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노사이드`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야마다후타로상을 석권하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일본 서점 대상`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 내며 국내 파워블로거가 뽑은 올해의 책 1위, 인터넷 서점 올해의 책에 오르는 등의 저력을 발휘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 소설 `KN의 비극`(황금가지)이 출간됐다. 사형 제도를 다룬 `13계단`으로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과 함께 수상작 역대 최단 100만 부를 돌파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다카노 가즈아키는 밀도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작품을 잇달아 발표해 사회파 미스터리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왔다. 이번에 출간된 `KN의 비극`에서 임신과 중절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흥미로운 스토리에
일상의 평이한 언어가 빛을 발하는 맑고 투명한 감성적인 시세계로 많은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집 `여행`(창비)이 출간됐다. 지난해에 등단 40년이 된 것을 스스로 기념해 펴내는 열한번째 시집이다. “시 속에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울고 있는 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곽재구, 추천사)는 감상처럼,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변함없이 맑고 순결한 시심을 자아올려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깊은 반성과 고뇌가 서린 성찰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간다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으며 “남아 있는 삶 동안 여전히 시의 눈으로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시인의 말`) 시인의 경건한 마음이 애틋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인생의 평범
`말(言)`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일상을 한번 곰곰이 되돌아보자. 하루 중 우리는 얼마만큼의 말들과 또 어떤 말들을 듣고 내뱉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가. 그 와중에 우리를 현혹시키고 선동하는 말들, 혹은 처음에는 강렬하게 다가오는 듯하나 한순간에 휘발해버리는 수많은 말들이 부지불식간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반면에 어떤 말이나 글귀는 우리 가슴속에 이정표로 남아 우리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들도 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줄 이 시대에 꼭 새겨듣고 읽어야 할 대문과 철학자들의 문장을 엄선하여 기획한 `책 읽는 오두막`의 `이렇게 말했다` 시리즈에서 `브레히트`에 이은 두 번째 책,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가 출간됐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
한겨레문학상, 요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수상작가인 소설가 한창훈(51)이 4년 만에 들고 온 이야깃거리는 단연, “사랑”이다. 좀더 고민해 찾으면 제목으로 쓰인 “연애사(史)”가 더 들어맞을 듯하다. 각각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신만이 간직해온 은밀한 “연애사” 하나쯤은 있을 터, 또한 “그 남자”가 바로 당신 혹은 나를 지칭하는 것은 당연지사. 제목만으로 이 소설집이 매우 흥미롭고 또 따끔할 것이란 걸 대번에 추측할 수 있겠다. 그것도 이야기라면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펄펄”(문학평론가 서영채, 추천사) 뛰는 소설가 한창훈이라면? 그렇다면 우리 독자는 마음 놓고 실컷 웃을 준비가, 또 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그동안 그만이 독점적으로 그려내 보인 섬, 그 섬사람만의 위트 속에서 그 “사랑”이라는 것
시인이자 비평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박상수 시인이 두번째 시집 `숙녀의 기분(문학동네)`을 펴냈다. 전작 `후르츠 캔디 버스`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이번 시집은 그 제목부터가 읽는 이의 마음을 잡아끈다. 먼저 `숙녀`. 1) 교양과 예의와 품격을 갖춘 현숙한 여자. 2) 보통 여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 3) 성년이 된 여자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 그러나 굳이 이러한 사전적 정의를 밝히지 않더라도 이제 막 성인이 된, 젊은 여성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은 호칭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터. 그리하여 이 시집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7년 전 사탕을 빨던 아이도,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중년도 아니다. 또한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반대로 특권을 누리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더
동기부여와 마케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트레이너로 꼽히는 브렌던 버처드가 방전된 인생을 위한 10가지 충전 매뉴얼을 알려주는 `충전`(문학동네)이 출간됐다. 날마다 충전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마음 가득 충만감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방전된 몸과 마음으로는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책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에너지를 되찾아 다시 한번 충전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책은 관점과 성격을 주도하고 새로움·일의 흐름을 주도하라고 권한다. 또 배움의 욕망을 평가하고 지휘하고 성공을 정체성에 통합할 것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분명한 비전을 갖고 크게 생각하고 대담해 질것, 긍정적인 투사를 연습하고 매달 도전 프로젝트를
