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시선으로 일본문학·문화 봐야
일본 대학과 교류 위해 `7+1유학제도` 정착시켜
“열의·성의 다해 한국 최고 학과로 만들고 싶어”

이정희(49·사진) 위덕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경기도 파주가 고향인 그녀는 1999년 위덕대로 부임해 올해로 11년째 전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8년간 일본 유학생활 후 1998년 2월 귀국해 서울에서 1년간 시간강사 생활 후 1년만에 전임이 됐다.

위덕대에 일문과가 신설되면서 부임해 `일문과 1호 교수` 타이틀도 얻었다.

처음으로 교수가 되자마자 일본인 교수와 그녀밖에 없었으니 학과장을 연이어 3년간 맡기도 했다.

“당시는 미혼이었기에 24시간 모두 투자해서 학과 기틀을 마련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지요. 2000년부터 일본 대학과의 교류의 물꼬를 틀기 시작해서 지금은 `7+1유학제도`라고 해서 대학생활 4년(8학기) 중 한 학기는 일본 대학에서 학점을 취득하는 것으로 정착했습니다. 2004년에는 제1회 위덕대 총장배 전국 중고등학생 일본어 스피치 대회를 주최, 개최해 올해로 6회를 맞게 됐습니다. 이 행사는 해를 거듭 할수록 내실 있는 행사로 거듭나 위덕대 일본어학과에서 가장 주요한 행사가 됐습니다.”

그녀는 올해 다시 학과장을 맡게 됐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일본 호텔인턴십 제도를 성사시켜 해외 현장학습 체험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해외 취업과 연계시킬 계획에 있다.

“우리 위덕대는 앞으로 무한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대학입니다. 올해 개교 13년째를 맞고 있습니다만, 짧은 기간 내에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경주, 포항, 울산이라는 잠재력 있는 도시와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서, 지방대학의 한계를 극복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또 하나의 강점은 대학 교수들이 100% 박사에다 젊고, 학생들 교육과 지도에 열의와 성의를 다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현재 위덕대 일본어학과 4학년 학생들 90%정도가 재학 중 `7+1제도`로 6개월 또는 1년 이상의 일본 유학 경험이 있어서 일본어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고, 3학년 학생들은 70% 이상이 일본어능력시험(JLPT) 2급 이상으로 일본어를 잘 한단다.

일본 쓰쿠바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녀는 박사논문으로 작가 아베 고보의 문학세계를 분석했다.

아베 고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한국에서는 그녀가 1호이다. 그래서 일본 관련 학회에서는 아베 고보 연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라 불리는 작가 아베 고보(安部公房)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베 고보를 연구하면서 그의 작품을 번역한 작업이 가장 보람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문학치료학 분야를 새롭게 연구할 계획에 있습니다.”

위덕대 일문과 1호 교수, 아베 고보 연구 박사 제1호 등 여러 닉네임이 붙은 그녀는 여성으로, 주부로, 엄마로 바쁘게 살지만 힘들지 않다고 했다. 2002년 그녀 나이 42살에 결혼한 그녀는 그 다음해에 딸을 낳았다.

“40이 넘어 엄마가 된 그때 그 감동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답니다. 그 이후로 제 생활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직장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일 것입니다. 임신한 직장 여성에 대해서도 의외로 주위의 배려가 없고, 출산 이후 육아 시기의 직장여성에 대한 배려 역시 인색하죠. 요즈음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인데 무엇보다도 먼저 각 직장마다 보육시설이 완비돼 있지 않으면 여전히 직장 여성들이 출산을 꺼려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제 주위에 있는 미혼 여성들에게는 반드시 엄마체험을 하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그나마 자신의 일에 충실 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남편의 이해와 시댁식구들의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숙모가 아이를 돌봐주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이런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경험하면서 인간이 인간으로 더욱 더 성숙해 가는 구나 하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무엇보다 사람과 사물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

“제가 일본문학, 일본문화를 공부하면서 좋아하게 된 문구가 있습니다. 일본어로 `이치고이치에`라고 하는데,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 나아가 사람과 사물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입니. 다도(茶道) 정신 중의 하나로, 다도에서 함께 차를 마시는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상대방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람, 또는 사물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나아가 좋은 인연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노력을 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간관계라 생각합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게 되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 너무도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제가 일본문학, 일본문화를 연구하는 이유는 정확이 일본을 보자는데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일본의 직업의 귀천이 없는 사회입니다. 무슨 일을 하건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이것이 일본인의 장인정신이죠.”

늦깍이로 얻은 7살난 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위덕대 영재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며 `자랑아닌 자랑을 하는` 그녀. 영재교육 전문가에 의한 수업으로 다양한 지적 자극과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열렬 엄마”이지만 후배 여성들에 대한 마음도 이에 못지 않다.

“제 권유(?)로 제 후배들이 40이 넘어서 일본 유학을 결정하고 약 5년 뒤에 박사학위를 취득해 온 후배들이 더러 있습니다. 일본유학을 권한 이유는 물론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일본만 하더라도 남녀 차별이 거의 없는 사회입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기쁨을 맛 볼 수 있는 사회죠. 이런 측면에서 여성 후배들에게는 권할 만하죠.”

“앞으로의 꿈이라면, 열의와 성의를 대해서 위덕대학교 일본어학과를 한국 최고의 학과로 만들고 싶습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