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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미당 서정주 시인이 그의 7시집 `떠돌이의 詩`(민음사,1976)에서, 또 서정춘 시인의 3시집 `귀`(시와시학사, 2005)에서 `박용래`라는 제목의 시가 수록될 만큼 한국의 서정 시인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는 박용래 시인의 전집을 다시 읽는다. 그가 남긴 시 전집은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보통 시집 분량보다 조금 더 두꺼운 한 권으로 되어 있다. 그는 우리 한국 시단의 영원한 낭만주의자요, 눈물의 시인이다. “여름 한낮/비름잎에/꽂힌 땡볕이/이웃 마을/돌담 위/軟?로 익다/한쪽 볼/서리에 묻고/깊은 잠 자다/눈 오는 어느 날/깨어나/제상 아래/심지 머금은/종발로 빛나다”(`연시`전문) 지금쯤 내 고향 청도에는 마을마다 집집마다 감나무에 감이 등불처럼 붉게 익어가겠다. 그는`먼 바다`라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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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9.20
게재일 201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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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의 셋째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를 다시 읽는다. 지난 2005년 하늘로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어느 할머니의 한 많은 삶을 위무(慰撫)하고 있는 시 `열네 살 舞子`한 편만으로도 이 시집은 소중하다. 그가 내게 시집을 보내며 내지에 쓴 말처럼 `두 손`으로 읽어야 할 시집이다. 꽤 긴 장시(長詩)여서 독자 앞에 바로 내보일 수 없음이 무척 안타깝다. 부디 시집을 사서 두 손으로 그 서러운 노래를 펼쳐보시길. 시집 속의 내용은 크게 우리 사회의 현실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과 사랑을 노래한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킬링필드, 연밥 따는 아씨의 노래` `자운영 꽃밭에서 검은 염소와 놀다` `주홍 글씨` `내 손이 네 목 위에서` 등의 시편들이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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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9.13
게재일 20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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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장석남의 넷째 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을 읽고 나서 나는 한동안 가슴이 얼얼했다. 시와 노래를 담아두고 스스로 즐기다가 가끔 퍼내기도 하는 내 오른쪽 가슴이 불에 데인 듯 십일월의 가을바람이 들어찬 듯 서늘했다. 통증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노래의 흥분에 휩싸이는 행복한 통증이었다. “번짐,/번져야 살지/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번짐,/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번짐,/번져야 사랑이지”(`水墨 정원 9`부분) 시집 속에는 `수묵 정원` 서시를 비롯하여 `수묵 정원1`에서 `수묵 정원9`까지 모두 10편의 연작시가 있다. 장석남 시인이 물(水)과 먹(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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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9.06
게재일 20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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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모 일간지에서 표성흠 소설가가 제1회 연암문학상에서 장편소설 `뿜뱀`으로 수상한다는 기사를 읽고 바로 책을 사서 보았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뿔 달린 뱀은 용이 된다고 한다. 용은 여의주를 물고 불을 내뿜을 수 있는 초능력으로 전설적인 존재가 된다. 그러나 용이 되지 못한 뿔뱀은 이무기가 되어 영원한 어둠 속에서 남에게 해코지나 하는 짐승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한다. 아니면 잠룡이 되어 다시 천년을 기다려 여의주를 얻어 용이 될 기회를 기다린다고 한다. 표성흠 작가는 연암 박지원을 그리면서 이러한 뿔뱀을 하나 만들어 냈다. 아니 엉덩이에 뿔난 뱀을 하나 그렸다고 했다. 이 뿔뱀이 용인지 이무기 인지는 독자가 가려낼 일이라고 한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써서 남긴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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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8.29
게재일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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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의 산문집`그래도 사랑이다`는 촘촘하게 직조된 결 고운 명주처럼 곱다. 그리고 맑고 깊은 우물처럼 시인이 바라본 이 세상의 풍경과 내면세계가 웅숭깊게 그려져 있다. 시인은 자신보다 앞서 살다 간 수많은 예술가, 철학자들이 남긴 경구(警句)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언어에 자신의 사유를 펼쳐놓으면서 세계의 비의와 삶의 곡절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인간의 삶을 마부의 인생을 통해 반추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은 덜커덕거리는 수레를 끌고 무한대의 길을 가는 지친 마부이다. 고삐는 마부의 삶을 결정한다. 누구나 수레에 탈 수는 없다. 고삐는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이 기우뚱거릴 때 고삐는 느슨해진다. 삶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사랑 또한 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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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8.22