부장의 트집이 두려워 중요한 업무를 퇴근 전까지 미룬 적은 없는가? 과제는 오늘 마감인데 여전히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클릭하고 있지는 않은가? 헬스를 등록하고도 퇴근만 하면 방에 누워 리모컨을 잡고 있지는 않은가? 이처럼 일상적으로 미루는 습관에 젖는 진짜 이유를 알면, 지금까지 결심만 하고 실천하지 못해서 잃어버린 많은 기회들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미루어 둔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허둥댔던 수많은 밤들, 충동에 못 이겨 아깝게 날려버린 시간 때문에 낙담한 경험이 있는가? 아무리 사소한 늑장이라도 중요한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직도 호주머니 속에 당신의 잠재력과 꿈을 구겨 넣고 있다면 지금 당장 꺼내라. 오늘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자신이 세운 결심을 이루기
정치권에서 비롯된 `국민행복시대`라는 말이 최근 들어 전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사실 행복은 일찌감치 자기계발의 주류 담론으로 자리잡아왔다. 소위 우리 사회의 멘토들도 너나할 것 없이 저마다의 행복론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철학자 탁석산은 이번에 출간한 `행복 스트레스`(창비)에서 맹목적으로 행복에 집착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행복 담론의 실체를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현대인들에게 강요되는 행복 강박증을 `행복 스트레스`로 개념화하며 우리가 종교처럼 떠받드는 행복이 사실 텅 빈 개념일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악용될 수 있으며, 우리 인생을 헛수고로 끝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초부터 모든 것을 의심하는 철학자들이 우리 사회의 맹목적 행
고형렬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문학동네)를 펴낸다.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莊子)`를 발표하며 시단에 나온 26세의 시인이 시를 삶으로 삼아온 지도 어느덧 34년. 올해 생물학적 나이로 육십이 된 고형렬은 아홉번째 시집을 다음의 제사(題詞)로 시작한다. “그곳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는 내가/ 이곳으로 걸어올 수 없는 너에게”. 그리고 83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뒤따른다. 지난 2013년 5월11일은 시인의 절친이었던 고(故) 박영근 시인의 7주기였다. “나의 두 날개는/ 그의 가슴속 하늘을 날고 있다”(`시인의 말`)는, “그래서 5월이 가기 전에 시집을 내고 싶었다”는 시인. 그러고 보니 시집 제목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도, 한 편 한 편의 시들도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지지를 받으며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 등 지금까지 두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이 첫 연구서이자 산문집인 `그을린 예술`(민음사)을 출간했다. 심보선은 이 책을 통해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맞이한 예술의 위기와 삶의 비참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하며 예술을 행하고 또 삶을 사는 당사자로서 체험하고 관찰하고 느끼고 사유한, 예술과 삶의 관계를 말한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거대한 영향 아래 우리 삶은 피폐해졌고 시장 논리에 잠식당한 예술은 죽었다. 심보선은 우리가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삶 속에서 꾸는 꿈으로서의 예술을 꿈꿔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서 삶, 정치, 일상과 접속하며 우리
시·소설·평론 등 문학 장르 외에도 역사·음악·미술·인문 등 문화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다산성의 상징`이라 불릴 만큼 전방위적 글쓰기를 해온 김정환 시인의 신작 시집 `거푸집 연주`(창비)가 출간됐다. 최근 4년간에 걸쳐 완결한 `전작 장시 3부작`을 빼면 `레닌의 노래`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전체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나온 세월, 20세기의 시대정신에 대한 성찰과 모색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다정하고 슬프고 강건한 아포리즘”(진은영, 추천사)의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시집 전반에 걸쳐 선명하게 드러나는 폭넓은 지식의 깊이와 특히 `늙은 몸`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가
새로운 언어와 서사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강력한 해체적 실험을 감행하며 독자와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모아온 한유주(31)의 첫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발표하는 소설마다 읊조리는 듯한 시적 문장과 기존 서사를 해체하는 파격적 형식으로 읽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온 작가가 처음 긴 호흡으로 장편소설을 묶어냈다. 2011년 봄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과사회`에 연재된 이 소설은 “무언가 다르다”와 “역시 한유주다”는 상반된 의견을 불러오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총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다른 두 차원에서의 이야기가 서로 스미고 짜이며 교묘하게 얽혀 들어가 앞-뒤, 선-후의 경계를 교란하며 결국은 언어의
동양화가 유근택 교수(성신여대)의 그림은 일상의 한 귀퉁이를 화면에 담아낸다. 세상에 빈약한 대상은 없다는 자각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그림은 우리네 삶을 함축적으로 압축한다. 알다시피 `일상`이란 화두(話頭)는 2000년대 우리 미술동네에서 즐겨 쓰던 화두(畵頭)이다. 20~40대의 젊은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고 시도해본 주제다. 민주화와 전지구화라는 거대담론이 묵직하게 내려앉던 1980~90년대 미술계에서는 가급적 꺼려했던 소재, 설령 작품에 담는다 해도 키치적 방식을 가미하거나 입체설치-영상의 스펙터클한 방식으로 다뤘던 화제(畵題)를 그는 묵묵히 `한국화`에 포개어 나갔다. 비엔날레와 레지던시라는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제도 속에서 큐레이터와 평론가의 시야에 포착되기 위해서는 `비` 일상적-서구적 작업
