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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불지 않는 저녁산책길 등 뒤에서 가슬가슬따라오는 소리 들려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네아스팔트 포장도로 위로가랑잎 몇 개 굴러다닐 뿐발걸음 재촉하는데 또다시뒤따르는 낙엽의 기척아득한 전생의 어느 가을날내 앞에 떨어진 나뭇잎들인가돌아가자고 이제그만 돌아가자고 귓전에 속삭이는 듯죽음을 의식하게 되는 나이에 다다른 시인. 그는 홀로 산책하면서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죽음은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가을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낙엽’의 모습이니 말이다. 시인은 그 낙엽이 “아득한 전생”에 “내 앞에 떨어진 나
시
등록일 2023.10.24
게재일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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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뺨은 달에 다가가고, 그는 조용히 녹아든다뺨에 흐르는 그 물은 언젠가 바다와 같은 꿈이 되어나를 먼바다로 흘려보낸다과거와 내일이 모두, 같은 시간대처럼 펼쳐질 때나는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알고, 잠이 들지잠든 얼굴이 귀여운 건 살짝 죽어 있기 때문이야.누군가가 옆에서 그렇게 속삭인다일본의 30대 젊은 시인의 시. “나의 뺨은” 달을 향하고 ‘그’는 달빛 속으로 용해된다. 방안에 흐르는 달빛은 “나를 먼바다로 흘려보”내는 꿈으로 이끈다. 꿈속에서는 시간 역시 용해되어 “과거와 내일이 모두, 같은 시간대”에 만나는데, 시인
시
등록일 2023.10.23
게재일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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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헛것인 줄 알기까지한 세월이 지났구나(중략)벼락, 천둥인 줄 알았던 것도 헛것이고젖은 신발인 줄 알았던 것도 헛것이고모래도 헛것이고, 티끌도 헛것이고흰 살결도, 검은 눈물도, 꽃도, 안개도절집도, 성당도, 학교도, 국가도아직 오지 않은 천년도모두 헛것이었구나.헛것인 줄 알기까지 한평생이 걸렸구나모래뿐만 아니라 티끌마저 ‘헛것’이라는, 즉 “모두 헛것”이라는 ‘헛것’의 도저한 존재론을 펼치고 있는 시. 시인은 아름답다고 느꼈던 대상도, 추구해왔던 목적도, 그의 삶을 둘러싸고 있던 국가, 종교, 학문도 ‘헛것’임을 깨달았다고 고
시
등록일 2023.10.22
게재일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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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고향을 천천히 내려가도낯익은 寫眞이 너무 많아서어제 내려간 내 얼굴을 찾을 수 없어라찔레꽃 그 花類를 몰라도 봄이 가면내게서 넝쿨지어 피어나던 찔레꽃이여사람이 보기 전엔 전혀 외로움이 안되는멀고 멈 섬의 모롱이 시커먼 낭떠러지여요즈음 고향엔 너무나 라디오가 많다보지 않고 뒷주머니에 그냥 집어넣는흔한 新聞도 너무너무 많구나사람이 죽어서 젊은 사람이 죽어서산을 넘어가는 데도 너무나 輓詞가 많구나아아 내가 자주자주 내려간 고향엔한번도 안 내려간 내가 많이많이들녘에 쓰러져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낯익은 사진과 신문, 라디오가 고향의
시
등록일 2023.10.19
게재일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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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그것의 풍요로운 영예 속에서나는 창가에 선 채메마른 구월의 굶주린 나무들을 바라본다사랑이제껏 금지되었던 깊은 그것이내게 선물 하나를가져다준다내 피부를 할퀴고내 눈을 부수어 열어낼,오래도록 갈망해온 선물을,마침내절박한 황홀경으로부터죽음과 광기를쓸힘을(박선아 옮김)시인은 사랑에 굶주려 있다. 창밖의 저 “메마른 구월의 굶주린 나무들”처럼. 하나 “사랑의 풍요로운 영예 속에” 자신이 존재함을 그는 알고 있다. 사랑은 “오래도록 갈망해온 선물”처럼 그에게 닥치리라는 것을. 사랑은 말라붙은 그를 파괴하며 들이닥칠 것이다. “내 피부를 할
시
등록일 2023.10.18
