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片花飛減却春 꽃잎 하나 날아도 봄이 줄어드는데

일편화비감각춘

風飄萬點正愁人 어찌 보리, 바람에 우수수 지는 모양!

풍표만점정수인

且看欲盡花經眼 눈 앞을 스쳐 사라져 가는 꽃들 바라보면서

차간욕진화경안

莫厭傷多酒入脣 지나치기 쉬운 술 입술 들어옴 마다 마시랴.

막염상다주입순

江上小堂巢翡翠 강가의 작은 정자(翡翠) 비취 깃들고

강상소당소비취

苑邊高塚臥麒麟 어원(御苑) 곁 높은 무덤 뒹구는 기린(麒麟)!

원변고총와기린

細推物理須行樂 이 세상 모름지기 즐겨야 하리니

세추물리수행낙

何用浮名絆此身 뜬 이름으로 이 몸 매어 무엇 하리?

하용부명반차신

- 이원섭 역해 ‘두보시선’(현암사·2006)
 

 

우리는 중국의 시를 말할 때는 으레 당(唐)나라를 제일로 들고, 당시(唐詩)를 말할 때면 이백과 두보를 거론하는 것을 당연지사로 알고 있다. 호방한 풍류의 기상이 넘치는 이백의 시가 도교적 색채가 짙다면 사실주의적 현실 인식을 중심으로 하는 두보의 시는 유교적이다. 그런데 757년에 일어난 ‘안녹산의 난’은 당나라의 정치 현실은 물론 두보(44세)의 삶을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 이러한 현실적 삶의 파탄이 두보 시의 내용과 빛깔을 어둡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시 ‘곡강이수(曲江二首)’는 좌습유라는 벼슬을 하면서 장안(長安)에 있을 때 쓴 작품이다. 삶의 처지가 비교적 순탄할 때 쓴 시여서 ‘곡강이수(曲江二首)’ 모두 봄날의 꽃과 술을 중심 제재로 하고 있는 호탕한 낭만적 서정시이다. 고희(古稀)라는 말의 출처로 널리 알려진 ‘곡강(曲江)2’보다 나는 “꽃잎 하나 날아도 봄이 줄어드는데(一片花飛減却春)”라고 봄날이 떠나가는 아픔을 노래한 ‘곡강(曲江)1’이 더 좋다. 꽃잎이 점점 떨어지고 봄날이 다 간다. 시인이여, 어찌 술을 마시지 않으랴. 떠나는 봄날의 아무 마당에서고 자리를 펴 술을 마시자. “뜬 이름으로 이 몸 매어 무엇 하리?(何用浮名絆此身)”라는 문장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봄날이 가는데 우리 술을 마시자.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삶 또한 바람에 떨어져 내리는 저 꽃잎처럼인데.

해설<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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