게재일 201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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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유쾌한 이야기를 읽었다. 바로 `흑설공주 이야기`이다. 어느 날 초등학생인 딸이 `흑설공주`니 `개구리 공주`니 하면서 그런 책이 있다며 읽고 싶다고 해서 구입을 했다. 우선 먼저 내가 읽어 보았다. 그랬더니 왠지 통쾌하기 조차한 내용에 그만 빨려들어 가고 말았다. 어차피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원작이나 패러디한 작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 `흑설공주 이야기`에는 작가의 재치와 통찰력으로 리얼리티와 진실함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인지 원작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흑설공주 이야기`에는 `백설공주`를 패러디한 `흑설공주`, `개구리 왕자`가 아닌 `개구리 공주`, `미녀와 야수`가 아닌 `못난이와 야수`, `벌거벗은 임금님`이 아닌 `벌거벗은 여왕님` `인어공주`는 `막내 인어공주` 등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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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8.16
게재일 20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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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의 근작 시집`광휘의 속삭임`을 읽고 좋아라고 서너 편을 내 공책에 옮겨 적은 시 가운데 한 편`이어떤 적막`이다.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들꽃을 따서 너는/팔찌를 만들었다./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둥근 안팎은 적막했다.//손목에 차기도 하고/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네가 없는 동안 나는/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적막으로 一家를 이룬다-/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시에서 말하는 `어떤 적막`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불완전하고 한계적 존재인 인간의 근원적인 외롭고 쓸쓸함의 한 모습을 시인은 `어떤 적막`이라 말하고 있는가. `너`와 `나` 사이에 들꽃을 따서 만든 `팔찌`가 있고, “네가 없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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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8.09
게재일 20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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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이 지금껏 펴낸 여러 권의 시집 가운데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집이 바로`꽃의 고요`이다. 표제시 `꽃의 고요`를 읽어본다. “일고 지는 바람 따라 청매(靑梅) 꽃잎이/눈처럼 내리다 말다 했다./바람이 바뀌면/돌들이 드러나 생각에 잠겨 있는/흙담으로 쏠리기도 했다./`꽃 지는 소리가 왜 이리 고요하지?`/꽃잎을 어깨로 맞고 있던 불타의 말에 예수가 답했다./`고요도 소리의 집합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는가?/꽃이 울며 지기를 바라시는가,/왁자지껄 웃으며 지길 바라시는가?`/`노래하며 질 수도……`/`그렇지 않아도 막 노래하고 있는 참인데`/말없이 귀 기울이던 불타가 중얼거렸다./`음, 후렴이 아닌데!`” `꽃의 고요`를 두고 부처님과 예수님이 한 자리에서 친구처럼 말씀들을 나누고 계신다. 부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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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8.02
게재일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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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1년 동안 읽은 책이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이런저런 다른 책도 읽었지만서도 말이다. 1년 전 여름방학 때,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카가 일시 귀국해서 자신이 번역한 것이라며 건네준 책이다. 바로 `유전자만이 아니다`라는 책이다. 책의 쪽 수가 500쪽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번역 소개된 진화사회과학 책으로, 출판된 그 다음해에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선정하는 기초학문분야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내가 이해하는 사람의 유전인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요소이며, 내 조상들의 오랜 경험의 기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결정체라 생각한다. 내 몸 속에 흐르고 있는 유전적 정보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사람을 사람이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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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7.26
게재일 201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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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모순된 말로도 표현이 모자란다”라는 찬사의 글을 책소개에 맨 첫머리에 내놓게 만든 책이 `곱게 늙은 절집`이다. 이 책은 칼럼니스트이자 디자이너인 심인보가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있는 아름다운 산사를 직접 발로 찾아가 빼어난 사진과 유려한 문장으로 소개한 것이다. 심인보의 사찰 여행기 `곱게 늙은 절집`의 기본 색조는 `곱게 늙은`이라는 수식어에 담겨져 있다. 그의 곱고도 깊은 문채(文彩)는 `곱게 늙은 절집`을 닮아 편안하고도 아름답다. 볼썽사나운 것이나 잘못된 것을 따끔하게 질타하는 글은 독자의 심정을 시원하게 해주면서 참된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게 해준다. 책 본문 속 수백 장의 빼어난 사진은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하고 저자의 글을 분명하게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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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7.19