게재일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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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에 씻겨나간 로봇을 훔쳐 온다 탯줄로 목을 조른다 양수를 마신다 검은 강이 흐르는 폐수처리장에서 능숙한 손으로 다리를 꺼내고 어깨를 누르고 머리통을 부수고조각난 머리에 모자 씌운다연못이 그려진 그림을 본다 작은 손을 만진다 발가락에 입맞춘다 갈비뼈를 빼내어 십자가로 만든다 창문 바깥으로 눈동자를 던진다 무럭무럭 자란다 나의 쇳덩어리기계로 자연을 대체하고 막대한 폐기물을 양산하는 시대에서, 자연을 잃어버린 시인은 어디에 시의 닻을 내릴 수 있을까. 금은돌 시인은 폐기물에서 시의 ‘최초의 열매’를 찾는다. 아이를 낳는 과정과 역행
시
등록일 2023.10.17
게재일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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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구멍을 본다 나는 구멍이다 너도 구멍이다모든 것이 뚫린 허공이다구멍을 채우려 날마다 가방을 싼다책을 들고 신발을 찾다구멍을 메우기 위해 나무를 본다누워 숲 사이로 하늘을 본다구멍은 기회다구멍을 향해 들어가기 위해 각을 잡는다(중략)누가 없어도 거미줄을 쳐 놓아야 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구멍 밑으로 흙을 밀어 넣는다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늘도 실을 뽑는다우리 시대는 “모든 것이 뚫린 허공”에서처럼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든 시대 아닌가. 시인은 이 허공에서 어떤 의미를 붙잡으려 하는 이다. 하여 그는 하늘의 “구멍
시
등록일 2023.10.16
게재일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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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갈 방 구하기가 힘에 부쳤다방 구하려는 궁리가 돈에 막혀창문이 막힌 방 구했다창문이 높아 목매달 만한 높이에서목련나무 보였다막다른 곳으로 몸 옮겼다창문도 생각도 막힌전화도 가끔 먹통 되는막다른 골목에서 목련꽃 올라왔다오오내 안 적막한 골목에서스스로 올라오는 목련이 보였다알다시피 이 세상에서 “돈이 막”히면, 삶은 “막다른 곳으로” 밀린다. 시인은 이를 직접 체험한 듯하다. “막다른 골목”에 있는 “창문이 막힌 방”을 구한 시인은, “목매달 만한 높이”에 창문이 달려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는 “창문도 생각도 막”혀 죽음을 상
시
등록일 2023.10.15
게재일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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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고여 있던 어둠을토해 내고 싶었습니다검은 피, 검은 장기들을 비워 내면무엇이 남을까요그믐이 지났고동쪽 하늘은 또다시 텅, 비었습니다분명 눈을 감았으니완벽한 어둠이 완성될 겁니다너무 캄캄해서 외롭습니다당신은 무사합니까우리 모두, 어둠을 품고 살고 있지 않는가? 하여, 진실된 안부는 “당신은 무사합니까”라는 말일 수 있다…. 시인은 토해내고 싶은 어둠-“검은 피, 검은 장기들”과 같은-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토해내고 남은 마음은 ‘동쪽 하늘’처럼 “텅, 비”어 있을 터, 이에 눈을 감으면 “완벽한 어둠이 완성”된다. 텅
시
등록일 2023.10.12
게재일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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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너의 눈에서 평온을 빌리고폭풍은 너의 분노에서 노호를 빌렸다너의 말소리는 밭을 일구고너의 숨소리는 꽃을 피운다우물은 네가 눈물 떨군 뒤로 출렁출렁한다아침은 네 눈의 새벽에서 꽃을 피우고밤은 어둠 속에서 기도하러 일어선다별은 모두 네 눈빛을 빌렸다네 미소가 허락하면 삶을 얻는다꽃봉오리는 모두 네 미소의 자손이다(신견식 옮김)이란 현대시다. 위의 시의 ‘너’는 신을 가리키는 것 같다. 하나, ‘너’를 시인이 사랑하는 이로 읽을 수도 있다. 사실, 사랑에 빠지면 그 대상은 신처럼 우리를 압도하지 않는가. 하여 별은 사랑하는 이의 눈
시
등록일 2023.10.11
