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다가 보면 한국계가 아닌 한국학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 특히 역사 연구자들의 경우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연구를 굉장히 `민족주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좀 더 균형잡힌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주된 이유중 하나는 한국의 역사학자들이 일본 제국의 식민지정책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으로만 묘사하고 `식민지적 유산`을 너무 폄하한다는 것이다. 일본 제국의 `식민지적 유산`에 대해서 강조하는 학자 중에는 카터 에컬트(Carter Eckert) 교수도 있다. 이 분은 하버드대 `아시아 언어문명학과`에서 한국역사를 강의하고 있는 분으로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조선인 기업인 `경성방직` 연구의 권위자이다. 이 분은 한 논문에서 총력전 기간( 1938~1945년) 동안 전쟁을 위해 조선
필자는 오늘 연구소에 나갔다가 연구소 동료로부터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필자는 이번 합의가 큰 논란거리임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이번 합의의 문제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합의문 발표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 합의에 반대하는 시위와 항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공감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의 외교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과거 일본 정부가 한국 여성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범죄` 행위로 보지 않고,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원만한 동맹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어느 때부터인가 한 해가 갈 때마다 `소중한 시간`이 자꾸 줄어들어가는 것 같아 뭔가 아쉽게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하늘이 정해주신 한정된 삶의 시간이 헛되이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필자는 어느 때보다도 시간에 민감해진다. 그래서인지 웹서핑을 하다가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KBS`생생과학` 2015년 2월 27일자)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억에 남을 만한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뇌의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량이 10년마다 최대 10%씩 줄어드는 것도 이유라고 한다. 도파민이 줄어들면 새로운 자극에 대한 흥분, 이에 대한 민
지난 14~15일까지 서울 YMCA 강당에서 `세월호 청문회`가 열렸다. 필자는 보스턴에 있기 때문에 시차도 있고 무엇보다 필자의 관심이 세월호 문제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청문회를 보지도 않았고 관련 기사도 읽지 않았다. 이미 필자는 이 문제를 책임자도 원인도 규명할 수 없는 미제사건으로 치부하고 어쩔 수 없는 일에 힘쓰지 않기로 마음을 정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이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세월호`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린 일이 요즘에는 없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이 단어가 소환돼 어쩔 수 없이 생각하고 뭔가 말해야 할 때가 있다. 한 번은 필자가 방문하고 있는 연구소의 일본 학자와 점심을 먹을 때였다. 이 학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일본의 아베 총리도 문제가 많지만 한국도 좋은
지난 칼럼에서 필자가 `자유로의 강제`라는 수업을 한 학기 들었다고 쓴 적이 있다. 이 수업은 1898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식민지 정책 혹은 점령 정책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수업의 절반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이 점령했던 일본, 서독 그리고 한국에 대한 것이다. 이 수업은 `점령`을 고전적인 의미의 제국주의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제국주의로 규정을 하고, 세 나라에 대한 점령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이 수업에 따르면, 현재의 세계 질서 자체가 새로운 유형의 제국주의이다. 이것은 고전적 제국이 다른 나라의 주권을 뺏고 본국의 행정가를 보내서 식민지를 직접 통치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유형이다. 새로운 제국주의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로는 대서양헌장, 민족자결주의, 자유무역, 각국의 경제발전과 안전
이번 가을 학기에 필자는 하버드에서 `Forced to be Free` 제목의 수업을 들었다. 이 수업은 1898년 이후 `제국, 그리고 점령자이자 국가 건설자로서의 미국`에 대해서 강의하였다. 그런데 정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첫 수업 시간에 들은 청나라 고종 황제와 영국의 조지 3세와의 서신 내용이었고, 청나라가 한 때 세계 1위의 산업생산국이었던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동시에 필자는 청 제국의 몰락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보았다. 1793년 조지 3세가 교역을 할 것을 요청하자 고종 황제는 “우리 제국은 모든 것을 충분할 정도로 갖고 있으며 국경 안에 부족한 것이 없다. 그러니 외부의 야만인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당시 청나라의 산업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3
지난 11월 13일 IS가 파리에서 테러를 자행하여, 132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이 사건은 `파리 테러`로 불리고 있다. 테러 단체가 대중적인 장소에서 불특정 시민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벌인 것이기 때문에 이 사건이 전 세계인들에게 준 충격은 매우 컸다. 당시 SNS로 친구가 파리 테러 사건을 전하며 너무 끔찍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IS는 자신의 잔인성을 선전하기 위해서인지 시민들의 살해 장면을 실시간으로 전송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자는 영어회화모임에 참석했다. 이 모임을 이끌어가는 분은 70세가 넘은 미국 부인이다. 이 부인에게 `파리 테러`는 2001년의 9월 11일에 있었던 탈레반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테러와 연결되어 인식되는 것 같았다. 즉 9
