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등 어린이 · 청소년들과 그림으로 내면적 대화 나눠
자아 정체성 찾는데 도움줘

“미술치료가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그림을 그리면서도 미술치료에 생소했던 화가가 미술치료교육센터를 열게 됐다.

포항미술치료교육센터 서종숙(40·사진) 소장. 그녀는 지역에서 독특한 그림으로 알려진 서양화가다.

“자폐 등 문제가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병원치료 등 여러 방법으로 치료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스스로가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지요.”

‘건방지게’ 신의학의로도 풀리지 않는 자폐아 문제를 풀겠다고 나섰더랬다. 1998년 포항시 남구 대잠동 34-2에 포항미술치료교육센터를 열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구미술치료센터에서 연구원으로 1년 동안 출퇴근하며 미술치료가 생소한 시기에 열었던 터라 운영이 녹록치 않았다.

미술치료나 상담이 활성화되지 않아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해서 센터를 운영하게 됐으며 금전적인 문제가 무엇보다 힘이 들었다.

“하지만 한 명씩 치료를 하고 종결을 하며 뿌듯함과 고마움을 많이 느끼게 됐지요. 수입이 빠듯하지만 이러한 보람이 지금까지 센터를 이끌어가지 않나 여겨집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지만 센터에서 치료를 종결한 학부모님과 아동들과 연락이 오가며 서로의 안부를 접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이 뿌듯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경영상 어려움도 여러 번 닥쳤지만 그녀만의 오기와 집념으로 올해로 11년째

미술치료 일을 하고 있다. 경주 안강이 고향인 그녀는 동국대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 미술치료전공을 졸업했다. 그리고 현재 대구대학교 대학원 재활심리 미술치료 박사과정 중이다.

그녀는 어려서 혼자서 달력에 나오는 그림을 따라 그리는 등 본인만의 표현을 많이 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미술선생님의 한마디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열정을 그림에 표현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나만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나의 화폭 속에는 끊임없는 나와의 대화가 오갔지 않았나도 싶구요.”

그래서 처음 개인전과 2회 개인전에서 강렬한 색채와 끊임없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7년 동안 4번의 개인전과 단체전, 해외전 등 80여회의 전시회를 꾸준히 했다.

최근에 늦둥이 아들을 낳았다는 그녀는 지난 한해 1년동안 화원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인성교육을 하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치료적으로 큰 효과를 준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림이 모든 걸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표현된 자신의 생각과 마음들을 봄으로써 내면 깊숙이 자리한 자기(Self)를 알아가는 과정이 미술치료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 두 번의 치료와 상담으로 모든 걸 치유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기회가 여러 번 이어지면서 내면적인 대화가 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교도소에서 미술치료를 하며 재소자들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자신의 작은 시간의 투자가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지게 됐단다.

그녀는 대학원을 다니며 정신과와 복지관에서 미술치료 임상을 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5년 동안 했다.

“그리고 현재도 노인요양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이러한 임상이 바탕이 돼 미술치료를 한다고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지요.”

그녀는 포항미술치료교육센터 소장으로 자랑할 만한 일로는 “어려운 상황에서 센터를 오픈한지 5년째 이지만 센터를 거쳐간 아동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뿌듯함이 이제까지의 힘겨움을 이겨내게 한 원동력이 됐. 특히 중학생을 치료하면서 학생 스스로가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삶의 변화를 경험할 때 치료사로서 활력소가 됐다.

현재 포항미술치료교육센터에는 아동에서부터 가족까지 모두 1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치료 등 다양한 접근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아동들은 경계선에서부터 정서나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대상들이 많으며 가족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상담을 의뢰하기도 한다. 아동들의 경우에는 어머니와 같이 치료하는데 치료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기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미술치료 교육도 하고 있으며 교육에 대한 관심도 점차 늘고 있다.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사들이 미술치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며 배우려고 문의도 많이 하고 있다.

그녀는 휴대폰에 ‘힘과 용기와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자’를 새겨놓았다. 그녀가 힘들게 될 때 마다 좌절하지 않고 그녀를 이끌게 해준 말들이다.

그녀는 포항미협 등 그룹전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미술치료학회, 상담학회 등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서라벌대학 아동미술보육과에서 5년째 강의하고 있으며, 위덕대 평생교육원에서 미술심리지도사과정을 6년째 강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 타 기관에서 미술치료 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하고 있는 박사과정에서 더 나은 발전된 모습과 좋은 논문을 쓰거나 센터 운영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치료와 상담의 기회를 접하게 하고 싶다는 그녀. 한걸음 한걸음 발전된 모습으로 센터와 그의 앞날을 차근차근 일구어 나가길 희망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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