게재일 20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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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한 박정대 시인, 그는 현재 `무가당 담배 클럽`이라는 정체모를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슨 결사대 같은 그 동인이 어떤 모임인지 정체는 알길 이 없다. 박정대 시인이 부르는 노래는 술과 담배와 음악을 밑불로 하여 끝없이 타오르는 센티멘털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스스로 “담배를 피워 물고 저녁마다 감정의 확산을 꿈꾸는 나는 자생적 감정 빨치산”이라고 한다. 이러한 “극렬 감정분자”의 노래는 새들이 추위를 피해온 북 호텔과 리스본 야간비행, 백남준의 노트, 추락한 천사들의 가슴속, 알제리 기타, 갈라파고스 고독의 제도, 가우디 아파트, 체 게베라, 라벤더 안개 등 시간과 공간의 단절을 뛰어넘어 흘러가고 존재한다. 박정대는 `가우디 아프트`에서 “사랑은 그 누구나 꿈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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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7.12
게재일 201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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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시인의 새 시집`거룩한 낭비`가 6년 만에 출간됐다. 목회자와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으로 우주와 소통하고 거기 충만해 있는 생명의 흐름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그려낸 64편의 시가 귀하다. 특이하게도`거룩한 낭비` 표제시가 두 편이 나오는데, 모두 하느님이 주인공이다.“적설 30cm, 때아닌/폭설에 갇혀 모처럼 쉬다//그렇게 맥 놓고 쉬는데,/또 난분분 난분분 뜨는/창밖의 잔눈송이들 보며/詩情에 드니 모처럼 시다//오늘따라 낭비를 즐기시는 하느님이 맘에 든다/흰 눈썹을 낭비하고,/흰 섬광의 시를 낭비하는 하느님이 맘에 든다/내리는 족족 쌓이는 족족 공손히 받아 모시는/겨울나무들처럼//나 두 팔 벌려 하느님의 격정을 받아 모 신다/받아 모시니,//시다!”(`거룩한 낭비`전문) 문학평론가 유성호는 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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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6.07
게재일 201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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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이것을 본 딸아이가 어린이들이 보는 신문은 없냐고 해서 어린이 신문을 구독해서 읽기 시작한 것이 벌써 3년째 접어든다. 딸아이는 어린이 신문을 보면서 새로 나온 책 소개를 열심히 본다. 그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서 본다. 얼마 전에 딸아이가 읽고 싶다고 해서 구입한 책이 바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인 앤디 앤드루스의 `세상을 바꾼 아이`였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내 딸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은근히 읽어 보라고 종용했을지도 모른다. 내용은 등장인물 4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행한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로 나비효과 이론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미국의 한 농장에서 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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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5.31
게재일 20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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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라는 시로 잘 알려진 김광규 시인의 열 번째 시집이다. 한양대학교 독문학과를 정년하면서 펴낸 시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문학과지성사, 2009)이후 4년만이다. 우리의 소시민적 삶과 우리 시대의 부정적 징후들을 포착하여 풍자와 비판적 시선으로 그려낸 그의 시 세계가 아홉 번째 시집부터 조금씩 그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시인의 가족과 자기 삶에 대한 회고와 성찰, 자연에 대한 깊은 응시에서 길어 올린 삶의 예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최근 김광규 시인의 노래는 과거에 비해 좀 더 내면적이고 관조적 성격을 띠고 있다. “복실이가 뒷다리로 일어서서/창틀에 앞발 올려놓고/방 안을 들여다본다/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다/오후 늦게 마신 커피 덕분에/밀린 글쓰기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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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5.24
게재일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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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의 자리에까지 오른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학생들 지도를 위해 읽고 싶었던 책 중의 한 권이었다. 이번에 다 읽고 나서 수업시간 마다 이 책을 학생들에게 꼭 읽어 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절망 속에서 20대를 보낸 것 같다. 당시 정치, 사회 문제를 내 문제인양 고민하고 아파했다. 이에 해답을 찾으려고 문학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20대에 문학에 인생을 걸었다. 그런데 난, 여전히 아파하고 있다. 아직도 청춘인가 보다. 뛰어난 실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해 취업을 못한 후배들,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는 제자들, 부모와 다투고 집을 나와 친구 집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A군, 간암이라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시어른,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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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5.17