지난주에 방문학자로 와 있던 대학시절의 같은 과친구가 보스턴을 방문했다. 이 친구는 지난주 수요일부터 보스턴에서 모더니즘 학회라는 큰 학회가 열려 이 학회에 참석도 하고 필자도 보기 위해서 겸사겸사 보스턴에 온 것이다. 학회가 끝난 주말에는 친구, 필자 그리고 필자와 같은 연구소에 있는 학자 이렇게 셋이서 보스턴 근교 `케이프 코드`에 나들이를 갔다. 케이프 코드까지 가는 2시간 동안 긴 수다에 지친 우리는 음악을 듣기로 했다. 스마트 폰에 저장된 음악들을 무심코 재생하게 되었고 10㎝의 `쓰담쓰담`, 빅뱅의`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그리고 혁오의 `위잉위잉`이 순서대로 흘러나왔다.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듣던 노래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문학적 감수성이 아직은 충만한 친구와 문학이나 영화이야기를 하다 보
지난주 목요일 금요일(11월12~13일)에 미국의 더램(Durham)시에 있는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에서 북미한국문학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필자도 첫날 오후 발표의 토론자로 초대되어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에는 필자의 대학 동창이 방문학자로 와 있고, 여자 후배 한 명과 기자인 남자 후배도 방문학자로 와 있다. 북미 지역 한국문학 연구자들과 대학 동창들을 같이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좋은 기회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대학 동창 녀석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로 바빠서 잘 만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낯선 미국에서 만나다니 참 신기했다. 오후 3시부터 학회가 시작되었다. 이번 학회의 첫번째이자 내가 토론자로 참석하는 분과라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 최인훈의 `
며칠 전 필자는 하버드 학부생과 같이 웹 검색을 하면서 대화하였다. 그러던 중에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추락한 비행기의 블랙박스 분석 결과 비행기 사고의 원인이 기내에 실린 폭탄의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신문 기사를 발견했다. 필자는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가 웬만한 테러행위는 모두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위협적인 존재임을 세계에 과시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부생은 하버드 대학생들은 미국이 ISIS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겨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ISIS가 이 사건을 자기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마이클 맥콜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전 세계에 미국이 약하게 보이는 등 외교실패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며 “중
지난주 필자와 같은 연구소에 방문학자로 와 있는 한국의 인류학자가 중국의 북동부지역의 자살에 대한 `의료-인류학적(medical-anthropology)` 연구로 발표를 하였다. 이 발표에 따르면 1990년대 중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3명이었으며, 여성의 자살률이 남성의 자살률의 2배였다고 한다. 하지만 2010년에 들어오면서 자살률은 10만 명당 9.8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발표를 들으면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이 떠올랐고, 중국의 사례에서 배울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1990년대 중국의 자살률 중에서 특히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의 자살률이 높았다고 한다. 발표자는 중국 동북부의 몇 개 농촌 마을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는데, 이들의 자살원인은 첫째, 원만하지 못한 애정-결혼
필자가 보스턴에 온 이후로 다양한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미국인도 있고, 아시아인도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유학을 온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외국인을 만나다 보면 자주 화제가 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한국 여성들이 성형을 많이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외국인은 압구정에 있는 성형외과 밀집 지역도 알고 있었다. 한국 여성들은 성형을 많이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면 필자도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한국 여성이 성형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잘 모른다. 그래서 무심코 한 25프로 정도의 한국 성인 여성들이 성형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지인은 너무 적은 것 같다, 더 많은 여성들이
지난주에 지인들과 만나서 시를 같이 읽고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편의 시를 가지고 1시간 반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들은 경험했다. 감상의 시는 미국의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의 `저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에요. 당신은요?` (I`m nobody, who are you?)였다. 이 시의 원작은 “저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예요. 당신은요?/당신도 별 볼일 없는 사람인가요? 역시?/그렇다면 우리들은 짝이네요!/말하지 말아요! 그들이 선전할 거예요!//감히 어떻게 대단한 사람이 되겠어요!/어떻게 공개적으로 개구리 같이/누군가의 이름을 이렇게 긴 유월에 말하겠어요/존경스러운 습지에다 대고
