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이 끝난지도 한 달을 넘겼건만 아직까지도 야당과 운동권에서는 이를 정치판의 요람쯤으로 여기는지 흔들기를 계속한다.

자살이 무슨 영광스럽기나 한 듯 떠받들며 정치쟁점화하려는 작태는 꼭 죽은 들짐승에게 덤벼드는 쇠파리 떼 같다. 장례식 직후 터져 나온 일부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나라의 안위를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지식층이 취해야 할 행동으로 보기보다 부화뇌동으로 보인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최초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를 필두로 교수들이 맨 먼저 전면에 나선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독재에 맞서서 민주화를 외치던 학생들의 뒷북치기가 고작이었지만 이번에는 제법 앞장서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의 시국선언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나라를 걱정해서 올바른 길로 나아가라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믿는다.

그런데 문제는 선언문내용으로 보아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들고 나올 만큼 민주주의가 무너진 위급상황에 빠진 것인가 하는 점과 전직대통령이라서 달리 대우해야 했었다는 뉘앙스는 그들이 법 앞에선 만인평등을 외쳤던 것과는 뭔가 논리가 맞지 않아 보인다.

과거의 시국선언 때는 진짜로 나라의 존망이 염려되던 때다. 그때는 워낙 서슬이 퍼래서 몸보신 하느라 관망만 하다가 끝판에 마지못해 학생들 뒷전에서 변죽을 울렸는데 이제는 그다지 겁날 것 없다고 느꼈는지 “민주주의의 후퇴” 운운하면서 오히려 선수를 치는 것이 아무래도 순수함이 떨어져 보인다.

시기적으로도 보아도 아귀가 맞지 않다. 우리나라 최고의 두뇌들이라는 분들이 하필이면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뜩이나 젊은이들의 자살이 만연하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때에 “옳다구나” 하며 호기로 여긴 야당들의 행보를 따라나선 꼴이다.

올해 들어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립대교수들의 승진 탈락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고 한다. 그중에서 서울대 교수들의 탈락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철밥통이라고 여기는 교수들에게 면학풍토를 조성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고무하여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경쟁력을 갖춘 학교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연구결과가 떨어지고,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는 의식이 교수사회에 확산되면서 앞다투어 시국선언을 하고 나선 상당한 이유였다는 후문도 적지 않다.

적당주의로 일관하면서 고액의 연봉에 펜을 잡아야 할 손에 골프채나 잡고 상류의식에 젖어 있는 그들의 밥그릇에 발길질을 해 댔으니 쌍날을 세우고 으르릉대는 것은 불문가지, 그래서 상대적 피해의식을 심하게 느꼈을 것이란다.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대가 세계 백대 대학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부끄러운 현실 앞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정신없어야 할 때에, 유행처럼 시국선언이나 하면서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것은 분명히 순수해 보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학교수들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시국의 잣대가 되기도 했고, 기본적인 정치 소신은 지닌 분들로 알았는데 지금 드러나는 행어느 분이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을 파벌로 이끌어 가려는 의도를 가리켜 “촛불시위를 지지하면 진보, 반대하면 보수” 라고 했다.

사상과 이념은 실종되고, 행동의 향방에 따라서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지는 패거리 문화가 만연해가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임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다.

지금은 화합할 때. 흔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올바른 행동인지를 알고 신중을 기하는 지식인들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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