳐야 하며, 비상한 일은 비상한 인재가 준비되어 있을 때 일어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맞이한 지금의 위기는 그걸 극복할 위대한 인물이 이미 어딘가에 준비되어 있다는, 그리하여 그 인물을 통해 곧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정치, 국민을 어루만지는 정치, 가난한 자의 눈물을 이해하는 정치가 그립다.

요즈음은 소통(疏通)이란 말을 많이 한다.

국어사전에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혹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소통의 정치가 필요하다.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즉, 나를 버리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통의 정치는 조선시대의 상소(上疏)를 말한다.

율곡(栗谷)의 갑술만언봉사(甲戌萬言封事)에 의하면 정치에 있어서는 때를 아는 것이 소중하고 일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것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때에 알맞게 한다는 것은 때에 따라 변통을 하고 법을 마련하여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시대가 바뀌면 법제도 맞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혁해야 하며, 이러한 변통을 통해 경장(張)이 이루어져야 안민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가 당시 조선사회를 중쇠기(中衰期)로 파악한 구체적 증후로서 지배층의 기강 해이와 백성의 경제적 파탄을 들었는데, 그 원인은 각종 제도의 폐단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비를 위해서는 마땅히 잘못된 제도를 경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남명(南冥)의 을묘사직소(乙卯辭職疏)는 “조정에 있는 사람 가운데 충성 되고 뜻있는 신하와 일찍 일어나 밤늦도록 공부하는 선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나라의 형세가 극도에 달하여 지탱할 수 없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손 쓸 곳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낮은 벼슬아치는 아래서 희희덕거리며 술 마시고 즐기는 일에 정신이 없고, 높은 벼슬아치들은 위에서 거들먹거리며 오직 백성의 재물을 긁어모으는데 정신이 팔려 물고기의 배가 썩어들어가는 것 같은데도 그것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나라를 걱정하는 선비들의 소통요구가 있었다.

현실에서도 지식인의 소통정치를 요구하는 서명과 기자회견이 일어나고 있다.

즉, 그것이 상소다. 국민의 소리를 경청해 수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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