게재일 201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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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창근. 그는 현재 고향인 상주에서 그림과 소설을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전업적가이다. 문학웹진 `문학마실`의 편집인 활동을 하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첫 소설집`소도`(뿌리, 2008) 이후 3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소설집`아버지의 알리바이`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반어적 제목인`범죄 없는 마을`은 마을 주민들에게 정기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정신지체 장애우의 가슴 아픈 삶을 다루고 있다.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허울 속의 어두운 그늘을 예리한 필치로 파헤침으로서 우리 현대 사회에 음험하게 드리워져 있는 부정적 이면을 날카롭게 고발하고 있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같이 소외되고 비정상적인 육체나 정신을 가진 농촌사람들이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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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5.09
게재일 201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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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석 시인의 제9시집 `상응`은 좀 특별나다. 아담한 크기의 시집 판형과 거기에 수록된 시편도 고작 32편이어서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기다란 시나 산문시가 60편을 넘어 70편에 가까운 일반적인 시집들과는 비교가 된다. 부피가 작고 수록된 편수도 적지만 그의 시들이 내장하고 있는 의미는 자못 깊고도 크다. 그 가운데 `청도 냇가에서 대 무늬진 돌을 주워 동풍`이라 이름 짓고`라는 좀 길고 독특한 제목의 시 한 편을 읽어본다. “속속들이 두근대는 동부새에, 상기 성깔 남은 소소리바람에, 짐짓 명랑한 듯 퍼덕이는 동풍에 휘는-꼿꼿하게 휘는-겨울, 대나무들. 누워서도 안간힘으로 버티면서 마디마디 곧게 설레는, 동부새에 소소리바람에 동풍에 눕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마디마디 한 마디로 일어나는 대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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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4.26
게재일 20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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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책읽기를 장려하는 내게 서점에서 한 눈에 들어 온 책이 바로 `리딩으로 리드하라`였다. 우선 책 제목이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정말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책을 읽자, 좀 더 많이 책을 읽자”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천재들이나 부자들은 모두 인문 고전을 읽었다고 그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에디슨을 비롯하여, 자본주의 세계의 최고의 승자들인 카네기, 워런 버핏, 이병철, 정주영은 모두 엄청난 인문 고전 독서가였다. 치열한 인문 고전 독서로 두뇌의 수준을 한 차원 높힌 뒤에 얻는 사고력과 통찰력이야말로 그들의 평범한 손을 황금 손으로 만든 것이다. 세상에 있는 책을 두 부류로 구분하고 있다. 하나는 고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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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4.19
게재일 201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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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한 신인 김민의 첫 시집 `길에서 만난 나무늘보`는 자못 충격적이다. 등단한 지 6년 만에 펴내는 그의 첫 시집에 수록된 86편의 시가 모두 한 줄짜리 작품으로 되어있다. 이런 시집은 우리 문학사에서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것이리라.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 형식인 일본의 하이쿠(俳句)를 연상시키는 1行에 김민 시인은 세계 속의 자신의 존재 의의를, 자아와 세계의 소통을 압축·집약시켜놓고 있다. “노을이 갈대 사이로 흘렀네 내 굽은 손으로는 뭘 뿌려야 하나” (`자화상1`) “난수표를 풀어야 나를 읽을 수 있다니”(`자화상2`) “집어등 켜지는 시간 삐쩍 마른 오른손 탄불에 구워 들고 한 잔”(`자화상3`) “죽음을 주우러 다니는 넝마주이”(`자화상4`) “아유, 이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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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4.12
게재일 201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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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시인 민병도의 제 13시집`원효`는 한국의 위대한 승려 원효(元曉)의 생애와 사상을 108편의 시조로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한 권의 시집 전편이 세계적인 고승(高僧) 원효의 삶과 사상을 언어의 노래로 복원하는데 집중되고 있다. 29편의 단시조로 된 제1부 `생애`편은 각 작품마다 그 말미에 주석의 형태로 전해져 오는 역사적 사실과 설화를 덧붙여 원효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드높이고 있다. 원효의 중심 사상인 일심(一心)을 무애(无涯)의 실천 방법으로 노래한 시 `일체무애인`을 보자. “바람이/모습을 버려/걸리지 아니하듯//물이/형상을 버려/막히지 아니하듯//사람이/사람을 버려/바람이요/불인 것을” 이 시는 일체무애인(一切无涯人) 원효의 삶과 사상을 절묘하게 노래하고 있다. 제2부의 `일심`의 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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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4.05
게재일 201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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