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소싸움’을 올해 새롭게 무형문화재 지정 대상에 포함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매사냥, 울산쇠부리소리 등 8종을 신규 조사 대상으로 발표했다. 그러자 동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동물 학대 지적을 받는 소싸움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전통 보존이 아닌 학대라고 주장했다. 깜짝 놀란 문화재청도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동물 학대 논란은 ‘투우 경기’가 국기(國技)로 되어 있는 스페인에서도 일고 있다. 스페인의 식민지배 영향으로 투우 경기가 열렸던 중남미의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에서도 중단 사례
인류의 문명사에서 디지털 기술의 역사는 20세기 중반 이후 불과 100년이 채 안 된다. 문명사의 시작 지점을 20만 년 전 정도로 본다면 100년은 그 중 0.05%에 불과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디지털 기술이 현대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가장 중요한 발명으로 꼽힌다는 것은,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실감케 한다.디지털화의 물결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세대로서, 디지털이 없는 인류의 삶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어느새 우리 삶 속 깊숙이 자리를 잡아 마치 만능 해결사처럼 여겨지게 된 디지털 기술. 그러나 디지털 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가 여느 날보다 더 반갑다. 하필이면 단대목에 프린트기가 말썽이란 말인가.“큰댁에 가셔야 할 텐데 죄송해요.”“어디 요새 설이 설입니까? 아침에 잠시 가서 절이나 하고 오면 한나절도 안 걸리는데요. 어디 보자, 빨간 잉크 분사가 잘 안 되는 모양인데.”어디까지 가셔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프린트기를 열어젖히며 말했다.본가가 저기 강 건너 산 아래 있는 집성촌이거든요. 지금이야 타성이 조금 있긴 하지만, 뭐 그래도 아직 우리집안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요즘 촌에 젊은 사람 있기나 한가? 나이 많은 어르신들
한번씩 팔이 저려 내원 하는 환자 중에 흉곽출구 증후군인 환자들이 있다. 증상은 목디스크로 오인을 제일 많이 하고 가끔씩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어깨 근육 문제로 듣고 내원 하는 경우가 있다. 주된 증상은 팔저림이고 팔에 힘이 없다 팔이 아프다 목이나 어깨도 저리고 아프다 등을 호소한다.흉곽출구 증후군은 선천성이거나 외상이 아닌 경우 대부분 잘못된 자세로 인해 발생한다. 대부분 현대인들이 취하는 잘못된 자세인 굽은등과 둥근어깨 거북목으로 목과 어깨에 부담이 가면 경추 흉추 쇄골 및 견갑골 등의 틀어짐으로 상완신경총과 같이 지나가는 쇄골
지난해까지는 정당현수막이 난립하여 무척 불편했다. 어느 날부턴가 지역 국회의원 사진이 크게 박힌 현수막이 네거리에서 내내 펄럭거리고 있어 저이는 현수막으로 정치하나 비난했더니 그 옆에 또 다른 정당의 현수막이 질세라 걸렸다. 촌스러운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노란색의 굵은 글씨 현수막으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둘러싸인 네거리는 차라리 음산했다.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현수막을 두고 ‘현수막은 도시의 붕대’라고 누군가가 힐난한 걸 기억한다. 정치광고는 상업광고에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문구의 끝판왕이었다. 현수막 정쟁이요, 깎아내리기
새해들어 대구 수성구에서 ‘삼도부(三都賦)라는 베스터셀러로 인해 낙양의 종잇값이 올랐다’는 중국 서주시대 고사성어가 현실화하는 일이 생겼다. 수성구에 있는 일부 명문고에서 2024학년도 수능시험 전국 수석이 나오고 수도권 의과대학 진학률이 높아지자, 해당 학교주변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의대 열풍’이 낳는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다.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최근 2025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2천명씩 늘리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하자, 사회 전체가 ‘의대입시 블랙홀’에 빠지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
