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아이들이,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났다. 바다에 수장되고 만 것이다. 처음에 바쁜 일중에 언뜻 인터넷에서 조난 사고 단신을 보고는 그렇고 그런 사고려니 했다. 밤에 다시 접한 소식은 참혹했다. 이럴 수는 없다. 이렇게 잘못될 수는 없다. 이렇게 무력할 수는 없다. 다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그냥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만 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고, 나흘째가 되자 사태가 분명해졌다. 국가며, 정부며, 언론이며, 이 모든 잘난 기구들, 위엄 있는 기구들이, 6천825t짜리 배 하나를 건져 올리지 못하는 헛것이었다는 사실. 아니, 그전에, 기울어져서, 서서히 침몰해 가는 배안에 갇힌 아이들을 단 한 아이도 꺼내오지 못할 유령이었다는 사실.
칼럼
등록일 2014.04.23
게재일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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