게재일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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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드리우자나는 들어가서 창문을 닫았다나뭇가지는 바람에 흐느적흐느적집에 홀로 남은 나는슬픔의 세상으로 들어갔다문득누가 밖에서마당에서창문 바로 뒤에서 우는 것 같았다새벽이슬이 떨어졌다사과꽃에(신견식 옮김)이란 현대 시인의 시. 우리는 밤이 되면 밖에서 집에 들어와 창문을 닫는다. 위의 시인이 그리하듯이. 그런데 시인은 밤의 방 안에서 “슬픔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이 시간에 그는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는 그만이 슬픔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창문 바로 뒤에서 우는” 존재자가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것
시
등록일 2023.10.10
게재일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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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난간이 두렵지 않다벚꽃처럼 난간을 뛰어넘는 법을아는 고양이그가 두려워하는 건 바로 그 묘기의명수인 발과 발톱냄새를 잘 맡는 예민한 코어리석은 생선은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고고양이는 난간에 섰을 때가장 위대한 힘이 솟구침을 안다그가 두려워하는 건늘 새 이슬 떨구어내는 귀뚜라미 푸른 방울꽃하느님의 눈동자 새벽별거듭나야 하는 괴로움야옹야옹시인은 고양이가 되고 싶은 것일까. 그에게 고양이는 “난간을 뛰어넘는 법을” 잘 아는 존재자다. 난간 위에 서 있다는 것은 경계선 위에 서 있다는 것, 고양이는 어디에 얽매이지 않는다. 도리어 고양이
시
등록일 2023.10.09
게재일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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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들은 집과 결혼한다.그것은 또 다른 종류의 피부 : 그것은 심장을 가졌고,입을 가졌고, 하나의 간과 똥들을 가졌다.벽들은 불변하며 핑크빛이다.보라 그녀가 하루 종일 어떻게 앉아충실하게 제 자신을 씻어 내리고 있는가를.남자들은 강제적으로 들어간다. 요나처럼 되돌아와,그들의 살의 엄마들에게 들어간다.여자는 그의 엄마다.그것이 중요한 일이다.(손홍기 옮
시
등록일 2023.10.05
게재일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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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저마다의 몸 속에 하나씩의 무덤을 갖고 있다.죽음과 탄생이 땀 흘리는 곳,어디로인지 떠나기 위하여 모든 인간들이 몸부림치는영원히 눈먼 항구.알타미라 동굴처럼 거대한 사원의 폐허처럼굳어진 죽은 바다처럼 여자들은 누워 있다.새들의 고향은 거기.모래바람 부는 여자들의 내부엔새들이 최초의 알을 까고 나온 난생의 껍질과죽음의 잔해가 탄피처럼 가득 쌓여 있다.모든 것들이 태어나고 또 죽기 위해선그 폐허의 사원과 굳어진 죽은 바다를 거쳐야만 한다.여성들이 많은 공감을 할 시이겠지만, 남성도 여성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하
시
등록일 2023.10.04
게재일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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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을 내게 줘,늙은 내 얼굴 안에 심도록,나 화려해 보이도록.너의 눈을 내게 줘,언제나 창조하고, 언제나 자비롭고,언제나 아름답게 하는, 너의 푸른 시각을.너의 눈을 내게 줘,죽이고, 타고, 갈망하는 눈,나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너의 눈을 내게 줘,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내 자신도 사랑할 거야나는 너의 눈을 선망해.(한경민 옮김)가장 아름다운 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내는 눈 아닐까. 시인은 그러한 눈을 “내 얼굴 안에 심”고 싶어 한다. ‘내’ 마음을 태우며 사랑을 갈망하게 만드는 ‘너’의
시
등록일 2023.10.03
게재일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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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내 뺨에 뺨을 마주 대고마음을 표현하는 작은 소리들을 내.내가 깨어 있거나 잠에서 깨어나면발랑 등을 뒤집어 네 발을공중으로 들어 올리지,그 열렬한 검은 눈.“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 개가 말하지.“또 말해줘.”이보다 더 달콤한 편곡이 있을까? 자꾸만 자꾸만개는 묻게 되지.나는 말하게 되지.(민승남 옮김)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개를 사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개는 사랑에 순수하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개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할 줄 안다. “작은 소리들을 내”면서. 개의 “열렬한 검은 눈”은 그 열망을 순수하게
