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이 23일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날 하루 동안 교환된 신권은 포항지역에서만 모두 178억여원(한국은행 추정). 전국으로는 1조원 가량이 유통됐다.

특히, 이날 발행번호 2만1번부터 100만번까지의 신권이 시중에 풀리면서 더 좋은 번호를 차지하려는 수집가로 인해 금융사의 영업창구는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왜 고액권인가

한국은행이 이번에 5만원권 발행을 결심한 데는 물가 상승률과 자기앞수표 사용으로 인한 비용 손실 등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1973년 만원권이 처음 발매된 후 현재까지 물가는 12배, 국민소득은 150배 이상씩 신장했으나, 최고액면금액이 34년째 유지되면서 경제사정과 유리되고 있었다는 것이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또, 한국은행은 만원권 수요의 약 40%가 5만원권 사용으로 이동함으로써 제조 및 운송·보관 등 부가 관리비용이 연간 4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일반 현금과 달리 이서 확인 등 교환 절차가 까다로워 연간 2천800억원의 추가 관리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이번 5만원권의 발행은 자기앞수표 소비의 일부분을 대체해 비용 절감 효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5만원권 특수를 노려라

5만원권 발매를 두고, 유통업계와 보험사 등 일부 업체들은 앞다퉈 기념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포항점은 첫 발매일 하루 동안 `5만원 복(福) 상품전`을 진행했다. 층별로 일부 상품들을 30~40% 할인, 딱 5만원에 맞춰 판매한 행사다. 또, 롯데백화점은 오는 26일 고객들을 대상으로 `5만원 신권 교환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종신·연금보험도 5만원대의 신상품이 출시되면서 5만원권 발매와 동시에 반짝 특수를 노리고 있다.

대한생명은 월 보험료 10만원대 이상의 종신·연금보험을 5만원대로 재구성하고, 다양한 상품군을 구상 중이다.

▲`씀씀이 커진다` 우려도

최고액면금액의 상승으로 소비심리의 변화도 예상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5만원권 발행으로 기존 5만~6만원대의 상품이 5만원이나 4만9천900원에 기획 판매되는 등 단기 물가 하락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유통업 특성상 이들 기획상품은 2세트로 묶어서 판매되거나 끼워 팔기 등으로 유통될 공산이 크다. 결국, 소비자의 부담은 가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5만원권을 사용하면 거스름돈의 액수도 늘어나 저가 상품의 추가 소비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권 사용이 가능한 현금입출금기(ATM)의 부족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 은행 지점에는 5만원권을 인식할 수 있는 ATM 기기가 한대만 설치돼 있거나, 아직 없는 곳도 있다.

ATM 기기 설치 비용에 부담을 느낀 금융업계 측은 중·대형 점포에 우선 1대씩 비치하고 사용 추이에 따라 추가 설치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5천원권과 혼동하기 쉬운 색깔과 모양은 이번 신권 유통 성공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EU의 유로화 과정에서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거의 1천배에 가까운 단위 변환이 있었으나 뚜렷한 물가 변동을 나타내지는 않았다”며 “6~7월간은 시범 유통 기간으로서 여러 불만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본격적 유통이 이뤄지는 다음 달부터는 5만원권이 현 유통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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