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천 남연군의 묘
충남 예천 남연군의 묘
  • 이용선기자
  • 등록일 2009.07.02 09:07
  • 게재일 2009.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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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대에 걸쳐 천자 배출` 천하의 명당

흥선대원군이 가야사에 불지른 후 석탑 부숴 묏자리 만들어

묘 옮긴후 7년뒤 `고종` 탄생… 완벽한 `배산임수` 최고 명당



명당(明堂)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에 썩 좋은 자리`, `풍수지리에서 후손에게 장차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는 묏자리나 집터`로 나와 있다.

이번 충남 지역 답사의 마지막에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버지인 남연군 이구의 묘를 찾았다.

흥선대원군은 잘 알려진 대로 왕족에 대한 안동김씨의 감시와 멸시가 심해지자 파락호(破落戶)로서 궁도령(宮道令)이라는 비칭(卑稱)으로까지 불리며 안동김씨의 감시를 피하는 한편, 철종이 후사(後嗣)가 없이 병약해지자 조대비에 접근하여 둘째 아들 명복을 후계자로 삼을 것을 허락받기에 이른다. 흥선대원군은 풍수지리의 대가인 정만인을 불러 경기도 연천에 있는 부친 남연군의 묘를 이장하고자 명당을 추천 받는데, 이때 정만인이 두 곳의 명당을 천거하게 된다.

한 곳은 자손이 만대에 걸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명당이고, 다른 한 곳은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올 명당이라고 천거하는데 흥선대원군은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온다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가야산의 명당자리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가야사라는 사찰과 석탑이 있어서 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원군은 가문의 가보인 `단계 벼루`를 가야산 주지승에게 선물로 건네고, 그 당시에 충청감사로 있던 자를 회유해 가야사의 스님들을 다른 사찰로 보내기에 이른다. 1844년 어느 날 가야사에 불을 지른 흥선대원군은 직접 석탑을 부수고 묏자리를 만들어 남연군의 묘를 이장하게 된다. 묘를 옮긴 지 7년 후 차남 명복을 낳았는데, 명복의 나이 12세에 철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고종이다.

가야사를 없앤 대원군은 인근 골짜기에 절을 지어 보덕사(報德寺)라 이름 짓고, 개운사 주지인 도문을 초대 주지로 삼은 후에 남연군묘 수호일품대승이라는 직책을 내려 묘를 돌보게 하였다.

1868년에는 독일인 에른스트 오페르트가 조선과의 통상교섭에 실패하고 나서 대원군과 통상 문제를 흥정하고자 남연군묘의 시체와 부장품을 도굴하려다 미수에 그쳐 대원군이 쇄국정책강화와 천주교 탄압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80호인 남연군의 묘는 높은 언덕에 반구형 봉분이 크게 자리 잡고 있으며, 앞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석물과 비석이 서 있다. 주차장에서 마을 길을 따라 5분여 정도 걷다 보면 남연군의 묘가 보인다.

마을 길을 따라 걸을 때만 해도 그냥 조용한 시골마을 정도로만 여겨졌는데, 묘가 있는 언덕에 올라서니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천하의 명당이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짧은 순간이지만 바람도 멈춘 듯 주위가 고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딱 잘라서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굳이 글로 표현하자면 `포근함`이었다.

이곳을 찾기 전에 답사지도위원께서 “남연군묘에 가보면 풍수지리를 모르는 사람도 그곳이 명당인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라고 하였는데, 말 그대로였다. 풍수에 대해서는 `배산임수`를 들어 본 것이 고작이었지만, 앞서 말한 대로 알 수 없는 포근함이 이곳이 명당임을 느끼게 하였다. 시야가 확 트인 묘의 전면에는 좌·우에서 내려온 산의 줄기가 맞다은 듯 이어지고, 후방과 좌·우에는 높고 낮은 산이 인근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남연군묘의 이장과 고종의 즉위에 얽힌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지면서 이때부터 전국적으로 한바탕 명당 찾기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지금도 유적 답사를 다니다 보면 명산의 사찰 주변에 무덤이 많고 특히 탑이 있었던 자리에 무덤이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때부터 유행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부모의 묘를 이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이인제 의원 등 수많은 대권 도전자와 대권에 뜻을 둔 정치인들이 조상의 묘를 소위 명당으로 이장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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