오늘의 작가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2천년대 한국문학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된 정미경 작가의 신작 소설집 `프랑스식 세탁소`(창비)가 출간됐다. `프랑스식 세탁소`는 그가 5년 만에 선보이는 네번째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7편의 단편을 통해 안온해 보이는 일상의 이면에 도사린 인간의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한편 각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삶과의 괴리 속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때로 “설명할 수 없는 결정”(`타인의 삶`)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 우리가 진정 “우리였던 순간”(`번지점프를 하다`)이 언제였는지를 사색하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삶이 작가 특유의 단단한 문장과 깊은 성찰을 통해 펼쳐진다. 정미경 작가는 1987년 신춘문예 희곡
하위문화의 거칠고 생생한 시적 에너지를 이용해 고급문화를 기습하는 시인 황병승이 세번째 시집 `육체쇼와 전집`(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황병승은 첫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에서 모호한 상징들로 주류 질서 바깥의 것들을 과감히 동원함으로써 문단으로부터 양 극단에 놓인 평가를 받았다. 호평과 혹평이 뒤엉켜 밀려드는 상황에서 나온 두번째 시집 `트랙과 들판의 별`은 문화라고 이름 붙은 것들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하고 덧없는가를 끈질기게 고발했다. 독자는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황병승 특유의 발칙한 화법을 한껏 만나게 된다. 그의 생생한 도발은 언제나 자발적 실패로 귀결되는데 이는 다시 한 번 기성의 질서를 통렬히 조롱하는 효과를 발한다. 총 46편의 시를 통한 황병승과 세계의 밀고 당
천재적인 기억술로 유명하며 두뇌 계발 강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에란 카츠가 스토리로 들려주는 두뇌 계발의 기술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민음인)을 출간했다. 현재 이 책은 이스라엘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전작 `천재가 된 제롬` `슈퍼 기억력의 비밀`로 국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저자는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문화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번 책에서는 유대인의 지혜는 물론 아시아 문화의 아름다움과 지혜, 특히 한국의 우수성이 책 곳곳에 드러나며, 이야기를 통해 뇌와 마음을 위한 다섯 가지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저자는 유대 문화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문화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는 잠재력을
`분노하라`라는 작은 책 한 권으로 세계인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깨뜨린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이 2012년 발표한 마지막 자서전이 출간된다. 지난 2월27일 향년 95세로 타계한 이래 전 세계적으로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붐이 일고 있다.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문학동네)는 스테판 에셀이 세상을 떠나기 1년여 전인 2012년 프랑스에서 발표한 자서전으로, 원제는 `Tous comptes faits… ou presque(이제 모든 것을 말하지요… 거의 모든 것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현재 파리에 살고 있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목수정이 번역했다. 마치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진보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불꽃같은 신념으로 자신의 지난 삶을 낱낱이 회고한
한국소설의 참신한 상상력을 발굴하기 위해 창비가 제정한 창비장편소설상의 6회 수상작 김학찬 장편소설 `풀빵이 어때서?`가 출간됐다. `풀빵이 어때서?`(창비)는 소재에 대한 장악력, 생생한 인물 묘사, 깔끔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며 재치있는 발상과 기발한 화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평가를 받았다.(`심사평` 196~97면). 작가 김학찬은 진중하면서도 균형 잡힌 문제의식으로 현실세계를 진단하고 이를 재기 발랄한 이야기로 재창조해내는 귀한 재주를 가진 신예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뛰어난 구성력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솜씨는 앞으로 그가 펼쳐갈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가볍고 경쾌한 문장, 영상을 보는 듯 생생한 묘사, 태연한 말장난과 은근한 농담까지. 소개팅 현장을
1999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와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소설가 원종국의 두번째 소설집 `그래도`(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하나의 모티프를 다양하게 변주해가며 탄탄한 이야기 위에 통통 튀는 상상력을 선보여온 원종국의 14년간의 시도와 실험이 고스란히 담겼다. SF적 상상력과 실험적 기법을 동원해 생명 복제와 이를 둘러싼 철학적 문제를 선구적으로 다루며 지속적으로 발표된 `믹스언매치` 연작 3편을 비롯한 총 8편의 단편이 이 소설집에 수록됐다. 이 책은 어딘가 한쪽씩 고장 나고 쪼그라든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그래도”의 가능성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한다. 멋진 해결이나 대단한 해소 없이도 자조와 좌절에 파묻히지 않는 `그래도`들의 이야기가 읽는 이들의 마음 한편에도 작게나
“말들이 징검다리고 밥이고 우주고 엄마고 바로 당신이었던 그 무렵, 낙오된 귀를 열어젖히는 한없이 낯선 소리, 에르호 에르호….” -오은 `그 무렵, 소리들` 중에서 (`에르호`는 `나`라는 뜻을 품고 있다.) “한국 시에서 소홀히 취급되었던 언어유희의 미학을 극단까지 몰고 간다”(시인 정재학), “스스로 생장한 언어의 힘으로 새로운 시적 규율을 만들어가는 시인”(시인 이재훈), “언어가 구성하는 사회적 조건과 가치를 의심하고 질문하게 한다”(평론가 허윤진)는 평을 받으며, 한국 시의 또하나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만 스무 살 나이로 등단한 오은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그가 4년 만에 58편의 시를 들고 돌아왔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