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설립 계획이 재단전입금과 학생 선발 모집 등 제약으로 신청 철회가 잇따르고 일부 시·도에서는 한 곳도 신청하지 않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의 경우 지난 9일까지 자율고 신청서를 접수했던 4개 사학법인 가운데 영진학원(영진고)과 경희교육재단(경상고)이 신청을 철회, 계성학원(계성고)과 협성교육재단(소선여중) 등 2곳만 남게 됐다.

23일 학교법인 경희교육재단에 따르면 지난 22일 법인이사회에서 재단 산하 경상고등학교의 자율형 사립학교 지정 신청을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대구시교육청에 통보했다.

재단 관계자는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그나마 최소한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이 자사고라는 판단 아래 신청했지만, 남고가 아닌 남녀공학으로 운영하라는 시교육청의 권고와 학생선발 및 선발제도의 불확실성, 교과운영, 납입금 책정 등 제도적 제약 때문에 신청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희교육재단은 재단출연금 부분에서 많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경희교육재단은 재단 재정의 열악함 때문에 이사장 개인이 30억원을 자사고에 출연키로 했지만 이또한 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50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라 매년 1억원을 학교에 납입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신청 철회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과부에 따르면 23일 현재 전국에서 자사고 지정 신청 학교는 일반계 사립고 665개 가운데 43곳에 불과하다. 서울만 30개 학교가 신청했고, 나머지 시·도는 1~3개교만 자율고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울산, 전남, 제주 등은 신청 학교가 단 1곳도 없었다.

자사고로 지정된 학교는 수업료 및 입학금의 3~5%를 법인전입금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서울은 12~13곳, 지방은 대구 계성고와 소선여중, 부산 해운대고, 천안 북일고 정도를 빼면 등록금 대비 전입금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교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교과부가 올해 자사고 지정 목표치로 제시한 30곳을 채우기가 어렵게 된 가운데 서울지역에만 자사고가 몰리는 기현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소선여중을 여자 자사고로 전환 신청했던 대구 협성교육재단의 경우 자사고 전환에 따른 재학생들의 타학교 배정 문제가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현주기자 s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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