시
등록일 2023.09.26
게재일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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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내리고,그리운 기억을 따라 오솔길로 들어간다혹시 네가 있을지도 몰라가로등 지나고 나무 지나고오르막 오르고 내리막 내리니숲 속의 그 자리 거기에 그대로 있다네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는다하늘 위 별빛은 사탕처럼 반짝이고사방의 바람은 과자처럼 부드러운데느닷없이 가슴이 뭉클해진다이런!언제였던가?우리들 가슴이 뭉클하던 때가!‘그리운 기억’은 예전의 오솔길을 그대로 재생한다. 가로등, 나무, ‘그 자리’ 역시. 하지만 기억은 ‘나’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너’가 지금은 내 옆에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너’와 함께 있던 기억은 여
시
등록일 2023.09.25
게재일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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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건가 내 몸에서 흔들리는 나뭇가지, 우아한 풀들이 자라나는 공중의 들판 너는 길고 나는 아름다워 꼬리에서 자꾸만 긴 뱀이 자랐네 팔에선 좁은 들길이 자랐네 내가 걸어간 발자국을 달빛 내려앉은 공중이라고 해줘 나에게 와주었을 때의 저녁, 나무가 흔들리는 들판에서의 만남 별들이 고요해지면 우리는 긴 혀를 뻗어 서로의 입술을 훔쳤네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리던 별몸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공중에 들판이 펼쳐진다. 그 들판 위에 길게 늘어져 있는 ‘너’는, ‘나’의 ‘꼬리’에서 자라난 뱀이 되고, ‘좁은 들길’이 된다. ‘나’는 이
시
등록일 2023.09.24
게재일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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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한 줄기에그렇게 단단했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움켜쥔 늑골마저 포기하고 형체 없이 사라져 갔다온전히 녹여진다는 의미는이승의 경계를 넘었다는 것아버지의 붉은 상처까지 비우고 떠났다는 것그 자리에 머위 순 같은 언어 하나 자라났다다시 눈이 내리면나는 아버지를 단단하게 뭉쳐드리고맛있는 오리탕으로 밥상을 차려내고 싶다그 아침이 다시 맑게 깨어난다면시인은 ‘아버지 눈사람’을 만든다. 그 눈사람은 해가 뜨면 ‘붉은 상처’와 함께 “이승의 경계를 넘”을 것이다. 눈사람은 밤 시간에 행하는 기억을 통해 존재하기에. 그 기억은 사라지게 될
시
등록일 2023.09.21
게재일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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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쓰러져야 할 때꽃은 스스로 억울해하는 법 없이아름다움을 끝낼 줄 안다서정을 경계하며 살아온 지 얼마인가함부로 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나는 아무 의미도 되지 못한 채차라리 꽃이라도 될걸 그랬다형형색색 지천으로지천의 너머로피어날걸 그랬다시인은 왜 “서정을 경계하며 살아”왔을까. 시인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인 감정의 남발을 조심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함부로 반”할 수밖에 없는 세계가. “억울해하는 법 없이/아름다움을 끝”내는, “형형색색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들이 그렇다. 의
시
등록일 2023.09.20
게재일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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