습지는 물이 흐르다 흐름이 정체되어 오랫동안 고이는 과정에서 생성된 곳을 말한다.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같이 물살이 세고 빠른 곳에는 습지가 잘 발달하지 않는다. 넓은 강 주변이나 하구, 갯벌같이 물이 느리고 고이는 곳이어야 습지가 발달하기 좋은 곳이다.문경 돌리네 습지가 지구촌 습지 보전을 위한 국제협약기구인 람사르 사무국이 인정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국내서는 25번째며 경북에서는 처음이다. 람사르 습지 등록은 지질·지형학적으로 희귀하거나 생물서식지로서 가치가 높아야 인정이 된다. 돌리네 습지의 생태학적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
설 명절이 지났다. 으레 즐거워야 할 음력설을 쇠고 나면 대한민국 곳곳에선 앓는 소리로 가득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 친지를 방문했다가 덕담(?) 아닌 독담(毒談)을 한 바가지 듣고 온 탓이다. 취준생에게 취업 이야기, 입시생에게 학업 이야기, 다른 형제자매와의 비교, 결혼 이야기, 난임으로 걱정인 부부에게 출산율 이야기, 여기에 더해 본인들 자랑질까지. 풀 세트로 받고 나면 그야말로 즐거워야 할 명절이 생지옥이 돼버리는 건 당연지사. 즐거운 시간만으로도 부족한 설, 왜 이렇게 아웅다웅하는 일이 많아진, 천덕꾸러기 명절이 돼버린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평범한 일상이다. 모처럼 가족 친지를 만나 새해 인사를 나누고 차례를 지내면서 조상 섬기는 마음을 되새기는가 하면, 떡국을 먹으면서 새해의 소망과 덕담을 나누는 모습들이 정겹기만 하다. 시대적인 상황과 모바일 환경의 변화로 온라인 성묘와 원격 세배, 원격 세뱃돈, 온라인 연하장 등 설날 풍속도가 다소 달라지긴 했어도 설날 아침 떡국을 먹는 풍속은 그대로인 것 같다. 설날에 떡국을 한 그릇 먹어야 한 살을 더 먹게 된다는 말이 생겨나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 부르기도 한다.새해 첫날이나 설날이면 떡국을 먹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는 이유를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항상 언론과 소통하고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고 하면서 “질문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도어스테핑’은 6개월 만에 중단됐고, 신년기자회견도 하지 않은지 2년째다. 국민은 왜 청와대를 나왔느냐고 묻고 있다.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대통령의 소통 대상이 ‘제한적이고 선택적’이라는 사실이다. MBC기자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반면, 조선일보에는 대통령 단독인터뷰라는 특혜를 줬다.소통의 본질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거에 나선 정당은 35개다. 역대 가장 많았다.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사상 최장인 48.1㎝에 달했다.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 자동투표용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수작업을 해야 했다.이를 두고 당시 북한 선전매체는 ‘정당 홍수가 터졌다’며 비아냥댔다. ‘괴이한 48.1㎝’ ‘역대 최장의 선거표’라고 비꼬았다.제22대 총선 투표용지 길이는 21대 총선보다 더 길어질 전망이다.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며 위성정당 난립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3지대 신당 등장
우리 사회가 걱정된다. 총선 두 달 앞. 예비후보들의 나라 사랑 없는 자찬 문자 폭탄에 짜증이 난다. 엎친 데 덮쳐, 한 자칭 성직자의 타락행위가 우리를 분노케 한다.성직자 신분을 정치공작 도구로 쓴 사악함을 국민은 목도 했다. 목사를 자처하는 사람이 대통령영부인을 상대로 함정 몰카 범죄를 자행한 것이다. 그는 재작년 성직자 신분과 동향 출신을 내세워 관저 입주 전인 영부인에게 접근, 아무도 모르게 선물전달 몰카를 찍었다. 1년 반 가까이 두었다가 총선 직전에 영상을 공개하며, 무슨 투사인 양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저의가 무엇일
지구촌에 살아가는 사람, 동물, 식물, 미생물 등 모든 생명체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원칙에 따라한 번 살다가 간다. 어떤 생명체라도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지구촌 실상은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 한나라 같은 민족 간에도 신분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 조선시대를 보더라도 양반과 상민, 천민 등 살아가는 삶의 질이 다르기도 했고 오늘날에는 선진 민주화를 통하여 누구나 성장의 기회, 존중 받는 사회가 되었다.최근 일본에 사는 외국인은 300만에 육박하고 전체 인구의 2% 수준을 넘
