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도축·유통된 쇠고기의 원산지와 등급 등을 알 수 있는`쇠고기 이력추적제`가 시행된 지 나흘째인 25일. 도축된 소를 가공, 포장, 유통시키는 일을 하는 대구축협 육가공공장(대구시 달서구)에서는 입고된 소에 대한 거래명세서상의 개체식별번호 일치여부를 꼼꼼히 확인한 후 개체가 섞이지 않도록 부위별로 발골(뼈 제거)·정형(지방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부위별로 포장된 부분육은 개체식별번호와 일치된 라벨을 겉포장지에 부착하고 소포장지마다 해당 개체식별번호를 표시한 후 거래명세서와 개체식별번호의 일치여부를 재차 확인한 후 판매장으로 출고됐다.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농협 하나로클럽 내에 있는 쇠고기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터치스크린 형태의 이력추적 시스템을 통해 매장에 진열된 쇠고기들의 모든 이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일단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나 이력추적 시스템에 개체식별번호만 입력하면 출생지, 소의 종류, 소유주, 성별, 도축장, 육질 등급, 가공장 등 등 모든 자료가 상세히 제공되다 보니 안심하고 있다”면서 “국산 쇠고기의 신뢰성이 한 단계 격상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규모 정육점과 같은 영세업체가 복잡한 절차를 이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부의 체계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과정 거치나

축산물공판장에 소가 들어오면 귀표번호와 이력추적제 전산망을 대조→전산망에 출하내역 입력→도축→지육 분할→등급 판정→가공 및 출고 등의 절차를 차례차례 밟아나간다. 이 과정에서 공판장은 매 단계마다 전산망에 등록된 개체식별번호를 재차 확인, 라벨로 프린트해 모든 소의 지육과 부분육 포장에 부착하게 된다.

◆제도 미비점은

이력추적제 실시로 정육점에서는 새로운 고기가 들어올때마다 저울에 개체식별번호 등을 입력한 뒤 판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저울이 필수지만 이 비용이 고스란히 상인들의 몫으로 전가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울 구입이 부담된 상인들은 12자리인 식별번호를 직접 작성해 일일이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한다.

대구시 수성구 수성시장의 한 정육점 주인은 “이력 추적제를 위해 바코드를 붙일 수 있는 전자저울을 구입한데다 개체식별번호를 기재해 날짜별로 구분 관리해야하는 등 번거로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제도 취지는 좋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 소매업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축산농가에서는 소를 판 농가와 구매한 농가가 양도·양수신고를 해야 하는 제도가 번거롭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주축협 관계자는 “경매되는 소는 양수신고만 하면 양도신고를 면제해 주는 등 제도 간소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산지 조작 허점 노출

쇠고기 이력추적제 시행으로 국내산 쇠고기의 경우 귀표가 없거나 질병 등 문제가 있는 소는 도축과 유통이 금지되기 때문에 수입 쇠고기에 비해 안전성 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농가나 판매상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허점을 안고 있다.

도축과 포장처리, 판매에 개체식별번호 바코드를 부여하지만 육우나 수입 쇠고기에 한우 바코드를 바꿔 붙일 경우 단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판매상이 매일 명패에 표기하는 식별번호를 바꿔야 하지만 이를 바꾸지 못한 채 전날 팔고 남은 고기와 새로 들여온 고기가 섞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61)씨는 “매일 식별번호를 바꿔야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 의문”이라며 “우리 같이 한우만 취급하는 정육점은 괜찮은데 수입산을 같이 취급하는 업소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s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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