도연명의 시 중에서 `음주이십수(飮酒二十首)`라는 연작시가 있다. 이중 제5수 `음주`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원시의 한국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마을 안에 엮어 놓은 오두막집, 그래도 시끄러운 수레소리 들리지 않네/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가요? 마음이 멀면 사는 곳도 외진다오/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드니 그윽이 보이는 남산(南山)/산기운이 석양에 아름답고 나는 새들도 무리지어 돌아가누나/이 가운데 있는 참뜻, 말하려고 하나 이미 말을 잊었도다.” 이 시의 마지만 구는 매우 유명해서 필자는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한시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금요일 이 시를 우연히 다시 접하게 됐다. 그것은 필자가 참석하고 있는 영어 회화 수업에서였다
지난 1일 하버드대학교에서 김구재단과 하버드 한국학연구소(Korean Institute) 공동주최로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전 주한미국대사 3명을 초청하여 이들과 청중이 담화하는 것이었다. 발표자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대사를 지낸 보스워즈씨,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대사를 지낸 스티븐스씨, 그리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사를 지낸 성 김씨였다. 이 포럼에서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필자에게는 꽤 인상 깊게 다가온 대화가 있다. 그것은 `젊은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들 전 대사들은 반복해서 한국인의 반미의식을 언급했다. 이들에게 한국인의 반미의식은 1980년대에 일어났던 대학생들의 미 대사관 점거 사건들과 연관되어 회상되었다. 이때는 한국 사회가 대학생들을 중심으
지난 19일 일본 의회는 해외에서 무력행사를 허용하는 `집단자위권`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일본 자위대는 자국의 군사적 방어뿐만 아니라, 주변국 및 우방국이 공격을 받아 일본이 존립을 위협받거나 자국민의 권리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존립위기사태)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외국에서도 군사작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만약 우리나라에 군사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이것이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본은 우리나라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고 한다. 집단자위권의 법제화는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아베 수상의 발언을 통해서 이런 부분들이 여러 번 암시되었고, 올해 4월 말에 그가 미국을 방문한 것도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국의 양해 내지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 아베 총리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나 해석에서 급진적인 해석도 있을 수 있고, 보수적인 해석도 있을 수 있다. 교과서는 그런 역사적 해석들 중에서 대한민국의 시민들의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을 정리해서 싣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균적 입장은 국민들이 한국사회 속에서 여러 가지`역사적 경험`들을 겪으면서 집단적인 인식이 형성된 것이며, 역사의 진행과 함께 변화해가는 것이다. 이것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인정 교과서 편찬 기준과 같이 국가기구의 규율을 받는 것을 통해서 보증된다. 그런데 최근의 신문보도에 따르면 교육부에서는 역사교과서를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바꾸겠다는 정책을 입안 중이며, 이것은 이번 달 말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잡지를 읽다가 이런 내용을 발견했다. 1950년대 미국 공군은 1920년대 디자인 된 표준화된 좌석을 사용하였는데, 이 목적은 비행사들이 비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공군은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2천명의 공군의 몸통 길이와 가슴둘레 등을 쟀는데 한명도 같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조종사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표준화된 좌석에서 전투기를 운전하라고 하였으니,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1950년대 미 공군의 표준 좌석처럼 한국의 학교교육에는 성공을 위한 표준이 존재한다. 한국의 소위 입시 교육에는 성공을 위한 공식이 있어서, 이 공식을 따르지 않으면 아이를 부모들이 원하는 대학에 보낼
오늘은 필자에게 아주 멋지고 특별한 날이다. 왜냐하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에서 고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미국 `보스턴`에서 말이다. 고래와의 만남이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필자는 고래를 본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다만 필자가 방문 중인 연구소에서 주관하는 보스턴 덕-투어를 가는 일에 마음이 설렜을 뿐이다. 미국은 가을 학기가 새 학기이기 때문에, 이때에 맞춰 새로 초대받은 학자들이 속속 도착한다. 그리고 오늘은 새로 온 학자들이 보스턴 시내 관광을 하는 날이었다. 덕-투어는 수륙양용차를 타고 시내를 구경한 뒤 찰스 강을 배처럼 내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오전을 보낸 뒤 한국에서 온 학자들과 함께 남
최근 초등학교 3~6학년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려는 정부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는 작년에 교육부가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 등급별로 적정한 한자 수를 정하고, 교과서에 한자 병기 확대를 검토 한다고 한 것과 연결된다. 이 정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한자가 학습효과를 높인다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학업부담과 사교육 증가를 우려한다. 1990년 이후 보편화된 한글전용을 무시하는 교육부의 정책은 필자에게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있었던 `한글 간소화 파동`을 떠올리게 하였고, 이 둘 사이의 유사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한글간소화` 파동은 1949년 10월 9일 한글날에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조선어학회의 한글 표기법(단어의 어근을 밝혀 적는 법)의 어려움을 지적하고,