대구 경북 방언으로 방언시를 즐겨 짓고, 경상도 방언시집을 많이 출간한 상희구 시인의 시 중에 ‘돔배기’라는 시가 있다.“지삿날 큰집 백모님이/음복식을 나누어 주실 때/돔배기는 항상/제기 맨 우에 얹혀있었다./당당하게, 돔배기는 모든 지사 음식을 앞으로 끌어간다./지가 지일로 앞장서고/콩나물 고사리나물 무시나물…./소고기 산적도 끌어가고/민어 산적도 끌어가고…./이렇게 돔배기는/모든 지사 음식을 다 끌어간다/”경상도 제사상에서 으뜸인 제수가 돔배기임을 알 수 있는 시이다.돔배기는 무엇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돔배기를 찾으
서기 83년 로마가 스코틀랜드를 침략했을 때다. 브리튼 섬 북부 스코틀랜드 일대의 칼레도니아족은 사활을 걸고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칼레도니아 칼가쿠스 족장은 로마인을 ‘세상의 악당’이라고 비난했다.“약탈과 학살을 하면서 웃기게도 제국이라 칭하고, 세상을 사막으로 만든 후 평화라고 거품 문다”멋진 조상을 둔 민족이다. 그들은 칼레도니아, 즉 ‘강인한 민족’이란 뜻처럼 로마로부터 끝끝내 지켜냈다.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아우렐리우스, 콘스탄티누스, 유스티니아누스 등 이들이 엮어냈던 로마는 ‘세계의 머리(Caput mundi)’, ‘영원
세대를 포위했었다. 지난 대선을 이긴 보수여권이 청년의 표를 끌어모았다. 기존 60대 이상과 신규 30대 미만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했다.청년들의 표심은 이념이 기준이었을까. 그렇지 않아 보였다. 실용에 뿌리를 두고 현실에 밝은 젊은이들의 시선을 살펴야 했다. 가르치려 하기보다 배워야 했고, 말하려 하기보다 들어야 했다.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골칫거리로 생각하지 말고 한 세대의 성난 몸부림으로 해석해야 했다. 진보도 보수만큼이나 기득권력이 되어버린 이상 새롭게 나타난 경보가 아니었을까. 다시 생각하라는 경고장이며 초심
좀비(zombi, zombie)는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한다. 아이티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믿는 부두교에서 유래했다. 부두교는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서아프리카에서 서인도 제도의 아이티로 팔려 온 흑인 노예들이 믿던 종교다.부두교에 좀비는 부두교의 사제 보커(bokor)가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다. 보커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사람은 지성을 잃은 좀비가 돼 보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보커는 이 좀비들을 노동자로 착취하거나 팔아버리기도 했다.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좀비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다시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세상엔 다양한 그물이 있다. 물고기를 잡는 어망부터 해충을 막는 방충망까지, 우리네 일상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게 그물(網)이다.그물은 노끈이나 실, 쇠줄 따위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물과 공기는 통하되 그물코 보다 큰 물체는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이같은 그물의 규칙성을 법(法)에 적용해 법적인 감시와 제재를 뜻하는 ‘법망(法網)’이라는 그물도 세상에 존재한다.“법망이 더 촘촘해졌다”, “법망을 빠져 나간 범죄자” 라는 식의 표현이 대표적인 용례다. 때문에 세상의 어떤 그물이던 제 기능을 못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큰 혼란에 빠
설날을 집에서 쇠지 않은 지 꽤 여러 해다. 차례는 성묘로 대신하고 설날엔 가족여행을 같이 했다. 모두 모이면 10명, 경주나 부산엘 갔다. 심지어 대구라도 집 아닌 호텔에서 만나 느긋하고 여유로운 명절 연휴를 즐긴다. 며느리들에게 명절증후군 따윈 물려주고 싶지 않은 나의 결심과 용단이 늘 뿌듯하다.얼마 전 남편 생일로 온가족이 모인 김에 설날 장소를 상의했다. 며느리들에게 멋진 제안을 해보라고 했더니 핸드폰을 꺼내들고 날짜를 확인한다.올 설날은 예년보다 좀 늦어 2월 중순께 있다. 큰 아들이 업무 때문에 2월 내내 많이 바쁠 거란
경북대학교 신년음악회에 다녀온 친구가 동영상을 보내왔다. 뮤지컬배우 최정원이 활약한 대목을 꼭 보라는 당부와 함께. 얼마나 감동적인 무대였는지, 궁금증이 일었다.최정원은 10년 만에 초대를 받아서 왔다고 했다. 10년마다 불러주신다면, 10년 뒤 66세가 되는 해에 이곳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가 기다려진다며, 관객과 나눈 따뜻한 마음을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어 행복할 것 같단다. 사랑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그녀는 뮤지컬 ‘맘마미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